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CTS, 독일 장벽 무너뜨려야 산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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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6.23 18:21
[시승기] 캐딜락 CTS, 독일 장벽 무너뜨려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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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베를린을 가로지르던 콘크리트 장벽이 무너지자 독일의 '국격'은 크게 높아졌다. 이후 독일을 둘러싼 다른 나라들이 넘볼 수 없을만한 '경제력의 장벽'이 더 높이 쌓였다. 독일 기술력의 상징인 자동차 산업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세계 시장서 매달 역대 최다판매대수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한다. 엔진 다운사이징, 경량화 등 업계의 유행과 첨단 기술까지 독일 브랜드가 주도하는 양상이다.

국내 상황은 더 극적이다. 한때 수입차 판매를 주도하던 미국 브랜드는 물론, 미국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는 일본 브랜드까지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세계 시장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독일차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GM코리아는 이런 어려움 속에 신차를 내놨다. 신형 CTS를 시작으로 매년 신차를 내놓는다고 했다. 또 쉐보레와 복합 매장을 운영해 판매와 AS 거점을 늘리고 국내 시장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GM코리아 장재준 사장은 “캐딜락은 국내 시장에서 향후 5년간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다”며 “라인업을 보강할 것이며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캐딜락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매력적인 CTS의 성공은 캐딜락 브랜드의 부활과 직결된다. 그래서 3세대로 풀체인지된 신형 CTS는 철저하게 글로벌 시장, 특히 독일차를 겨냥해 개발됐다. 목표는 훌륭하게 달성했다. 최신 트렌드를 잘 따랐고, 몇몇 부분은 독일차를 압도하기도 해서다.

◆ 온순해진 캐딜락 디자인, 여전히 개성은 살아있다

캐딜락의 디자인은 독특하다.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 유행에 따라 개성이 사라지고 디자인은 점차 비슷해지는 상황이라 캐딜락의 개성은 더욱 돋보인다. 하지만 튀는 디자인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보기엔 좋지만 구입하기엔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수 있다.

 

CTS가 처음 등장한 2002년만 해도 매우 파격적이었다. 신형 CTS는 한층 차분해졌다. 바짝 날이 선 ‘각’은 다소 부드러워졌다. 그러면서도 세부적인 디자인은 여전히 날카롭다. 헤드램프는 더욱 공격적으로 진화했고, 세로로 길게 늘어선 LED 주간주행등은 꽤 독특하다. 라디에이터 그릴도 차분해졌지만 캐딜락 특유의 각은 여전하다. 보닛의 깊은 주름은 신형 CTS를 사납게 보이게 한다.

 

후륜구동과 사륜구동이지만 오버행은 꽤 길어서 존재감이 대단하다. 

천장에서 트렁크까지 부드럽게 이어진 모습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패스트백’ 디자인이 떠오른다. 요즘은 워낙 쿠페 스타일이 유행하다보니 이젠 이 정도면 정통 세단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여러 세부적인 디자인에 비해 휠은 단순하다. 국내에는 총 3가지 휠이 제공되는데 모두 평범하다. 뒷모습은 1세대부터 이어진 디자인을 잘 다듬은 정도로 큰 변화는 없다.

 

실내는 장족의 발전이다. 외관 디자인의 콘셉트가 그대로 이어진 것도 보기 좋다. 최고급 소재와 수준 높은 마감, 첨단 기술 등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비슷한 가격대의 독일차에 비해 월등히 잘 꾸몄다. 마치 재규어 XJ가 떠오르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은 무척이나 화려하다. 스티어링휠의 버튼으로 레이아웃을 바꾸거나 내비게이션, 트립 컴퓨터 등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캐딜락의 최신 CUE(Cadillac User Experience)가 접목된 터치스크린은 이색적이다. 아이콘을 터치하면 손가락으로 진동이 느껴지며 명령이 확인됐음을 알린다. 태블릿 PC처럼 반응이 빠르고 해상도도 뛰어나다. 터치스크린을 통해서 내비게이션, 공조장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 각종 차량 설정이 가능하다. 또 자주 쓰는 메뉴는 터치스크린 하단에 별도로 마련됐다. 이 버튼도 전부 터치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사용감도 좋지만 지문이 남는 것은 막을 수 없다.

 

◆ 스포츠 세단을 지향할 뿐 부족한 점이 많다

스티어링휠의 크기는 작은 편이며 그립감은 우수하다. 패들시프트도 완성도나 사용감이 뛰어나다. 시트포지션도 패밀리세단 답지 않게 낮다. 스티어링휠과 기어노브의 거리도 무척 가깝다. 다각도로 조절되는 세미 아닐린 가죽 시트는 부드러운 쿠션감을 제공하면서도 옆구리를 꽉 잡아준다. 전반적인 구성은 완벽한 스포츠세단에 가깝지만 폭발적이거나 코너에서 날카로운 맛은 크지 않다.

