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출신 볼보 CEO "한국 소비자 수준 높다, 매년 신상 전기차 출시"
  • 스웨덴 예테보리=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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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10 14:00
다이슨 출신 볼보 CEO "한국 소비자 수준 높다, 매년 신상 전기차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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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사령탑 짐 로완을 스웨덴에서 만났다. 다이슨 CEO 출신인 그의 커리어는 자동차와 관계가 없어 보였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도는 물론 볼보의 전동화 전환과 탄소 중립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올해에는 전기차 생산량을 2배로 늘리고, 매년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하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도 털어놨다.

로완 CEO의 거침없는 소신도 인상적이었다. 수소, 합성연료, 바이오연료 등 전기차의 대체 수단으로 거론되는 기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고,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화려한 제품을 만들 생각은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짐 로완 볼보 CEO
짐 로완 볼보 CEO

Q. 한국에서 볼보의 인기가 높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분석하나

볼보는 한국 시장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브랜드의 인지도도 높고, 실적도 좋다. 볼보와 한국 모두 첨단 기술 트렌드에 많은 관심이 있고, 한국 소비자들은 볼보의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원하는 것으로 아는데, 한국의 도시들은 이를 바탕으로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고, 디자인에 대한 높은 안목도 볼보가 한국에서 좋은 결과를 낸 이유라고 본다. 

Q. 전동화 계획은 잘 추진되고 있나

잘 진행되고 있다. XC40 및 C40 리차지, EX90 등 3개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췄고, 올해에는 전기차 생산량을 작년보다 2배 늘릴 예정이다. 소형급 전기차 출시도 준비하고 있고, 향후 3~4년간 매년 새로운 전기차를 한 대씩 내놓을 것이다. 볼보는 폴스타의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는데, 폴스타가 내놓을 차들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전기차의 수는 이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 

Q. 전동화 이후 엑설런스 같은 고급 제품군을 또 만나볼 수 있을까

우리는 프리미엄 브랜드지 럭셔리카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크롬을 많이 사용하고 고급스러운 제품처럼 보이기 위해 다양한 화학 처리를 하는 화려한 브랜드로 보이고 싶지도 않다. 지속가능성을 지켜가면서 럭셔리를 추구한다는 것도 매우 어렵다. 화려함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은지를 물어보는 것이라면 그럴 계획은 없다고 답하겠다.

볼보 C40 리차지
볼보 C40 리차지

Q. 전기차를 볼 때, 주행거리 등 특정 성능만을 보는 경향이 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특정할 수는 없다. 좋은 차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개이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성능을 넘어 연결성을 비롯한 다양한 첨단 기술과의 조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승차감과 뛰어난 품질을 갖는 것도 중요하겠다.

Q. 회사의 입장에서는 어떤게 중요할까

서비스 인프라를 확대하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게 단연 중요하다. 차량 구입은 물론 정비를 위해 입고하는 과정 등은 회사와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창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경영적인 측면도 빼놓을 수 없는데, 투자자들을 설득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 능력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Q. 탄소 발자국을 생각해보면 전기차도 환경 문제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동차의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배터리를 얼마나 더 오래 쓸 수 있을지, 폐배터리는 어떻게 재활용할지에 대한 문제도 고민거리다. 당장은 생산 과정에서 철강, 알루미늄 등의 자원이 재순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지 못하더라도 그에 가깝게 달성하고자 노력하겠다. 

볼보 EX90을 소개하고 있는 짐 로완 CEO
볼보 EX90을 소개하고 있는 짐 로완 CEO

Q. 수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나도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수소차는 정말 흥미롭게 보고 있다. 시스템으로서 운영되는 심플함, 화학반응의 결과물이 수증기뿐이라는 점 등 엔지니어링 적인 관점이 대표적이다. 지구를 위해서도 청정에너지로서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가진 것도 인상적이다. 다만 완전히 수소로 전환하기엔 장애물들이 많다. 수소 특유의 큰 화학 반응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의 문제 때문에, 승용차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어떻게 청정 수소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이슈도 있기 때문에 아직은 너무 초기 단계인 것 같다.

Q. 바이오 연료 등 대체연료 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바이오 연료와 합성 연료는 화석연료보다 덜 해롭다는 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문제 같은데, 어떠한 형태로든 탄소 배출은 피할 수 없다. 투자와 엔지니어링 등 효율적인 측면에서 봐도 배터리 전기차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배출이 더 적은 바이오 연료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전기 추진 시스템보단 덜 효율적일 것이다. 어떤 브랜드들은 여전히 내연기관이 지속될 것이라고 희망하는데, 공장이나 노조, 협력업체 등과의 이해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Q. 볼보는 안전 못지 않게 스웨덴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는 브랜드 같다.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 계획은 없는지

엔비디아, 퀄컴, 루미나르 같은 기술적 파트너들과 협업하곤 있지만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건 없다. 스칸디나비아 브랜드 특유의 아웃도어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브랜드라면 어떤 협업 포인트가 있을지 살펴볼 수도 있겠다. 이와 별개로 지속 가능한 회사를 넘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도 노력하겠다.

Q. 볼보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최대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자 하는 게 목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볼보가 하는 모든 영역이 포함된다. 대표적인 건 생산 과정에서의 친환경까지 추구하는 것이다. 생산과 조달 등 모든 측면에서 협력하고 있는 파트너들에게도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프로세스를 강조하고 있다. 앞서 2025년에는 2018년 대비 탄소 발자국을 40% 줄일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는데, 이 부분은 잘 진행되고 있으며, 2040년까지는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룰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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