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1위' 캐스퍼, 5만대 팔고도 웃을 수 없는 3가지 이유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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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09 11:26
'경차 1위' 캐스퍼, 5만대 팔고도 웃을 수 없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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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캐스퍼가 2022년 경차 1위에 등극했다. 작년에만 4만8002대 판매되며 단숨에 모닝·레이·스파크를 제압했다. 캐스퍼 덕분에 국내 경차 시장은 13만2911대로, 전년(9만8743대) 대비 34.6%나 성장했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10만대 선을 회복한 것이다. 캐스퍼 위탁 생산을 맡은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국내 경차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마냥 즐겁게 웃을 수는 없다. GGM과 캐스퍼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매년 낮추는 목표 생산량, 점점 쌓이는 재고 물량, 꽉 막힌 수출 시장 등 캐스퍼가 계속 잘 팔릴지는 조금 의문이다. 

#첫 번째 이유, 목표 낮춰잡는 GGM

현대 캐스퍼 디 에센셜
현대 캐스퍼 디 에센셜

GGM의 당초 연간 생산량은 7만대였다. 출범 당시 현대차와 5년간 35만대를 만들겠다는 상생 협약 조건에 따른 내용이다. GGM은 2021년 9월 캐스퍼를 출시하며 "올해 1만2000대를 찍어내고, 내년부터는 연간 7만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수치는 2022년 초 돌연 5만대로 돌연 바뀌었다. 7만대 이야기를 한지 불과 4개월여 만이다. 게다가 올해는 여기서 더 낮아진 4만5000대다. 작년 실적인 4만8002대보다 3000대가량 줄어든 숫자로, 내부에서도 이미 캐스퍼 판매량이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GGM 측은 "전기차 라인 공사를 위해 가동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 라인 공사 직전에는 여유 재고분을 충분히 확보하는게 필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5년 35만대' 자체를 의심하기도 했다. 목표를 일부로 높게 잡아 사측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광주광역시와 현대차가 체결한 '상생협의회 운영 부속 결의'에 따르면, GGM은 35만대 생산을 달성하기 전 까지 별도의 임금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될 뿐더러 '무노조 체제'도 유지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 계속 쌓이는 재고

캐스퍼 재고 현황을 볼 수 있는 홈페이지
캐스퍼 재고 현황을 볼 수 있는 홈페이지

생산 목표를 줄인다는 것은 그만큼 판매량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캐스퍼는 재고 물량이 전국 각지에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는 출시 1년 만에 캐스퍼 사양을 조정했다. 이른바 '가성비 트림(디 에센셜)' 트림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더 많은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함이다. 캐스퍼가 경차 치곤 비쌌다는 걸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100만원 할인'이란 이례적인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작년말에 이어 이번달에도 캐스퍼는 100만원 깎아준다. 현대차는 최근 반도체 수급난과 공급 부족을 이유로 프로모션을 대폭 줄였는데, 이런 행보와는 극명히 대조된다. 

캐스퍼 홈페이지에는 '빠른 출고차' 항목도 있다. 대부분이 출고장에 보관된 상태라 '즉시 출고'가 가능하다. 1월6일 기준으로 출고 가능 모델은 340대 수준으로, 전시차도 없는 다른 인기 모델과 비교하면 재고가 많이 쌓여있다는 평가다.    

#세 번째 이유, 수출이 없다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

결국 수출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팔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지 생산시설을 갖춘 인도, 중국, 남미는 무리다. 동남아시아에도 공장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 처럼 큰 차를 선호하는 나라가 캐스퍼 같은 차량을 선호할 이유는 없다. 

'경차 왕국' 일본도 결코 쉽지 않다. 일본은 매년 170만대 가량의 경차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17배에 달하지만, 일본 경차 규격을 충족하기에 캐스퍼는 너무 크고 배기량도 높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건 유럽인데, 캐스퍼는 수출도 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가 '내수 물량'에만 국한해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유럽에는 현대차의 A세그먼트 SUV 라인업이 없는 반면 기아는 피칸토(모닝) X라인으로 나름의 구색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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