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 점유율 34%대 폭락?…현대차 위기인 5가지 이유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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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15 11:26
고급차 점유율 34%대 폭락?…현대차 위기인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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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내수 점유율은 65%대로 내려앉은데다 고급 세단의 경우 34%대로 충격적인 수준이다.

내수판매량은 감소하고, 수입차 시장은 급증하는데다, 품질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노사 문제와 미래 전략의 부재도 지적되고 있어 현대차의 위기가 단기간에 그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 지난 9월 내수 시장 점유율은 65.8%로, 지난 2102년 9월(73.2%)와 비교해 1년 사이 7.4%가 줄어들었다. 현대기아차 측은 경기 침체와 노조 파업, 추석 연휴로 인한 근무일 부족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줄어든 내수 판매를 해외시장 판매로 어느 정도 만회했다. 2013년 판매대수기준 판매 비중을 살펴보면 해외가 전체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 판매 감소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수익성이 비교적 우수하고 파급력이 큰 내수 시장을 잃는 것은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큰 리스크임이 분명하다. 

1. 내수 신차 판매 부진…'PYL' 밑빠진 독에 물붓기?

'현대기아차의 위기'는 줄어드는 내수 판매량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올해 판매량을 살펴보면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의 판매량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현대기아차는 전체적으로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만 해도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1.3%가량 떨어졌지만, 나머지 국내 3사는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 현대기아차 내수 점유율 비교(상용차 제외)

첫번째 원인은 현대기아차가 올해 출시한 신차의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베스트셀링카들은 여전히 업계 1~2위를 달리고 있지만, 새롭게 출시된 파생 차종들은 대부분 목표 판매량을 한참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또, 현대차가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PYL(벨로스터, i30, i40) 차종의 판매량은 광고를 낼 수록 판매량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2. 고급 세단 부문 34%대로 하락…"돈 있으면 수입차 산다"

가장 큰 위협은 급증하는 수입차다. 작년에 겨우 10%를 넘겼던 수입차 점유율은 올해 들어 12%대까지 늘었고, 특히, 현대차 제네시스·에쿠스, 기아차 K9 등이 경쟁하는 고급 세단 시장에선 이미 61.8%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 국내 고급 대형 세단 시장 점유율

최근 한-미, 한-EU FTA에 탄력을 받은 미국·유럽 소형차가 가격을 내리며 공세를 펼치고 있어 가격이 오른 현대기아차와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기아차 소형차의 경우 옵션이나 편의사양이 고급화 되며 동급 수입차와 가격 차이가 더 줄었다. 특히, 현대기아차에 취약한 디젤 세단·해치백 등은 이미 상당부분 잠식이 진행됐다. 

3. 계속된 품질 논란…소비자 신뢰 바닥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품질 논란은 현대기아차에게 가장 큰 악재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내수 차별, 에어백 미전개, 강판 부식, 연비 미달, 배기가스 유입, 급발진 논란 등 크고 작은 의혹들을 받아왔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 들어선 싼타페 트렁크 누수, 브레이크 스위치 결함 등으로 인한 대량 리콜이 이어지며 소비자 신뢰는 더 떨어졌다.  

▲ 현대기아차 에어백 내수 차별 논란 관련 MBC 뉴스 보도(사진출처 MBC 뉴스 캡처)

최근 들어 현대차를 비난하는 소비자들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문제는 현대기아차가 소비자들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집단화 돼서야 뒤늦게 리콜을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차량의 기술적인 부분은 경중을 따지지 않고 모두 기밀로 취급하는 보안 위주 정책도 소통 부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원인이 뭔지를 명확히 공개해야 해결책도 신뢰할 수 있는데, 덮어놓고 감추기에만 급급하니 불필요한 의혹만 커진다는 지적이다. 

4. 고조되는 노사 갈등…'일시적 현상 아니다'

현대기아차가 최근의 판매 부진을 파업 탓으로 돌렸지만, 현대차 파업은 어차피 일시적인게 아니라 매년 일어나는 연례행사다.

회사 입장에서는 매년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보다 운송비와 노동력이 저렴한 해외 생산을 늘리려 하는 반면 노조 측은 이를 결사적으로 막고 있는 입장이다.

▲ 현대차 노조 파업

실제로 해외 생산이 매년 늘고 내수 시장 판매가 감소하면서 일부 라인의 잔업 시간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따라서 노조와 사측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매년 파업의 양상도 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업으로 인한 공급차질 또한 점차 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5. 미래 기술력 부족…디젤·하이브리드·전기차 기술력 뒤쳐져

해외 업체들에 비해 미래 기술 투자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눈앞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당장 잘 팔리는 차를 만드는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열린 '2013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도 현대차는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단 한 대도 전시하지 않았다. 다른 업체에 비해 미래 기술이나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판매 계획과 실적을 강조하데 그쳤다.

▲ '2013 프랑크푸르트모터쇼' 현대차 부스. 투싼 수소연료전지차가 전시돼 있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트랜드인 고효율·친환경 디젤 엔진과 변속기 부문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에너지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판매 중인 차량 908종 중 상위권은 대부분 유럽산 디젤차가 이름을 올렸다(자동변속기 기준). 현대기아차는 40위권에 쏘나타·K5 하이브리드가 간신히 이름을 올렸을 뿐, 디젤 모델들은 모두 4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실제로 1.6리터급 디젤 엔진을 장착한 현대차 i30의 연비는 16.2km/l로, 동급 배기량의 폭스바겐 골프(18.9km/l), 푸조 208(18.8km/l)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하이브리드카는 일본에, 디젤차는 독일에 밀리는 형편이다.

한국오토모티브컬리지의 최우진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차세대 자동차 전략을 놓고 우왕좌왕하면서 듀얼클러치, CVT 같은 고효율 변속기의 독자 개발이 늦었다"면서 "승용 디젤도 정치적 이유로 미뤄지며 연비를 높이는 필수적인 기술 발전을 모두 소홀히 한 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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