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수소차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수소차 시장에 뛰어든 제조사는 현대차와 토요타 등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최근엔 승용 브랜드는 물론 상용차까지 수소에 관심을 갖는 브랜드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들이 수소차로 눈길을 돌린 이유는 분명하다. 배터리 전기차를 '만능'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값은 계속 오르고 있고, 심지어는 특정 광물들이 일부 국가에 편중되어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더욱이 강화된 유로7 배출규제 시행이 도래하고 있고, 주요 국가들은 내연기관 퇴출과 탄소중립 목표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 

연료전지(FCEV), 즉 수소 전기차만 준비하는 건 아니다. 일부 브랜드들과 부품업체들은 수소를 실린더 내에서 직접 연소시키는 '수소 엔진'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수소전기차보다는 비교적 간단히 제작할 수 있다 보니, 기존의 내연기관 부품 업계와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BMW·랜드로버, "큰 차에는 수소지"

승용 브랜드에서는 BMW그룹과 재규어랜드로버가 수소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두 회사는 모두 SUV를 기반으로 수소차를 연구하고 있다. 

BMW는 당장 연말부터 독일 뮌헨에 위치한 BMW 수소역량센터에서 수소연료전지 생산에 들어간다.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 스택은 토요타가 공급한 제품으로, 두 회사는 2013년부터 친환경차 분야에서 협력해오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대형 세그먼트 차량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차체를 키우고 주행가능거리를 늘릴수록 배터리 무게가 늘어나는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서다. 첫 수소전지차로 대형 SUV 라인업인 iX5를 선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회사는 본격적인 수소전지차 개발에 앞서 iX5 하이드로젠을 시험 생산하고 수소 충전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2025년부터는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접어들 계획이다.

랜드로버는 지난해부터 디펜더 기반의 수소차 시험주헹에 돌입했다. 이는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제우스'의 일환으로, 이를 통해 수소 파워트레인을 최적화해 주행거리, 연료 효율, 오프로드 성능 등 다양한 검증을 진행 중인 상태다. 

랜드로버는 이를 위해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하고 있다. AVL, 델타 모터스포츠, 마렐리 오토모티브 시스템즈, 그리고 영국 배터리 산업화 센터(UKBIC) 등이 관련 프로젝트에 뛰어들었고, 이를 통해 수소차를 배터리 전기차와의 상호 보완적인 모델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 상용차에서는 이미 수소가 대세

상용차 시장에서는 이미 수소 연료전지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차가 엑시언트 퓨얼셀을 세계 최초로 양산한 데 이어, 최근 막을 내린 세계 최대의 상용차 박람회 'IAA 하노버' 에서도 수소상용차가 쏟아져나왔다. 

당장 가장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는 상용차 브랜드는 르노다.  지난해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 하이비아(HYVIA)를 설립하고, 르노 마스터 기반의 수소차 실증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르노는 올해 유럽 주요 시장에 마스터 기반의 수소차를 선보이고, 향후 세계 시장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코도 비슷한 체급의 수소차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e데일리 수소차는 FPT 인더스트리얼이 제작한 140kW급 전기모터와 현대차의 90kW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해 최대 35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충전 시간은 15분 내외, 최대 적재량은 3톤이다. 

볼보와 메르세데스-벤츠 산하 다임러트럭도 수소 상용차 양산을 위해 힘을 합쳤다. 두 회사는 지난해 합작사 셀센트릭을 출범시키고, 시험 운행을 진행 중인데, 볼보가 시험중인 수소트럭은 한 쌍의 연료전지를 탑재해 최대 300kW의 전기를 생성할 수 있고, 65톤 이상 고하중에도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상용차 브랜드(폭스바겐, 나비스타, 스카니아, 만)가 모여있는 트라톤도 수소트럭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향후 3조원대의 투자를 집행하고, 수소차를 제품 라인업의 중요한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 수소도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는 한 발 앞서 나가 있다. 수소연료전지차(FCEV) 배터리전기차(BEV)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연구 중인 게 대표적이다. 이는 지난 2021년 비전 FK 라는 프로젝트로 공개된 데 이어, 최근 포니에서 영감을 얻은 콘셉트카 N 비전74를 통해 구체화됐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수소연료전지와 고성능 파워 일렉트릭(PE) 시스템을 결합해 최고출력 500kW(약 680마력) 이상을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는 4초 내 도달한다. 이는 크로아티아의 하이퍼카 브랜드 리막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된 기술로, 리막이 PE 시스템 설계를 담당하고, 현대차그룹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포함한 나머지 모든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향후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기술이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포뮬러 E는 물론 르망24 등의 경기에 수소차 진입이 허용되도록 규정이 개정되고 있는 만큼,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수소 엔진, FCEV보다 심플해요!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FCEV)는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배터리를 충전하고 모터를 구동시킨다. 사실상 구동 방식은 전기차와 동일하다. 반면, 토요타의 새로운 수소 엔진은 수소를 실린저에 연료로 직접 분사해 엔진을 작동시킨다.  

토요타 측에 따르면, 수소 엔진은 기존 내연기관의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더욱이 물 이외에 별다른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친환경차라는 입장이다. 희토류 등도 필요하지 않아 무차별적인 자원 개발도 막을 수 있는 데다, 기존 내연기관 부품 업계와의 상생도 도모할 수 있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연료탱크와 달리, 고압의 수소탱크가 필요하고, 연료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더욱이 수소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 막 검증 단계에 들어간 기술인 만큼, 내구성과 안전성도 검증해야 할 대목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부터 수소 연소 기술 연구에 힘을 합치고 있다. 토요타와 야마하가 해당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스바루, 마쓰다, 가와사키 중공업 등도 협업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세계 최대의 부품업체인 보쉬가 관련 연구를 본격화했다. 3400여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하고, 수소 연소기술을 미래 상용차 파워트레인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제어장치 및 수소 분사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인도에서 주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도 언급했다. 회사는 수소 엔진이 대형 건설기계 및 농업용 차량을 위한 대체 파워트레인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항공기는 물론, 열차에도 쓰이는 수소

수소는 자동차에만 국한된건 아니다. 열차는 물론 항공기 분야까지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세계적인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롤스로이스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수소연료전지로 구동되는 항공기를 연구하고 있다. 항공 산업계가 2050년까지 배출가스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관련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유럽의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도 일본의 가와사키와 손을 잡고, 수소 항공기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에어버스는 항공기의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위해 수소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가와사키는 공항 내 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1세대 KTX를 제조한 회사로도 잘 알려진 프랑스의 알스톰은 최근 수소연료전지로 구동되는 열차를 상용화시켰다. 커민스가 개발한 수소탱크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해 한번 충전으로 최대 100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최고속도도 140km/h까지 낼 수 있다. 알스톰측은 수소 1kg이 디젤 4.5kg과 맞먹는 효율을 겸비했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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