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의 마지막 희망 'e퓨얼이 뭐길래?'…퇴출 위기 벗어날까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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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14 15:02
내연기관의 마지막 희망 'e퓨얼이 뭐길래?'…퇴출 위기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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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던 EU의 계획이 독일의 반발로 무산 위기에 놓였다. EU 이사회는 최근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법안을 투표에 부치려 했지만, 독일과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들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독일의 거부권은 100년 넘게 유지해온 자동차 산업의 패권을 쉽게 내주지 않으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전기차 전환의 시대를 최대한 늦추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e퓨얼'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e퓨얼'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도 탄소 저감 효과가 있으니 판매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e퓨얼이 뭐길래?

e퓨얼은 그린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만든 합성연료로, 기존 내연기관차의 구조 변경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휘발유와 동일한 성분이기 때문에 차량 운행 중 배출가스가 나온다. 하지만 연료 생산 과정에서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쓰기 때문에 친환경 연료로 분류된다. 수억대가 넘는 내연기관차를 한꺼번에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탄소중립 대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생산 과정도 친환경이다. e퓨얼에는 수소 분자(H2)가 필요한데, 태양열과 풍력 등 친환경 발전으로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든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공기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압축돼 e메탄올이 된다. 이후 특정 공정을 거치면 자동차 등에 사용할 수 있는 e가솔린으로 변한다.

e퓨얼은 자동차뿐 아니라 항공·선박 등 근시일 내 100% 전동화가 어려운 이동수단에서도 환영받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2021년 엑손모빌과 함께 e퓨얼 실증 테스트에 나선 포르쉐
2021년 엑손모빌과 함께 e퓨얼 실증 테스트에 나선 포르쉐

# 포르쉐 "e퓨얼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

독일 정부는 내연기관차를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향후 e퓨얼에 약 2조원의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송부문에서도 재생에너지 규정을 고쳐 e퓨얼 항목을 신설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 중 e퓨얼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포르쉐다. 이미 수년전부터 엑손모빌·HIF 등과 함께 수천만 달러를 투자하며 e퓨얼 개발에 힘쓰고 있다. BMW 역시 최근 e퓨얼 관련 스타트업에 1250만달러(약 160억원)를 투자하며 미래 가치를 보고 있다.

특히, e퓨얼 투자를 주도한 포르쉐 올리버 블루메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최대 자동차기업 폭스바겐그룹의 CEO도 겸직하고 있다. 포르쉐뿐 아니라 폭스바겐그룹에 속한 다양한 브랜드들이 e퓨얼 흐름에 발맞춰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HIF 하루 오니 e퓨얼 생산공장=포르쉐
HIF 하루 오니 e퓨얼 생산공장=포르쉐

올리버 블루메는 "전기차 역시 기후 보호 관점에 있어 중요한 노선 중 하나이지만, 세계에는 10억대 이상의 기존 차량들이 존재하며 앞으로도 수십 년 간 도로 위에 존재할 것"이라며 "e퓨얼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동 수단의 파워트레인 유형과 상관없이 CO2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 효과적이고 보완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연기관 엔진을 특별한 개량 및 보완도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과 함께, 기존의 주유소에서 혼합물 또는 단독으로 제공될 수 있어 더욱 현실적"이라며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 소유자들에게도 선택 가능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퓨얼 이미지=포르쉐
e퓨얼 이미지=포르쉐

# 결국은 가격! 그래서 얼마야?

다만 경제성은 아직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대량생산 체계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e퓨얼 생산업체 HIF 글로벌에 따르면 2023년 연간 818배럴수준의 시험 생산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34만6000만배럴, 2027년에는 340만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2022년 우리나라 석유 소비량은 9억4800만배럴에 달한다. 5년이 지나도 국내 소비량의 0.3%에 불과하다. 더 많은 투자와 기업이 필요한 이유다. 

하루 오니 e퓨얼 시험생산 공장=포르쉐
하루 오니 e퓨얼 시험생산 공장=포르쉐

당연히 생산 단가도 비싸다. 현재 e퓨얼 가격은 리터당 5000~1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포르쉐 마르코스 마르케스 e퓨얼 프로젝트 매니저는 "아직 합성연료는 원유만큼 저렴하기 어렵다"면서도 "중기적인 관점에서 대규모 생산이 이뤄진다면 리터당 2달러(약 2600원) 미만의 가격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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