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몸 다른 심장' BMW X1 vs iX1 [비교 시승기]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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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19 09:44
'같은 몸 다른 심장' BMW X1 vs iX1 [비교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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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막내 SUV X1이 풀체인지를 거치고 돌아왔다. 한층 간결해진 외모와 세련된 실내, 풍부한 옵션 등으로 무장했다. 특히, 전동화 모델인 iX1까지 투입하며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과연 같은 차에 적용된 다른 심장은 어떤 느낌일까. X1와 iX1을 비교시승했다.

BMW X1 s드라이브20i M스포츠 패키지
BMW X1 s드라이브20i M스포츠 패키지

외모부터 살폈다. 공교롭게도 X1 시승차에는 M스포츠 패키지, iX1에는 x라인 패키지가 적용됐다. 전자가 좀 더 스포티한 느낌을 살린다면, 후자는 고급스러움과 세련미를 강조한다.

아무래도 더 멋을 부린 X1의 M스포츠 패키지쪽에 눈길이 간다. 따로 본다면 모를까, 나란히 두고 보니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크롬 대신 유광 블랙 마감을 한 것도 M스포츠 패키지만의 특징이다. 타이어 크기도 다른데, x라인은 225/55 18인치, M스포츠 패키지는 245/45 19인치다. 디자인뿐 아니라 승차감에서도 X1 쪽이 더 다이내믹한 구성이다. 

BMW iX1 x드라이브30 x라인
BMW iX1 x드라이브30 x라인

iX1은 전동화 모델이라고 티내지 않는다. BMW 엠블럼 주변 파란 띠 정도를 제외하면 내연기관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론트 그릴은 막혀있는데, X1과 무늬마저 똑같아 그냥 봐서는 구분하기 어렵다.

휠 디자인은 다소 충격적다. 마치 그 옛날 깡통 사양의 휠을 보는 듯하다. 다행히(?) 출고 상태에는 사이드 부분을 가리는 휠캡이 적용된다고 한다. 어쩐지 양말을 벗은 맨발같이 느껴진다. 오너라면 반드시 끼고 다니는 편이 낫겠다.

BMW iX1 실내
BMW iX1 실내

실내는 거의 같다. 디자인 패키지에 따른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같은 구성이다. 3세대로 오면서 최신 BMW 인테리어가 적용됐는데, 디자인만 본다면 아직 풀체인지를 거치지 않은 현행 5시리즈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기능 대부분은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통합해 버튼류를 최소화했다. 공조장치도 터치로 조작하는 방식이라 내심 걱정했는데, 화면 하단부에 상시로 노출돼있어 큰 불편은 없다. UI가 깔끔해 조작도 간편하다.

요즘 차는 스마트폰 무선패드 위치도 중요하다. 어중간한 곳에 있거나 수납 방식이라면 충전이 번거로울 뿐더러 알람을 확인하는 데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신형 X1·iX1은 탑승객쪽을 바라보도록 설계해 편리하다. 클립형 고형 장치도 칭찬 요소다. 간편하고 간단하게 스마트폰을 고정할 수 있다. 스마트기기에 친숙한 세대를 위한 자동차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BMW X1 2열
BMW X1 2열

2열 공간은 준중형 SUV 평균치로, 성인도 큰 무리 없이 앉을 수 있는 수준이다. 등받이가 뒤로 꽤 기울어져 있어 장시간 앉아도 큰 불편이 없다. 열선시트가 빠진 것은 조금 아쉽지만 2열 송풍구와 4개 컵홀더, C타입 충전 포트를 마련해 편의성을 높였다. 다만, iX1은 전기차임에도 2열 센터터널이 솟아있다. X1의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결과다.

트렁크 크기는 X1은 540리터, iX1은 490리터다. 2열을 접으면 각각 1600리터, 1495리터로 늘어난다. iX1의 경우 차량 하부에 위치한 고전압 배터리로 인해 일부 트렁크 공간을 손해본다. 적재함 바닥면을 들어올리면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다행히 막혀있는 상태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BMW iX1 모터룸
BMW iX1 모터룸

이제 달려볼 차례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궁금해 iX1에 먼저 올랐다. 시승차 트림은 x드라이브30으로, 두 개의 모터를 사용해 최고출력 314마력(234kW), 최대토크 50.4kgf·m를 발휘한다. 네 바퀴를 굴리며, 66.5kWh 배터리를 통해 완충 시 최대 310km를 달릴 수 있다.

전반적으로 꽤나 하드한 승차감이다. 기본적으로 BMW 차량은 단단한 세팅을 지향하는데, 무거운 배터리를 싣다 보니 더욱 실감난다. 그럼에도 특유의 쫀득한 코너링은 살아있다. 배터리가 뒷바퀴를 눌러줘 접지력은 오히려 좋아진 듯하다. 운전자가 원하는대로 영민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휠도 만족스럽다.

