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RAV4, 드디어 살만한 PHEV가 나왔다!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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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11 14:00
토요타 RAV4, 드디어 살만한 PHEV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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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모델을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많아졌다. 디젤 대신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일이 흔해졌고, 전기차도 예전보다 도로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실제로 하이브리드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6.3%를 차지했고, 전기차는 369.3%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토요타 RAV4 PHEV
토요타 RAV4 PHEV

그러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아직 찬밥 신세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두루 갖췄지만, 정작 찾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현대차, 기아, 한국GM 등 여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PHEV 시장에 진출한지 얼마 안 돼 떠나면서 매스 마켓이 형성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쉽게 접한 수 있는 PHEV 모델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 PHEV가 찬밥인 이유, '비싸서'

PHEV를 선택하는 이가 많지 않은건 비싸서다.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이 고가의 수입차밖에 없다. 덕분에 2022년 PHEV 판매량은 1만3114대로, 수입차 전체의 4.6%에 불과했다. 하이브리드(7만4207대, 26.2%)는 물론, 전기차(2만3202대, 8.2%)보다도 한참 낮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PHEV가 대부분이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점은 높은 장벽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살펴봐도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등만이 새로온 PHEV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지갑이 얇은 소비자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BMW 530e
BMW 530e

실제로도 많이 비싸다. 기존 내연기관의 파워트레인을 고스란히 유지한 상태에서 모터와 배터리를 추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벤츠 E300e 4MATIC은 8570만원, BMW 530e M 스포츠 패키지도 8590만원이다. 같은 엔진을 공유하는 E250(6960~7610만원)이나 530i (7610~8000)와 비교하면 많게는 1000만원 이상 비싸다. 

전기차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가솔린 모델인 BMW X3 20i(6570~7440만원)나 전기차인 iX3(7740만원, 보조금 제외 가격)와 비교해도 PHEV 모델인 X3 30e(8070~8660만원)가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전기차를 선택하면 연료비와 찻값을 모두 아낄 수 있으니 PHEV를 선택할 메리트가 없다. 

# PHEV 대중화 노리는 토요타 RAV4

결국 PHEV 대중화를 위해서는 접근 장벽이 낮은 대중적인 모델이 필요한데,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업체들의 무게추는 이미 전기차 쪽으로 기운 상태로, PHEV를 준비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하이브리드 개척자인 토요타가 RAV4를 앞세워 PHEV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RAV4 PHEV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가격이다. 판매가는 5570만원으로, 국내에서 살 수 있는 PHEV 중 가장 저렴하다. 앞서 언급한 프리미엄 브랜드 PHEV와는 3000만원 가까이 차이난다. 당장 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5098만원)나 푸조 3008 GT팩(5350만원) 등 비슷한 덩치의 디젤 SUV와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토요타 RAV4 PHEV
토요타 RAV4 PHEV

더 저렴한 국산 하이브리드 SUV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PHEV와 하이브리드의 쓰임새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배터리 용량이 넉넉해 평소에는 전기차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산 하이브리드 SUV는 여전히 오랜 대기 기간을 필요로 한다.

RAV4 PHEV는 배터리만으로 63km를 달릴 수 있다. 수입 PHEV를 통틀어 가장 긴 수준으로, 실제로 타보면 75~80km까지도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한다. 수도권 직장인들의 평균 출퇴근 거리가 30~40km 내외인 걸 감안하면, 주중에는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곤 엔진을 쓸 이유가 없어진다.  

집밥(완속 충전기)을 먹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배터리 용량은 18.1kW로, 약 3600원이면 가득 채울 수 있다(kWh당 200원 기준). 3600원으로 왕복 63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으니, 광역버스 왕복 요금보다 더 저렴하게 출퇴근이 가능하다. 

토요타 RAV4 PHEV
토요타 RAV4 PHEV

엔진이 결합한 주행 성능은 반전이다. RAV4 PHEV의 합산 출력은 무려 306마력이다. 효율이 워낙 좋아 성능은 빈약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RAV4 PHEV는 178마력을 내는 2.5리터 엔진에 두 개의 전기모터가 추가되는데, 이 모터를 일반 하이브리드(120마력)보다 훨씬 더 강력한 182마력급으로 교체했다.

모터 출력이 워낙 넉넉하니, 다른 PHEV처럼 일정 속도 이상에서 엔진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일상 주행에서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는 전기차처럼 운용할 수 있는 이유다. 또, 주행 상황에 따라 하이브리드 모드로 이용할 수도 있고, EV모드를 차단해 엔진으로만 달릴 수도 있다. 물론, 운전자가 원한다면 306마력의 넉넉한 출력을 모두 쏟아내며 다이내믹하게 달릴 수 있다.

# 싸다고 구성까지 싼 게 아니야!

토요타 RAV4 PHEV
토요타 RAV4 PHEV

저렴하거나 배터리 용량이 넉넉하다는 이유만으로 구성이 빈약한 것도 아니다. 토요타는 RAV4 PHEV를 XSE 단일 트림으로 구성해 스포티함을 살렸다. 그릴은 격자형으로, 휠하우스는 유광 소재로 바꿨고, 사이드 스커트와 전·후면 범퍼 하단에는 금속 장식을 덧댔다. 실내에는 레드 스티치와 패들시프트, 퀼팅 시트로 입체감을 살렸고, 12.3인치 클러스터는 4가지 디자인 테마를 지원한다.

편의사양도 빠짐 없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모두 전동으로 작동되고, 운전석엔 메모리 시트까지 넣었다.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열선 및 통풍 시트도 기본이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 커넥티비티 기능과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까지 마련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들로 가득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더 발전했다. LG U+와 협업해 개발한 U+드라이브가 그 주인공이다. 실시간 내비게이션은 물론, 음원 스트리밍, 팟캐스트 청취, 모바일 TV 시청도 가능하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클로바를 내장해 차량의 주요 기능들도 제어할 수 있다.

주행 보조 시스템은 한층 더 치밀해졌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기능을 비롯해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까지 적용돼 곡선 감속 기능과 정차 후 재출발 기능이 포함된다.

토요타 RAV4 PHEV
토요타 RAV4 PHEV

PHEV의 장점은 명확하다. 출퇴근 같은 짧은 거리 정도는 전기차처럼 운행하고, 먼 거리를 갈 때에는 하이브리드 처럼 쓸 수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과도기에 가장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모델일 수 있다.  

굳이 PHEV가 아니더라도, RAV4는 오랜 기간 세대를 거듭하며 검증된 차다. 1994년 출시 이후 2021년까지 세계에서 1200만대 이상 판매됐다. '하이브리드 원조'인 토요타가 만든 믿음직한 모델인 만큼, '드디어 살만한 PHEV가 나왔구나'란 생각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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