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되어버린 포터·봉고…충전소 점령 심각하네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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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08 09:30
'공공의 적' 되어버린 포터·봉고…충전소 점령 심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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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와 봉고 전기차가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가뜩이나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데, 이들이 충전소를 점령했다는 것이다. 일부 전기차 운전자들은 "주행거리도 짧고 충전 속도도 느린 화물 전기차를 이렇게 고속도로에 대책 없이 풀어놓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누리꾼이 '전기차 충전 절망편'이라며 업로드한 사진
한 누리꾼이 '전기차 충전 절망편'이라며 업로드한 사진

실제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기차 충전 절망편'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게재돼 화제를 모았다. 현대차그룹의 E-피트로 추정되는 전기차 충전소에 현대차 포터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EV가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그 옆에는 여러 대가 줄을 서서 충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애초에 단거리 운송용 차량을 가지고 고속도로에 나온 것이 문제', '전기차 판매에만 몰두하고 충전 인프라 구축은 뒷전인 제조사가 문제',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는 정부가 문제' 등 다양한 의견을 내세우며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포터와 봉고는 왜 '공공의 적'이 됐나?

이들이 '공공의 적'이 된 이유는 일단 많아서다. 지난 2019년 이후 지난달까지 판매된 포터 일렉트릭은 5만269대, 봉고EV는 3만6512대다. 무려 9만대에 달하는 전기 트럭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

이들은 출시되자마자 디젤을 빠르게 대체했다. 당시 최대 27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한 데다가(서울시 기준), 디젤 엔진보다 우수한 주행 성능과 저렴한 유지비 등이 장점으로 꼽히며 많은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았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차 및 공회전 시간이 긴 내연기관 트럭을 대체하는게 환경에 좋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2004년 이후 신차에 허가되지 않았던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무상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비록 작년 2분기로 종료됐지만, 한 번 입소문을 탄 전기 트럭의 인기는 꾸준히 늘어났다. 

사진=기아차 봉고III EV
사진=기아차 봉고III EV

문제는 주행거리가 너무 짧다는 점이다. 애초에 출시 목적이 '도심 내 운송'이었기 때문에 큰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았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경제성이 뛰어나 도심 운송 서비스업에 매력적인 차종이 될 전망"이라며 출시 이유를  밝힌 적이 있다.

포터와 봉고 전기차에는 58.8kWh 배터리가 탑재돼 최대 211km를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짐을 싣지 않았을 때 기준이다. 무거운 짐을 가득 싣는다면 주행거리는 150~180km 수준으로 떨어진다. 게다가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는 겨울철이나 고속도로 주행 등 전기차에게 취약한 환경에서는 달릴 수 있는 거리가 현저히 줄어든다.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느린 충전 속도도 문제다. 현대차 공식 자료에 따르면, 100kW 급속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47분이 소요된다. 최신 전기차인 아이오닉6(18분)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걸린다. 

그러나 E-피트를 제외하고 전기 트럭이 자주 목격되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대부분 50kW급 구형 충전기다. 작년 7월 모터그래프가 직접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70대의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사용 가능한(21대는 고장) 49대 중 50kW 충전기는 28대로 절반을 넘었다. 

그나마 50kW급도 제 속도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직접 충전해보니 60~80% 수준인 30~40kW로 충전될 뿐이다. 고속도로는 충전기는 사용이 40분으로 제한되는데, 이 시간 동안 절반을 겨우 채울 수 있을 정도다. 결국 장거리를 가야 하는 화물차주들은 휴게소를 여러 번 들르거나, 같은 곳에서 두 번 연속 충전하는 '꼼수'를 부려야만 한다. 이러나저러나 충전기를 많이 차지하기는 매한가지다.

#전기 트럭 10만대 시대…올해도 5만대 쏟아진다

더 큰 문제는 전기 트럭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에만 벌써 1만대 가까이 팔렸다. 2월 중순부터 보조금 지급이 재개되자마자 봉고EV는 5025대, 포터 일렉트릭은 4872대 등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나갔다.

평사 휴게소에서 충전 중인 포터2 일렉트릭
평사 휴게소에서 충전 중인 포터2 일렉트릭

환경부가 지난달 발표한 전기차보조금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5만대의 소형 전기화물차에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올해 말이면 10만대를 넘어 13만대에 달하는 전기 트럭이 도로를 달리게 된다. 그러나 충전 인프라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온갖 비난이 애꿎은 차주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포터와 봉고 차주들도 정당하게 돈을 지불한 만큼 충전 행위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라며 "화살의 촉은 친환경차 보급에만 급급해 충전 인프라 확보에는 소홀한 정부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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