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마법!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브랜드 '속사정'이 보인다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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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28 10:06
한 줄의 마법!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브랜드 '속사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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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볼보가 관세청으로 부터 '메이드 바이 스웨덴(MADE BY SWEDEN)'이 적힌 번호판을 사용하지 못하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오랫동안 '볼보 포 라이프(Volvo. for life)'를 쓰던 볼보는 왜 문구를 바꿔서 이런 조처를 받았을까. 

자동차 번호판에 적힌 문구에는 각 브랜드의 철학이 들어있다.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통해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을 알 수 있고,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파악할 수도 있다. 수입차의 경우 본사의 글로벌 공통 문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국내 지사가 별도의 문구를 승인받아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모터그래프가 번호판 가드에 붙은 문구를 모아봤다.

# BMW 'Sheer Driving Pleasure'

우리말로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이다. 전기차 시대에도 절대 변하지 않을 듯한 BMW의 확고한 철학으로, 매년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으면서 신차를 개발하는 이유도 결국 'Sheer Driving Pleasure'라는 목표를 위해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BMW 모델은 운전자 중심적 설계를 바탕으로 앞·뒤 무게 배분 50:50 등 오직 운전자의 주행 감각에 초점을 맞춘다.

# 메르세데스-벤츠 'The best or nothing'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한 대를 만들어도 정확하고 꼼꼼하게 만든다는 장인정신을 드러내는 말이다. 간결하고 명확하면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문구로 평가받는다. 가끔 결함이 발생할 때는 'best가 아니니 nothing이다'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 아우디 'Vorsprung durch Technik'

기술을 통한 진보(영어로는 Progress through Technology)라는 뜻이다. 등장한지 50년이 넘은 아우디의 전통적인 슬로건이다. 자동차의 모든 진화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의미를 가졌다. 1980년대 사륜구동 기술인 '콰트로(Quattro)'가 등장하면서 아우디에 걸맞은 슬로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어로 표기해 더욱 독일차스러운 느낌을 준다.

# 랜드로버 'ABOVE & BEYOND'

랜드로버는 태생부터가 SUV를 위한 회사였다. 짐차로 쓰이던 SUV에 럭셔리를 접목시켜 '오프로드 명가', 또는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걸출한 별명을 얻게 된다. 슬로건인 'ABOVE & BEYOND'는 '한계가 없는 모험정신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나아간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겠다. SUV 전문 브랜드로서, 갈 수 없는 길은 없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 쉐보레 'FIND NEW ROADS'

TV 광고에서 많이 쓰이며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비교적 친숙한 슬로건이다. '당신만의 새로운 길을 찾으라'는 활기찬 의미를 담았다. 형제 브랜드인 캐딜락은 이와 유사한 'MAKE YOUR WAY(당신만의 길을 만드세요)'를 쓴다. 쉐보레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시보레'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나, 2011년 브랜드 국내 공식 론칭과 함께 '쉐보레'라는 표현으로 굳어졌다.

# 재규어 'THE ART OF PERFORMANCE'

1960년대 등장한 재규어 E-타입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평가받는다. 명성에 걸맞게 뉴욕 현대미술관 등 유명 전시회에도 모습을 비추곤 한다. 'THE ART OF PERFORMANCE(성능의 예술)'는 이러한 E-타입의 정신을 이어받아 뛰어난 성능과 매혹적인 디자인, 혁신적인 기술 등이 조화를 이룬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재규어의 의지를 보여준다.

# 토요타 - 'ENJOY YOUR STYLE'

토요타는 '당신의 스타일을 즐겨라'라는 뜻의 'ENJOY YOUR STYLE'을 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하는 회사로서, 자칫 무난한 느낌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종류의 차량을 만들고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토요타를 사라는 자신감일 수도 있겠다. 한국토요타는 최근 라브4 PHEV를 선보이며 '먼저 가치를 보는 당신!'이라는 한글 슬로건을 쓰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반일 감정을 누그러트리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EXPERIENCE AMAZING(놀라움을 경험하라)'를 넣는다.

# 미니 - BIG LOVE

개성만점 브랜드인 미니는 다양한 슬로건을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PLEASE DO NOT TEASE OR ANNOY THE MINI.(미니를 놀리거나 귀찮게 하지 마세요)'부터 'NOT NORMAL(평범함을 거부한다)', 'CREATIVE SOLUTIONS FOR A BRIGHTER URBAN LIFE(더 나은 도시의 삶을 위한 창의적인 해결책)' 등 미니만이 소화 가능한 문장들을 새겨넣는다. 2021년부터는 'MINI. BIG LOVE(작은 미니, 큰 사랑)'라는 심플한 슬로건을 선보였다.

# 지프 'THERE'S ONLY ONE'

자유와 모험의 상징 지프는 그간 'DON'T HOLD BACK(망설이지 마)'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했다. 든든하고 강인한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최근에는 오프로드를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단 하나의 자동차, 또는 그런 차를 소유한 오너를 의미하는 'THERE'S ONLY ONE'을 선보였다.

# 푸조 'MOTION & e-MOTION'

원래는 인간의 감정(emotion)은 행동(motion)으로 이어진다는 뜻인데, emotion의 'e'를 전동화(electrification)를 뜻하는 파란색으로 꾸몄다. 결국에는 푸조 역시 전기차로 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푸조의 형제 브랜드인 시트로엥은 'iNSPiReD BY YOU(당신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습니다)'를, 고급 브랜드 DS는 'SPIRIT OF AVANT-GARDE(아방가르드 정신)'로 꾸몄다.

# 볼보 'MADE BY SWEDEN' / 'SAFETY FOR LIFE'

오랫동안 'Volvo. for life'를 사용하던 볼보는 몇년 전부터 'MADE BY SWEDEN'으로 바꿨다. 해석하자면 '스웨덴이 만든 차' 정도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에서는 'SAFETY FOR LIFE(삶을 위한 안전)'로 다시 바뀐다. 볼보코리아가 수입하는 차량은 미국(S60)과 중국(S90), 벨기에(XC40) 등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에 국내 세관은 소비자들이 'Made in Sweden(스웨덴에서 생산된 차)'로 혼동할 수 있다며 해당 문구를 수정하라고 명령했다. 다행히 스웨덴이나 안전이나 볼보와 잘 어울리는 단어다.

이밖에도 'HYUNDAI FOR LIFE(당신의 삶을 위한 현대, 현대차)', 'Go Further(더 멀리, 포드)', 'the guiding star(길잡이 별, 북극성인 폴스타를 뜻한다)' 등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슬로건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별도 문구를 쓰지 않거나 단순히 브랜드명만 표기하는 브랜드도 있다. 기아와 쌍용차, 링컨, 혼다, 테슬라, 폭스바겐, 포르쉐,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마세라티는 홈페이지 도메인을 적어놓은 점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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