수소차 iX5 하이드로젠…'BMW가 그리는 또 다른 미래' [시승기]
  • 신화섭
  • 좋아요 0
  • 승인 2023.04.19 14:00
수소차 iX5 하이드로젠…'BMW가 그리는 또 다른 미래' [시승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MW는 오래전부터 수소차에 진심이었다. 1970년대부터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었고, 2007년에는 7시리즈 기반의 12기통 수소차 '하이드로젠7'을 만들어 전세계 시승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BMW iX5 하이드로젠
BMW iX5 하이드로젠

하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수소를 엔진에서 태우는 '수소 내연기관'이었던 탓에 일반 휘발유차보다 출력이 낮고 연비도 나빴다. 게다가 액화 수소를 사용해 수소 탱크를 영하 200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후 전기차에만 몰두하는 듯한 BMW가 다시 수소차를 꺼내들었다. 수소 엔진은 수소연료전지로, 액화 수소는 압축 수소로 바꿔 기존의 단점을 해결했다. 또, 프로토타입인 iX5 하이드로젠을 만들고 다시금 세계를 돌며 시승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11일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 도착한 iX5 하이드로젠을 짧게 시승해 봤다.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 BMW iX5 하이드로젠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 BMW iX5 하이드로젠

이날 만난 BMW그룹 수소 기술 총괄 위르겐 굴트너 박사는 "BMW의 수소차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법만 다를 뿐 여러 면에서 전기차와 똑같다"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iX5 하이드로젠은 언뜻 봐서는 X5 및 기존 BMW 전기차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키드니 그릴이 매쉬 타입으로 바뀌었고, 친환경차임을 강조하기 위해 차체 곳곳에 파란 장식이 들어갔을 뿐이다. 

차량 뒷범퍼 아래에서는 때때로 연기까지 나온다. 수소연료전지에서 전기와 물을 만들어 내는데, 여기서 나온 물을 그대로 내보내는게 아니라 수증기로 배출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보니 BMW가 X5를 수소차처럼 꾸미고 속이는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실내도 기존 X5와 대부분 비슷하다. 기어 노브와 전원 버튼에 파란 장식이 더해졌을 뿐이다. 차이가 너무 적어 민망했는지 대시보드에 '하이드로젠 FCEV'라고 티 나게 표시해 뒀다. 

BMW iX5 하이드로젠
BMW iX5 하이드로젠

클러스터에 표시되는 정보는 조금 다르다. 수소연료전지(Hydrogen Fuel Cell)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고, 수소 잔량이 %로 표시된다. 연비 표시는 kgH₂/100km로 조금 낯설다. 100km를 달리는 동안 수소 몇 kg이 사용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차량을 간단히 둘러보고 운전대를 잡았다. 전원 버튼을 누르니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차량이 깨어난다. 운전하는 방법은 일반 전기차와 똑같다. 기어 레버를 한 번 당겨 D 모드에 놓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처음 전기차를 시승할 때는 울컥거리며 적응이 필요했는데, iX5 하이드로젠은 예민하지 않아 만족스럽다. 

BMW iX5 하이드로젠
BMW iX5 하이드로젠

차와 제대로 교감하기도 전에 곧바로 BMW드라이빙센터 서킷으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초입을 지나는데 수소차, 심지어는 프로토타입이라는 점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익숙한 느낌이다. 덩치 큰 SUV임에도 롤링은 잘 억제되어 있고, BMW 특유의 코너링 성능도 여전하다. 마치 배터리가 바닥에 깔린 전기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지면을 꽉 달라붙은 상태로 코너를 빠져나간다. 

비결은 차체 하부 중앙 위치한 T자형 수소 탱크다. X5를 기반으로 만들어 드라이브 샤프트와 변속기 공간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BMW는 이곳에 딱 맞는 6kg의 수소 탱크를 만들어 iX5 하이드로젠에 끼워놨다. 참고로 현대차 넥쏘의 경우 2열 시트 아래에 2개, 트렁크 아래에 1개의 탱크를 배치해 약 6.3kg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BMW iX5 하이드로젠
BMW iX5 하이드로젠

BMW 방식의 장점은 분명하다. 차체를 내연기관과 공유할 수 있어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고, 넥쏘처럼 하부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지상고가 낮고 공간이 좁은 세단에 적용하면 효율은 극대화될 수 있겠다. 

iX5 하이드로젠에 탑재된 연료전지는 125kW의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다. 생산된 전력은 트렁크 아래 배터리에 모아지는데, 이 배터리는 최대 170kW 출력이 가능하다. 연료전지와 배터리가 각자 또는 힘을 합쳐 최고출력 295kW(약 401마력)짜리 전기 모터를 움직인다. 스펙상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는 6초 만에 도달한다고 한다.

BMW iX5 하이드로젠
BMW iX5 하이드로젠

주행 모드는 에코, 에코 프로, 컴포트, 스포츠 등 4가지가 마련됐다. 에코와 에코 플러스, 노멀 모드로 구성하며 친환경성만을 강조한 넥쏘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연속 코너를 지나 직선 구간을 만났다. 스포츠 모드를 바꾸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봤다.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진 덕분에 속도를 높여나가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다만, 가속력이 기대에 못 미쳤다. 수소차의 한계인지 프로토타입이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400마력짜리 모터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앞서 시승한 iX나 i4가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가속력을 자랑한 것과 비교된다. 

약 150km/h까지는 별다른 저항 없이 꾸준히 속도를 높여준다. 서킷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시승했다면 충분히 경쾌하다고 느꼈을 것 같다. 최고 속도가 185km/h에 달하는 만큼 국내 어느 도로에 가져다 놔도 모자람이 없다.

BMW iX5 하이드로젠
BMW iX5 하이드로젠

BMW iX5 하이드로젠은 프로토타입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완성도를 갖췄다. 특히, 주유(충전) 시간이 짧은 내연기관의 장점과 조용하고 경쾌한 승차감을 가진 전기차의 장점이 잘 버무려진 차였다. 이미 3만여 대의 넥쏘가 도로를 달리고 있고, 100여곳의 충전소가 마련된 대한민국이라면 지금 바로 판매하더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