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이 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수십만원대의 도시가스 요금 청구서를 받아들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100만원대의 관리비 고지서까지 등장했다. 세계적인 LNG 가격 폭등의 결과다. 

현대 수소차 넥쏘
현대 수소차 넥쏘

곡소리가 나는건 난방비 만이 아니다. LNG 폭등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수소차 오너들과 시내버스 운수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도시가스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 자동차에서 무슨 일이 생긴걸까. 모터그래프가 그 원인을 파헤쳐봤다. 

# LNG 폭등의 나비효과는 수소와 CNG로

LNG 가격은 실제로 많이 비싸졌다. 이달 국제 LNG 거래 가격은 1톤당 1255.041달러로 1년 전인 2022년(843.927달러)보다 48.7% 올랐다. 작년 2월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개시한 시점이다. 전쟁이 LNG 가격 상승의 주범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수소 가격이 오른 이유도 LNG 때문이다. 세계 수소 생산량의 94% 이상이 LNG에서 추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kg당 8374원이었던 전국 수소 평균 가격은 올해 9299원까지 뛰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1만원을 넘긴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앞으로 얼마가 더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수소차 오너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년째 현대차 넥쏘를 타고 있는 A씨는 "충전소도 별로 없는데 수소 가격은 비싸지고 있다"면서 "차라리 전기차를 살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행거리나 연료 가격을 따져보면 디젤이나 LPG와 비교해도 메리트가 많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간선 버스
서울시 간선 버스

LNG를 가공한 압축천연가스(CNG)도 마찬가지다. 2022년 1㎥(입방미터)당 640원대였던 수송용 CNG 가격은 올해 1600원대까지 올랐다. 주요 대도시의 시내버스는 대부분이 CNG를 쓰고 있어 운수 업체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버스 운수회사 임원 B씨는 "지금대로라면 연간 수백억원의 연료비가 더 부담되는 상황"이라며 "서민들의 이동수단이다 보니 요금 인상 이야기가 나오는것도 죄송스러운데, 연료비까지 올라 경영상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같은 '가스'여도 LPG는 영향 없는 이유

그렇다면 같은 '가스'인 LPG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다른 영향은 없다. 두 연료는 전혀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원료다. '액화석유가스(Liquefied Petroleum Gas, LPG)'와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LNG)'라는 이름처럼 LPG는 석유 정제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가공한 것이며, LNG는 천연가스를 압축 및 냉각해 만든다. LPG가 가공품이라면, LNG는 땅 속에서 추출된 지하자원 그 자체인 셈이다. 

르노코리아 QM6의 LPG탱크
르노코리아 QM6의 LPG탱크

두 연료의 가격 흐름도 다르다. LPG가 중동 등 산유국 중심의 석유 거래가격의 영향을 받는 반면, LNG는 미국을 비롯해 호주와 러시아 등 주요 LNG 수출국의 생산 여건에 따라 결정된다. 국제유가가 올라도 LNG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거나, LNG 가격이 올라도 LPG 가격은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LPG와 LNG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LNG가 연일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반면, LPG의 원료가 되는 석유는 비교적 안정된 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두바이산 원유 거래 가격은 배럴당 84.91 달러로, 전년(92.72 달러) 대비 8.42% 떨어졌다. 48.7% 오른 LNG와는 확실히 다른 양상이다. 

차량용 LPG 가격도 하락세다. 대한LPG협회에 따르면 2월 2주차 차량용 LPG 연료 가격은 전국 평균 992.68원이다. 고유가 기조였던 작년(1051.04원)과 비교해 5.55% 내려갔다. 국내 양대 LPG 업체인 SK가스와 E1도 4개월째 공급가를 내리고 있는 추세다. 

# 정부 지원책은 없다 

문제는 수소차와 운수업계를 지원할 정부의 대책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특례 할인 요금제를 시행했던 전기차나, 유류세 한시 인하책을 썼던 휘발유 및 디젤과 대조된다. 수소 버스를 도입하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요금 할인과 유지비를 지원해주겠다는 제도만 있을 뿐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버스 업체의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정부가 버스 요금 인상 계획을 하반기로 미뤄뒀을 뿐, 운수 업체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경기도가 준공영제 재정지원금을 조기 집행했고, 목포시가 추가 예산 편성으로 버스 업체들을 지원하는 등 일부 지자체의 자구노력이 있을 뿐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절약'을 강조하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난방 수요가 줄어들면 LNG 수급 및 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기대다. LNG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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