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전기차 포비아'다. 계속된 대형 화재로 인해 전기차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부에서는 아예 출입을 금지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지난 9일 오후 10시경 세종시 한 국도를 달리던 테슬라 모델Y 전기차에서 불이 나 차량이 전소했다. 반대편 차량과 충돌하면서 시작된 불은 '펑' 소리와 함께 거세지며 차량 전체를 뒤덮었다. 소방 인력 50여명, 소방차 등 장비 17대가 동원됐지만 진압하는 데 1시간 이상 걸렸다. 운전자는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수리를 위해 서비스센터 앞에 세워둔 테슬라 모델X에서 화재가 났다. 소방 당국은 배터리 발화 의심 신고를 받고 미리 현장에 출동했지만, 전기차에 붙은 불을 끄기란 쉽지 않았다. 이때도 소방 인력 65명, 차량 27대가 투입됐고 2시간48분이 지나서야 잡혔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건물 주자창에 전기차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건물 주자창에 전기차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계속되자 시민들 사이에서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충돌 사고뿐 아니라 충전이나 주차를 해놓은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자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는 전기차 옆에 주차하기 무섭다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건물 내 주차장에서 전기차 충전을 못 하게 했으면 한다"며 "일반 차량들이 주차 공간 뺏기고 폭발 화재 위험 떠안아야 하는 게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나면 소방차가 못 들어간다"면서 "전기차는 외부에 따로 주차하게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건물에서는 전기차 출입 자체를 금지하는 곳도 나왔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건물은 '(지하 주차장 전역에)전기차 출입을 제한합니다. 전기차 주차 발견시는 관리소에 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란 안내문을 붙였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건물도 전기차 입차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소방당국이 전기차 화재진압에 나서고 있다=소방청
소방당국이 전기차 화재진압에 나서고 있다=소방청

전기차 화재가 위험한 이유는 배터리 열폭주 현상 때문이다. 전기차에는 배터리 수천 개가 셀을 이뤄 탑재되는데, 셀 안에 불이 붙으면 열이 급속도로 오르는 열 폭주 현상이 나타난다. 소방청과 국립소방연구원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 진화까지 최소 2시간에서 많게는 16시간까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폭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배터리 부분을 완전히 물에 잠기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동형 수조를 이용하는데, 길목이 좁은 골목이나 지하주차장에는 해당 장비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 평평한 지형이 아니면 물이 새는 문제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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