가속감은 무척 가볍다. 사실 이정도 차체 크기에 300마력이 넘는 출력은 과분하다. 공차중량은 2085kg로, 전기차 치고 무거운 무게는 아니다. 1마력당 6.6kg의 차량 무게를 감당하는 셈이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페달 반응 또한 확연히 다르다. 일반 모드에서는 분명 편안한 SUV였는데, 스포츠 모드에서는 강렬한 스포츠카로 변모한다.

BMW iX1 실내

'B모드'를 체결하면 원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가속 페달을 떼는 정도에 따라 회생제동의 수준이 달라진다. 완전 정차까지 지원하는데, 이때는 전자식 사이드 브레이크까지 걸리게 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BMW와 영화 음악가 한스 짐머가 공동으로 만든 가상음 '아이코닉 사운드'는 기대 이상이다. 평소에는 거의 들리지 않다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독특한 전자음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톤이 조금씩 다르다. 에코 모드일수록 가볍고 편안한 사운드를, 스포츠모드에서는 가장 극적이고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소리를 듣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게 만들다니, 전기차계 배기 튜닝의 세계를 연 셈이다.

BMW X1 엔진룸
BMW X1 엔진룸

다음으로 X1에 올랐다. 잠깐 달렸을 뿐인데 확실히 승차감은 iX1보다 낫다. 과하게 딱딱하지도, 물렁하지도 않은 전형적인 독일차 세팅이다. 완성도 높은 섀시와 무르익은 서스펜션 세팅이 만들어낸 기계적 완성도는 놀라운 수준이다.

파워트레인은 BMW 그룹에서 널리 쓰이는 2.0리터 가솔린 싱글터보 B46 엔진이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kgf·m를 확보했다. 시승차는 s드라이브20i 가솔린 트림으로, 전륜구동+7단 DCT 조합이다. BMW가 자랑하는 후륜구동+ZF 8단 변속기 조합은 아니지만, 엔트리급인 만큼 큰 불만은 없다.

X1의 제원상 숫자들은 iX1과 비교하면 다소 약해보인다. 그러나 200마력의 출력은 차고 넘쳤다. 최대토크가 1450~4500rpm에서 꾸준히 터져나오는 만큼 답답함도 없다. 물론, 급가속 상황에는 100마력의 공백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적어도 일상 영역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성능이다. 

BMW X1 스티어링 컬럼
BMW X1 스티어링 컬럼

iX1에 빠진 패들시프터는 반갑다. iX1도 다른 브랜드 전기차처럼 제동 단계를 패들로 조절할 수 있으면 좋을 듯하다. 

iX1에 아이코닉 사운드가 있다면, X1에는 부스트 모드가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다운 패들을 약 1초간 당기고 있으면 차량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다. 실행과 종료도 간편해 포르쉐의 부스트 버튼 못지 않게 자주 쓸 수 있는 유용한 기능이다.

BMW X1 AR 기능
BMW X1 AR 기능

편의사양은 두 차 모두 풍부하다. 특히, AR 기능이 돋보이는데, 카메라를 이용해 전방 상황을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띄워주고 가야할 길을 화살표로 안내해준다. 꽤나 선명하고 정확하다. 아쉬운건 순정 내비게이션에서만 작동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네이버·티맵 등 완성도 높은 무선 카플레이 내비게이션과 연동되기를 희망한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더욱 진화했다. 차간 거리를 조절하는 버튼이 사라졌는데, 실제로 써보니 큰 불편은 없다. 그동안 쌓인 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거리를 찾은 듯하다. 앞차가 급격히 끼어들어도 부드럽게 간격을 유지한다. 차선 유지 기능도 한층 발전해 더 부드럽게 스티어링 휠을 돌려준다.

이밖에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라운드뷰 모니터 시스템, 무선 스마트폰 미러링 등 소비자 선호 옵션을 두루 갖췄다. 두 차 모두 '완소 옵션'인 통풍시트가 빠진 건 아쉽다.

BMW X1

일반적으로 비교시승을 하고 나면 어느 쪽으로 마음이 쏠리기 마련인데, X1과 iX1은 각자의 매력이 너무도 뚜렷하다. 무엇보다 겹치는 가격대가 고민을 더욱 키운다.

그간 전기차는 값비싼 배터리 등을 이유로 내연기관 모델보다 비싼 가격표를 달았다. 그러나 iX1 가격은 6710~6950만원으로, 서울시 기준 국고보조금 295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78만원이 보조금이 더해지면 6337~6577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반면, X1 s드라이브20i 가격은 5870~6340만원이다. 지자체에 따라 X1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동일한 차량을 파워트레인별로 고민하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익숙하고 무르익은 내연기관과 점점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전동화의 대결이다. 충분히 매력적인 만큼 행복한 고민을 맘껏 즐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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