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신공장 건설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IRA의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아이오닉5는 지난달 미국에서 1579대 팔렸다. IRA가 통과되기 전인 올해 2~9월 평균(2188대)과 비교해 40.3%나 줄어든 숫자다. 기아 EV6 역시 2196대에서 1186대로 46% 하락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차 아이오닉5 생산라인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최근 판매되는 물량들은 대부분 IRA 시행 전 계약분이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물량이 모두 소진되고, IRA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내년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월 시행된 IRA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 내에서 조립해야 하는데, 아이오닉5와 EV6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서둘러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를 모두 생산하는 전기차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건설에 나섰다. 그러나 이 공장은 2025년에야 가동될 예정이다. 즉, 앞으로 3년은 더 보조금 없이 경쟁해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코로나와 전쟁 여파로 물가와 원자재가가 치솟는 상황이다. 차량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보조금까지 받지 못하는 상황이니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셈법이 복잡하게 됐다. 가격을 올릴 경우 체감 인상 폭이 더욱 커져 판매가 급감할 수 있다.

현대차 투싼
현대차 투싼

그래도 희망은 있다. 아직 내연기관이 굳건하게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최대한 버티며 우리 정부의 대응책 및 미국 정부의 후속 조치 등을 기대해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각각 6만604대와 5만8276대를 판매했다. 전년대비 7%와 3.9% 늘어난 숫자다.

다행인 점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RV 라인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싼타크루즈(3010대, +63%)와 투싼(1만5066대, +55%), 싼타페(1만806대, +53%), 기아는 스포티지(1만1877대, +118%), 텔루라이드(8179대, +6%) 등이 선전했하며 올 연말 경영실적 발표에 기대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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