 

캐딜락은 줄곧 고성능 세단 혹은 스포츠 세단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쉐보레 콜벳의 엔진을 얹힌 CTS-V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에서 7분 59초의 기록을 세우며 독일 고성능 세단 못지 않은 성능 입증하기도 했다. ATS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BMW 3시리즈를 겨냥해 뉘르부르크링에서 다듬어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형 CTS 또한 이런 캐딜락의 고성능에 대한 욕심이 담겨있다.

 

2.0리터 터보 엔진은 ATS의 것도 똑같다. 6500rpm까지 회전수를 높일 수 있으며, 제원상 성능은 독일차를 압도한다. 신형 CTS를 이끌기에도 충분한 성능을 가진 엔진이다. 하지만 자연흡기 엔진에 비해 반응은 시원치 않고, 변속기도 신속한 편은 아니다. 여전히 전형적인 미국차의 성격은 남아있다. 스티어링휠도 약간의 유격이 있어 독일차처럼 ‘타이트’한 맛은 없다.

 

그럼에도 속도를 높이는덴 전혀 무리가 없다. 일단 고속에 접어들면 꾸준하게 힘이 발휘된다. 기어 변속 과정에서 힘을 잃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고속안전성이나 정숙성은 지금까지 타본 GM 모델 중에서 최고다.

캐딜락은 차체 구조나 경량화, 정숙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차체 강성 향상과 충격 흡수를 위해 마텐자이트(Martensite) 스틸 등의 고강성 장판이 사용됐다. 보닛이나 도어 등에는 알루미늄 합금이 적용됐고, 엔진 마운트에는 마그네슘도 사용됐다. 정숙성을 위해 노이즈 캔슬링이나 다중 흡음 글래스를 적용한 윈드실드, 폴리프로필렌 방음재 등이 적용됐다. 종합적으로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무게는 12% 가벼워졌고, 강성은 40% 향상됐다.

 

코너에서 독일차 같은 끈적한 핸들링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도 BMW 520d 보다는 훨씬 낫다. 터보 반응이 늦다보니 코너에서 재가속이 더디고, 무게도 경쟁 모델에 비해 100kg는 무거워 둔하다. 기본으로 장착되는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은 신뢰감이 높다. 

 

서스펜션은 승차감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다소 무르다. 사륜구동 모델에는 자기장으로 댐퍼의 강도를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장착됐다. 이러한 서스펜션 방식은 페라리 458이나 아우디 R8 등의 고성능 스포츠카에 주로 적용된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BMW xDrive와 유사한 전자식 제어 방식이다. GM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BMW처럼 0에서 100까지 힘을 배분할 수 있다.

 

경쟁 모델에 비해 떨어지는 연료효율은 약점이다. 연비는 독일차 유행을 이끄는 큰 요소며 미국차가 풀어야 할 과제다. BMW 528i의 경우 복합연비는 11.7km에 달한다. CTS의 연비는 10km/l다. 디젤 모델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캐딜락에는 디젤 엔진이 장착된 모델이 하나도 없다. 

◆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 

수치상으로는 독일차를 훌쩍 뛰어넘는다. 편의사양이나 고급스러움도 독일차 못지 않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독일차에 비해 부족한 면이 더 많이 보인다. 또 완전히 새롭거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도 없다. 그저 독일차가 여태 해온 것을 이제서야 따라가고 있는 듯 하다. 그게 하루 아침에 될리 없다. 독일차가 스포츠카 만들기에 열중할 때 미국은 큰 차 만들기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결국 주행성능에서의 만족도는 가장 아쉽다.

 

이러지 저러니 해도 제대로 붙어보지 못한다면 소용 없겠다. 소비자들이 비교를 해줘야 경쟁도 가능하다. 숫자만 내세울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흔히 우리가 '감성'이라고 말하는 것들에 대해 강조 하는 이유다. 사실 캐딜락은 개성이 강한 몇 안되는 브랜드기 때문에 독일 장벽을 넘어설 가능성만은 충분하다.

* 장점

1. 캐딜락만의 독창적인 디자인. 비슷한 차들 사이의 단비같다.

2.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췄음에도 독일차에 비해 저렴하다.

3. 뛰어난 정숙성. 벤츠 부럽지 않은 수준. 

* 단점

1. 다소 불편한 뒷좌석. 등받이 각도가 수직에 가깝다.

2. 여전히 헐렁한 움직임. 뉘르부르크링 다시 가야겠다.

3. 경쟁 모델에 비해 취약한 연비. 더구나 고급유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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