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또 격려금 전쟁…사장실 점거 "우리도 똑같이 달라"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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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20 11:00
현대차그룹, 또 격려금 전쟁…사장실 점거 "우리도 똑같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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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특별 격려금'으로 인한 혼란을 겪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전직원에 격려금을 지급하자 그룹 내 계열사 노조가 같은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모비스는 20일, 전직원에게 3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현대차와 기아보다 280만원가량 낮은 것으로, 노조는 불만을 품고 작년에 이어 또 사장실을 점거하고 투쟁에 나섰다.

지난 17일 현대차와 기아는 전 직원에게 현금 400만원과 180만원 상당의 주식을 준다고 밝혔다.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데 따른 보상이다. 

현대모비스 역시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지만, 이보다 낮은 300만원을 받게됐다. 사측은 "글로벌 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용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 및 영업이익률이 감소한 만큼 현대차와 기아만큼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 17일부터 사장실을 점거하는 등 강력한 행동에 나섰다.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망에도 불구하고 사상 처음 연매출 50조원을 기록했고,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한 해외 업체를 대상으로 약 5조7000억원의 실적을 달성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작년에도 이와 똑같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당시 현대차·기아가 400만원을 지급했으나 현대모비스는 아예 주지 않겠다고 버텼다. 노조는 심각하게 반발했고 결국 같은 금액을 지급했다. 

현대모비스 조성환 사장
현대모비스 조성환 사장

그러나 올해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대모비스 사측은 노조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지 않고 300만원을 바로 지급할 예정이라 통보한 상태다.

현대모비스 조성환 사장은 20일 사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 지정학적 리스크,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용 상승 등의 대외 요인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며 "2022년은 2021년 대비 영업이익 및 영업이익률이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성원들의 노력을 격려하기 위해 금일 300만원의 특별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모비스 직원은 "작년에 갈등을 겪을 당시에는 그래도 노조와 협의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다"라며 "사측 마음대로 강행하는 것은 올해는 노조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용 상승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대차와 기아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더 달라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달라고 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같은 노조의 반발은 현대모비스뿐 아니라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제철 등 그룹 내 계열사들로 번져갈 전망이다. 이들은 작년에도 현대차, 기아와 동일한 격려금을 지급하라며 사측과 대립해 동일한 금액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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