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거장 주지아로의 조언, "디자이너도 엔지니어링 상식 있어야"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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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24 17:13
85세 거장 주지아로의 조언, "디자이너도 엔지니어링 상식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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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포니 쿠페 복원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을 찾은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이너들도 엔지니어링에 대한 상식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지아로는 24일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디자인 토크쇼를 통해 "자동차 디자인은 수만개의 부품을 예술적인 감각으로 결합해내는 훌륭한 일"이라며 "디자이너들은 기술적인 부분을 일정 수준 이해하고, 이를 융합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르제토 주지아로
조르제토 주지아로

그가 디자이너들에게 기술적인 이해도를 강조한건 양산을 염두한 현실적인 규제 영역 때문이다. 주지아로는 "(양산 과정에서) 램프의 길이, 각도, 안전성 등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고, 이에 대한 규정은 계속 바뀌고 있다"며 "자동차를 디자인 하는게 소파를 디자인하는 것 보다 복잡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주지아로의 이 같은 말은 평소 그가 추구해왔던 스타일링과도 연관성이 높다. 그는 평소 엔지니어링을 바탕으로 형태와 기능 모두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을 추구해왔다.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현대차 포니, 폭스바겐 1세대 골프, 사브 9000, 란치아 델타 등은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생산성과 기능성 위주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20세기 자동차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인물이다보니, 업계에서는 그를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라고 칭하고 있다.

다만 기술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지아로는 "요즘의 자동차들을 보면 가능한 모든 기술을 넣으려고 하는 탓에 가끔은 당황스럽게 느껴질 정도다"라며 "사람들의 얼굴이 균형을 이루고 있음에도 모두 다른 특징을 갖고 있듯 일률적이기보단 신비한 측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고 전했다.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현대차 포니 쿠페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현대차 포니 쿠페

주지아로는 기술의 발전으로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나는 연필로 일했지만 지금의 디자이너들은 그 이상의 일을 해내고 있다"며 "가상 환경에서 디자인을 구현해 문제점을 찾고, 양산 전 가상 세계로 들어가 자동차를 체험하는 등 창의적인 기술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지아로는 지난 21일 현대차와의 협업을 위해 전격 방한했다. 남양연구소에서 디자이너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포니가 최초로 양산됐던 울산 공장을 돌아보는 등 현대차와의 공동 작업을 본격화한 상태다. 주지아로는 포니와 포니 쿠페 콘셉트를 디자인했던 과정과 소회, 그리고 개인적 의미 등을 설명했으며, 당시 포니 개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현대차 임직원들이 보여줬던 다양한 일화들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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