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Q4 e-트론, '진짜 소비자'가 인정한 전기 SUV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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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4 13:58
[시승기] 아우디 Q4 e-트론, '진짜 소비자'가 인정한 전기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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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독일 뮌헨 시골 마을에서 타본 아우디 Q4 e-트론을 1년여 만에 국내에서 다시 만났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각종 편의사양을 갖춘 패밀리 SUV로, 국내 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적한 제주도 도로에서 만난 Q4 e-트론은 여전히 모범생처럼 반듯했다. 대놓고 '나 전기차요~'라고 티내는 다른 제조사와 달리 과격하지 않게, 여전히 아우디스러운 매끈한 모습이 오히려 더 새롭게 느껴졌다.

아우디의 상징인 싱글 프레임 그릴을 중심으로 얇고 넓은 헤드램프가 깔끔하게 배치됐다. 짧은 전방 오버행, 큼지막한 휠, 부풀어 오른 펜더는 전기차가 아닌 영락없는 아우디 SUV 그 자체다.

특히, 넉넉한 전장(4590mm)과 휠베이스(2765mm) 덕분에 안정적인 비율과 당당한 인상이 강조된다. 경쟁자로 볼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EQA(전장 4465mm)나 볼보 XC40 리차지(4425mm)보다 훨씬 덩치가 크다. 

실내 역시 여느 아우디와 마찬가지로 실용적으로 구성됐다. 11.6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운전자를 향해있어 보기에 좋고, 싱글 프레임 그릴과 닮은 디지털 클러스터도 보기 좋게 필요한 정보만 표시해준다. 폭스바겐 ID.4와 달리 무선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것도 장점이다.

전원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이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아주면 차량이 잠에서 깨어난다. 기어 다이얼을 한 번 내려 D 모드로 설정하면 출발할 준비는 모두 끝난다. 내릴 때도 마찬가지로 주차 기어(P)를 체결한 다음 문을 잠그기만 하면 된다. 차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전원 버튼을 누를 일은 없다.

운전석에 앉으니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언뜻 보면 일반 HUD랑 다를 바 없지만, 길 안내를 시작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코너를 앞두면 안내 화살표가 미리 그 코너에 가서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다. 돌아야 할 곳이 다가오면 화살표도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하면 앞차 꽁무니에 선을 표시해 차간거리를 더 알아보기 쉽게 표시하기도 한다.

사실 AR HUD는 아이오닉5나 EV6 등 국산차에도 탑재되어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러나 체감상 Q4 e-트론에 탑재된 HUD가 더 부드럽게 작동하는 느낌이다. 차선을 이탈하려 할 때는 차선 모양대로 빨간 줄을 표시해줘 신기했다. 

시승차는 상위 트림인 Q4 e-트론 40 프리미엄으로, 뒷 차축에만 전기 모터가 달린 후륜구동 모델이다. 아우디가 R8 이후 처음으로 만든 후륜구동 모델인 셈이다. 전륜구동, 혹은 전륜구동 기반 사륜구동을 고집하던 아우디에게서는 낯선 느낌이다. 

수치상 제원은 최고출력 150kW(204마력), 최대토크 31.6kg·m로 숫자만 봐서는 별로 특별할게 없다. 기아 니로EV와 비교하면 최고출력은 같고, 최대토크는 살짝 더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공차 중량은 2160kg으로, 니로EV보다 455kg 더 무겁다. 주행 능력에 손해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당연히 전기차 특유의 날카로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작년엔 300마력의 콰트로 모델을 시승했기 때문에 몸으로 전해지는 결핍은 더욱 컸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나긋나긋 속도를 높여나갈 뿐이다.

그러나 동급 전기차 중에서 승차감은 단연 최상위권이다. 아쉬웠던 출력은 최고의 승차감 덕분에 여유로움으로 바뀐다. 전기차임을 자랑하듯 초반부터 촐랑거리는 다른 전기차와 달리 묵직하게 미끄러져 나간다. 

저속에서는 패인 도로와 요철,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어간다. 낮게 깔린 배터리가 무게중심을 낮게 잡아주는데, 잘 세팅된 서스펜션이 차체를 든든하게 지지해주니 고속에서도 안정적이다. 코너에서 좌우로 급히 돌아나가도 차체가 덜 뒤뚱거린다. 제주도 한라산 1100고지 굽잇길을 내달리는 동안 위태로움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뒷바퀴 드럼 브레이크의 아쉬움은 일상에서 전혀 체감이 안 됐다. 자동차를 멈추는 주력은 어디까지나 앞브레이크기도 하지만, 뒤 차축에 연결된 전기 모터가 회생 제동을 걸어주며 안정적인 제동을 돕기 때문이다. 

물론, 아우디답지 않은 원가절감이라는 점에는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제동 성능으로 드럼 브레이크를 비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전기차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비판이란 생각이다. 하이브리드만 해도 브레이크 패드를 10만km 넘게 썼다는 고증(?)이 수두룩하다. 하물며 회생제동량이 더 많은 전기차 Q4 e-트론은 어떨까.

의외의 감동은 작은 회전반경이다. 앞바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한 MEB 플랫폼 덕분이다. Q4 e-트론은 결코 작지 않은 자동차지만, 왕복 4차선 도로를 무리 없이 한 번에 유턴해 나간다. 다른 자동차들보다 스티어링 휠을 한 바퀴 더 돌린 느낌이다. 

Q4 e-트론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가 만들었지만, 편안한 주행 성능과 넉넉한 공간을 갖춘 대중적인 전기차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출시일이 늦어졌다. 그 사이 주변 환경은 변했고, 전기차 보조금 규정이 빡빡해지면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스포트백 모델만이 절반을 받을 뿐이다. 

그럼에도 Q4 e-트론은 특유의 장점을 잘 어필해 국내 고객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지난달 1235대가 판매되며 수입차 3위를 기록했음은 물론, 아직 더 많은 대기자들이 줄 서 있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Q4 e-트론과 스포트백 모두 수입되는 족족 판매돼 어느 모델이 더 잘 팔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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