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안전' 의심하지 마! 스몰오버랩 빗겨치기는 의도한 것? [인터뷰]
  • 스웨덴 예테보리=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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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08 12:34
'볼보=안전' 의심하지 마! 스몰오버랩 빗겨치기는 의도한 것?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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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당시 볼보 XC90의 스몰오버랩 테스트는 큰 화제를 모았다. 유수의 자동차 업체가 줄줄이 낙제점을 받는 가운데, 볼보는 일명 '빗겨치기'로 차량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했다. 그해 테스트에서 최고점을 획득하며 더 가혹해진 충돌 평가에서도 '볼보=안전'이란 수식어를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물론, 의문이 없는 건 아니다. 충돌체를 비켜나간 차가 2차 사고를 발생시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볼보는 이런 점까지 고려한 설계를 했을까. 27년째 볼보에서 충돌 테스트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토마스 브로버그에게 '빗겨치기'의 비결에 관해 물었다.

볼보 XC90 IIHS 스몰오버랩 테스트 장면
볼보 XC90 IIHS 스몰오버랩 테스트 장면

Q.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A. 충돌 테스트는 말 그대로 특정 조건을 가정한 랩(Lab) 시험에 불과하다. 이건(빗겨치기) 의도된 설계가 아니며, 통제된 조건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다. 

Q. 충돌체에서 이탈한 이후 2차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을까

A. 볼보에겐 얼마나 안전한 차량을 만드냐가 더 관심 있는 문제다. 실제 사고는 어떤 속도로 어디에 충격이 갈지 모르기 때문에 2차 사고 등 그 외의 다른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Q. 오랜 기간 안전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비결이 있다면

A. 볼보는 50여 년 전부터 교통사고 현장을 조사해오고 있다. 보험사와 함께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계를 산출하고 있다. 볼보가 충돌 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건 교통사고 조사단들이 쌓아온 데이터 덕분이기도 하다. 

토마스 브로버그 볼보 세이프티센터 총괄
토마스 브로버그 볼보 세이프티센터 총괄

Q. 실제 교통사고 조사 데이터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다면

A. 차량과 차량이 정면충돌할 때의 안전성이 미비하다는 걸 알게 된 적 있다. 이런 점들을 조기에 파악해 자체 충돌 테스트를 진행해왔고, 1980년대 미국에서 이와 유사한 테스트가 시행된 시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오랜 기간 쌓아온 데이터를 통해 차체 특정 영역의 취약점들을 알 수 있는 좋은 사례다.

Q. 한국에서는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떤 연구가 되고 있나

A. 연료 탱크의 충돌 안전성이 중요하듯 배터리팩도 당연히 보호받아야 한다. 세이프티 센터 측에서 충돌 상황을 가정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배터리를 감싸는 레이어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배터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자체적으로 진단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도 발전시키고 있다. 

Q.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도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다른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배터리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 폭발 위험성은 당연히 높고, 불을 끄기도 어렵다. 결국 화재를 얼마나 정확하고 신속하게 진압하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볼보는 이런 점에 착안해서 소방관들과 화재 진압 연습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볼보 충돌테스트 센터
볼보 충돌테스트 센터

Q. 볼보는 180km/h로 속도 제한을 두고 있는데, 안전과는 얼마나 관계가 있나

A. 사실 180km/h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거의 없다(웃음). 실제 사고들을 보면 대부분은 60km/h 인근에서 발생하며, 충돌 테스트를 60km/h에서 시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속도를 180km/h로 제한한 건 다소 민감한 주제인 게 사실이다. 소비자들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니 실제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논쟁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할 일을 했다고 본다. 자동차 사고의 사망 원인은 크게 세 가지인데, 첫 번째가 속도, 두 번째가 음주운전, 세 번째가 안전벨트다. 제한 속도를 설정해서 하나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이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여전히 안전벨트를 하지 않는 운전자가 많다. 안전벨트를 잘 매고, 제한 속도에 맞춰 운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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