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가 왜 4등급? 이상한 자동차안전도평가 '믿어도 되나?'
  • 신화섭
  • 좋아요 0
  • 승인 2023.02.02 13:23
이 차가 왜 4등급? 이상한 자동차안전도평가 '믿어도 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명확하지 않은 평가 기준과 국산차에 더 유리한 등급 규정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2022년 KNCAP 결과를 발표했다. 총 7개 모델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평가에서 기아 니로EV·현대차 아이오닉6·제네시스 GV70은 1등급, 쌍용차 토레스·BMW X3는 2등급, 볼보 XC40 리차지는 3등급, 폴스타 폴스타2는 4등급을 받았다.

폴스타2 충돌 테스트(캡처=KNCAP 유튜브)
폴스타2 충돌 테스트(캡처=KNCAP 유튜브)

XC40과 폴스타2가 최하위 등급을 받은 것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XC40은 수십년 넘게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볼보의 SUV고, 폴스타2는 이런 볼보와 플랫폼 등 다양한 부분을 공유하는 형제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차종은 이미 미국과 유럽의 충돌안전테스트 평가에서 모두 최고 등급을 획득하며 '가장 안전한 차'라고 인정받은 모델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KNCAP 세부 자료에 따르면 XC40은 83.7점, 폴스타2는 84.4점을 받았다. 1등급 커트라인인 종합점수 82점을 여유 있게 넘겼음에도, 사고예방안전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등급이 2~3단계나 하락한 것이다.

KNCAP 측은 "종합 점수와 관계없이 충돌안전성, 보행자안전성, 사고예방안전성 분야에서 일정 기준 이하의 점수를 받으면 '과락'으로 평가하고 등급을 낮춘다"고 설명했다.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다른 분야에서 만점을 받아도 한 분야의 점수가 낮으면 등급이 떨어져 '안전하지 않은 차'가 되기 때문이다. 

사고예방안전성(20점 만점)에서 XC40 리차지는 11.2점, 폴스타2는 9.19점을 받았다. 해당 분야는 비상 자동 제동장치, 차로 유지 지원장치, 사각지대 감시장치, 후측방 접근 경고장치, 최고속도 제한 장치, 긴급 조향 등이다. XC40과 폴스타2는 차로 유지 지원장치(4점 만점)에서 각각 0점과 1점에 그쳤다.

문제는 여기다. 차로 유지 지원장치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1등급인 차가 단숨에 3~4등급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4등급을 받은 폴스타2의 경우 충돌 안전성과 외부통행자 안전성 분야에서는 모두 별 다섯 개를 받을 만큼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말 그대로 예방 차원인 사고예방안전성 항목이 충돌 및 외부통행자 등 근본적인 안전성 평가를 뒤집을 정도로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폴스타2 평가 세부 점수
폴스타2 평가 세부 점수
아이오닉6 세부 평가 점수
아이오닉6 세부 평가 점수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좋은 평가(우수, GOOD)를 받은 아이오닉6와 비교하면 더 이해가 안 된다. 아이오닉6의 종합점수는 89.9점으로 폴스타2보다 4.5점 높다. 그러나 사고예방을 뺀 충돌 및 외부통행자 안전성에서는 폴스타2가 75.237로, 아이오닉6(73.960)보다 오히려 더 높다. 

아이오닉6는 충돌 안전성에서 폴스타2와 같은 별 다섯 개를 획득했다. 그러나 외부통행자 안전성에서 폴스타2보다 낮은 별 네 개를 얻는데 그쳤다. 특히, 비상 자동 제동장치 항목에서 0점을 받았다. 야간에 보행자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이유다.

업계 한 전문가는 "차로를 스스로 유지하지 못하는 것보다 야간에 보행자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더 심각한 안전 문제가 아니냐"라며 "KNCAP의 등급 제도는 차량의 전반적인 안전성을 나타내기에 부적절해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볼보 XC40 리차지는 미국 IIHS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탑세이프티픽+'를 받았다
볼보 XC40 리차지는 미국 IIHS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탑세이프티픽+'를 받았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와 다른 결과도 논란이다. XC40은 미국 IIHS와 유로NCAP에서, 폴스타2는 미국의 NHTSA와 유로NCAP에서 모두 최고 등급을 받았다. 게다가 이들은 KNCAP이 낮은 점수를 준 주행 보조 사양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안전한 자동차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안전하지 않은 차가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국내 교통환경과 평가 기준을 고려한 안전 기술이 미흡한 것이 사고예방안전성에서 낮은 등급을 받게 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양희원 부사장(오른쪽)이 2022 자동차안전도평가 우수상을 수상하고 있다. 수상 차종은 아이오닉6.
현대차 양희원 부사장(오른쪽)이 2022 자동차안전도평가 우수상을 수상하고 있다. 수상 차종은 아이오닉6.

어느 정도 납득가는 설명이지만, 국제 표준에 맞출 필요도 있어 보인다. 이런 불이익(?)이 대부분 국산차가 아닌 수입차에서 발생하는 탓에 업계의 불만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비슷한 일이 벌써 몇년째 발생하고 있다"면서 "안전한 차 시상식에 현대차 임원이 나와서 상을 받는 것이 정부 입장에서 좋을 수 있겠지만, 이를 위해 다른 수입차 업체들을 들러리로 세우는게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등급이 떨어진 차는 전부 수입차였다. 아우디 Q7을 비롯해 폭스바겐 티구안과 테슬라 모델3, 폴스타 폴스타2, 볼보 XC40 리차지, BMW X3 등은 높은 종합점수에도 불구하고 과락으로 등급이 하향 조정돼 '안전하지 않은 차'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현재의 '과락' 제도는 얼핏 제조사에게 좋은 차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특정 차량이 안전에 취약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뿐 아니라, 제조사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나날이 발전해 가는 최신 자동차 기술에 맞춰, 이를 평가하는 기준도 보다 명확하고 공정할 필요가 있겠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