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원페달 드라이빙 논란…'충전 도우미 vs 사고 유발자'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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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15 11:38
전기차 원페달 드라이빙 논란…'충전 도우미 vs 사고 유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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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와 동호회에서 전기차 '원페달 드라이빙'이 논란이다. 전기차 보급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주행 방법인데, '편리한 충전 도우미'라는 의견과 '불안한 사고 유발자'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 원페달 때문에 브레이크 헷갈려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회생제동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타력주행이나 내리막, 브레이크 상황에서 버려지는 운동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회생제동을 적절히 활용하면 전기차의 골칫거리인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또, 브레이크를 적게 밟기 때문에 패드 수명도 늘리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원페달'이란 개념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원페달 드라이빙은 말 그대로 하나의 페달만을 이용해 가·감속뿐 아니라 완전 정차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말한다. 특히, 차량이 멈출 정도로 강력한 회생 제동이 이뤄져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최근 많은 제조사들이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원페달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동호회 등에서 원페달 위험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동호회 등에서 원페달 위험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근 원페달 관련 사고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헷갈려 발생한 경우가 많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차가 멈출 정도로 속도가 줄어드는데, 이때 운전자는 자신의 발이 브레이크 쪽에 위치한다고 잘못 판단할 수 있다. 원페달 시스템의 완전 정차가 불안하거나 어색한 운전자는 차를 멈추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게 되는데, 순간적으로 발 위치를 착각해 가속 페달을 밟아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위기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차량 및 장애물과 급격히 가까워지는 위기의 순간 운전자는 원페달로 멈출지 브레이크를 밟지 판단해야 한다. 제동 과정에서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 것으로, 그만큼 멈추는데 오래 걸린다. 무엇보다 원페달도 강력한 제동이 걸리긴 하지만, 직접 브레이크를 밟는 급제동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비단 위급한 상황뿐 아니라 차량을 완전 정차할 때에는 풋 브레이크를 사용하는게 안전에 좋다.

많은 제조사들이 전기차 회생제동을 적극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콘티넨탈 제공
많은 제조사들이 전기차 회생제동을 적극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콘티넨탈 제공

# 원페달 모드, 아직은 불완전한 기술?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특정 상황에서 원페달 모드가 저절로 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제조사 차량 설명서에는 "차량이 완전히 충전됐거나, 배터리가 차가운 경우 원페달 주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정상적으로 운행 중이더라도 특정 조건에서는 원페달 모드가 언제든지 중지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배터리 잔량이 충분한 상태에서 긴 내리막을 달리면 원페달 모드의 강력한 회생 제동을 통해 배터리가 가득 찰 수 있다. 이때 원페달 모드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것이다. 극도로 추운 날씨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운전자가 이같은 사실을 미리 알지 못한다면 위험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제조사마다 원페달 드라이빙을 활성화 하는 방법도 다르다=현대차 제공
제조사마다 원페달 드라이빙을 활성화 하는 방법도 다르다=현대차 제공

# 훨씬 편리한 기능 vs 헷갈려서 불편해

실제 이용자들 평가도 극명히 갈린다. 원페달 모드를 즐긴다는 한 운전자는 "저속으로 주행하는 시내에서는 브레이크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가감속을 해준다"면서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왔다 갔다 할 일이 없어서 피로도가 덜하다"고 말했다.

반면, 부정적인 운전자는 "원페달 주행을 100% 믿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헷갈리는 데다가 원페달이 갑자기 꺼져 돌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긴급 상황 대처도 둔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조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의견도 보인다. 업계 한 전문가는 "원페달 드라이빙을 마냥 운전자의 잘못으로만 몰 수 없다"면서 "제조사도 원페달 드라이빙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운전자 실수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원페달이라는 용어 자체를 쓰지 말자는 움직임도 있다. 필요한 경우 언제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지만, '원페달' 이라는 용어를 믿고 풋 브레이크 제동에 소홀하는 운전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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