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100만원 할인 해도 재고 쌓여…전기차 나오면 괜찮을까?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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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23 16:16
캐스퍼, 100만원 할인 해도 재고 쌓여…전기차 나오면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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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캐스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작년 11월 5573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12월과 1월 두 달 연속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캐스퍼 판매량
현대차 캐스퍼 판매량

캐스퍼는 지난해 4만8002대(월 평균 4000대)판매되며 경차 시장 최강자로 등극했다. 점유율은 무려 36.1%로, 모닝·레이·스파크 삼각 구도로 저물어가던 경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새해 첫 달 3070대에 그친 것이다. 작년 말부터 할인 프로모션을 이어오고 있음에도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목표인 4만5000대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는 작년 11월 캐스퍼에 대해 약 100만원 가량의 할인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하는 것이었지만, 끝난 후에도 할인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캐스퍼 세일 페스타'로 이름을 바꿔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캐스퍼의 재고가 상당히 많이 쌓인 것으로 전해진다"라며 "생산을 멈출 수는 없으니 재고를 빠르게 소진하기 위해 할인 헤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캐스퍼에 대해 최대 100만원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는 캐스퍼에 대해 최대 100만원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캐스퍼 재고는 할인이 무색할 만큼 빠르게 쌓이고 있다. 캐스퍼 홈페이지에 따르면, 즉시 출고 가능 차량은 838대에 달했다(2월22일 오후 2시 기준). 특히, 인기 없는 특정 차량뿐 아니라 다양한 색상과 옵션이 대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이슈로 생산량이 턱없이 모자라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다른 차종과는 대조된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전망이 더욱 어둡다는 점이다. 캐스퍼 생산을 맡고 있는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올해 목표를 작년(5만대)보다 5000대 낮췄다. 일반적으로 목표량을 전년보다 높게 잡는 것을 고려하면 의외다.

이에 대해 GGM 측은 "전기차 라인 공사를 위해 가동이 중단되는 상황을 고려했다"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다. 일반적으로 라인 공사 전에는 공장을 최대한 돌려 재고를 쌓는 것이 기본인데, 할인까지 하면서 목표를 줄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차 캐스퍼 밴
현대차 캐스퍼 밴

업계 한 전문가는 "한정된 시장에서 꾸준히 열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장작'을 넣어야 하는데, 캐스퍼에는 이같은 변화를 주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캐스퍼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페이스리프트나 풀체인지도 어려운 데다가, 가격을 낮게 유지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편의사양을 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면서 "내년에 캐스퍼EV가 나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버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캐스퍼EV의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작은 차체와 효율을 고려해 배터리 용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주행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경차는 경제성이 중요한데,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캐스퍼EV를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터그래프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만7520명 중 무려 47.1%인 8249명이 전기차 살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주행거리를 꼽았다. 

모터그래프 설문 결과
모터그래프 설문 결과

게다가 캐스퍼EV에 앞서 기아가 레이EV를 먼저 투입할 예정이다. 가뜩이나 경차 수요도 한정적인데, 경형 전기차 수요는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박스카인 레이가 넓은 실내공간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할 경우 캐스퍼EV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지게 된다. 레이EV가 기대 이하로 안 팔리더라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비슷한 사양으로 출시될 캐스퍼EV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차를 구매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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