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헤파필터는 없다! 에어컨 필터, 어떻게 골라야 할까?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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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22 15:03
차량용 헤파필터는 없다! 에어컨 필터, 어떻게 골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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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테슬라의 생화학무기 방어 모드가 화제를 모았다. 바깥에서 연막탄이 터져도 실내 공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자동차용품 시장에 헤파필터 혹은 H11 필터라는 제품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부터다. 

차량용 에어컨 필터 교환 장면
차량용 에어컨 필터 교환 장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량용 헤파필터'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헤파라고 말하는 등급은 대형 공조 시스템 규격이다. 반도체 생산시설, 병원 수술실과 음압병실에서 쓰는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온풍기 설비가 여기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E10~E12를 EPA, H13~14를 HEPA, U15~17을 ULPA라고 한다.

그런데 자동차용 에어컨 필터를 검색하면 헤파(HEPA, H11)라는 표시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차량용 규격으로 시험한 뒤, 그 결과를 대형 공조 시스템 기준으로 잘못 표기한 제품들이다. 

이에 대해 불스원 관계자는 "차량용 에어컨 필터는 등급을 분류하는 기준이 없다"면서 "실제로 헤파 필터를 사용했더라도 'H' 등급을 표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오는 7월부터 시정조치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용 에어컨 필터와 공조 시스템용 필터의 평가 방식은 엄연히 다르다. 공조 시스템용 필터는 미국냉난방공조기술자학회(ASHRAE 52.2)와 유럽(EN1822)의 기준으로 측정된다. 반면 차량용 에어컨 필터는 독일공업규격(DIN 71460-1)을 쓴다.

불스원 관계자는 "차량용 필터는 입자 직경 0.3~10.0㎛ 범위의 미세먼지를 통과시켜 먼지 제거 효율을 측정하는 방식"이라며 "반면, 헤파필터는 가장 제거가 안 되는 입자의 제거 효율을 측정한다"고 설명했다.

에어컨 필터 시험 평가표

그렇다면 차량용 필터를 잘 선택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등급 대신 공기 정화 성능을 수치화한 '데이터'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심히 봐야 하는 수치는 미세먼지 및 유해가스 제거 효율이다.

두 수치는 DIN 71460-1, DIN 71460-2 규격으로 각각 측정된다. 미세먼지 제거 효율은 0.3~10.0㎛ 크기의 먼지 입자 정화 능력을, 유해가스는 톨루엔(Toluene), 노멀뷰테인(N-butane), 아황산가스(SO2)가 1분, 5분 뒤 얼마나 제거되는지가 중요하다. 제거 효율(%)이 높을수록 필터의 성능은 뛰어난 것이다.

이밖에 필터의 공기 투과율, 항균도, 항곰팡이성, 탈취율 등도 참고 지표가 된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곰팡이에 민감하거나, 차량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 것 같다면 관련 성능에 특화된 제품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불스원 필터 라인업. 다양한 기능을 가진 필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불스원 관계자는 "항균 필터는 곰팡이 발생을 억제하고, 활성탄 필터는 배기 가스와 신차 냄새 등 곰팡이 외 다양한 원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인체 유해 물질들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항균 또는 활성탄이 함유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에어컨 필터 교체 권장 주기는 6개월 또는 5000~1만km 내외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환절기에 맞춰 필터를 더 자주 교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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