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꿀꺽' 전기차 되팔이 성행…정부는 또 뒷북만?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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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20 11:51
'보조금 꿀꺽' 전기차 되팔이 성행…정부는 또 뒷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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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전기차 '되팔이'에 대한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보조금을 받고 구매한 전기차를 중고로 판매해 이익을 얻는 것을 막겠다는 방침인데,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전기차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의 뒤늦은 미봉책으로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17일 "구매한 전기차를 단기간 내 중고 판매해 차익을 도모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재지원 제한 기간 연장 등을 포함한 다양한 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19와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전기차의 가격은 오르고 대기 기간은 오래 걸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영업 일선에 따르면 지금 계약을 하더라도 아이오닉6는 18개월, 아이오닉5·EV6는 12개월 이상 지나야 차량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많은 소비자들이 주행거리가 짧은 '신차급' 중고차로 눈을 돌리며 중고 전기차 시세도 가파르게 올랐다. 일부에서는 자신이 구매한 금액보다 웃돈을 붙여 되파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중고차 사이트를 보면 출고 6개월, 주행거리 1만km 미만인 아이오닉5(롱레인지 2WD 프레스티지)는 약 5700만원에 등록되어 있다. 해당 모델의 풀옵션 가격은 6300만원이지만, 보조금(서울시 기준 900만원)을 고려하면 300만원이나 비싼 금액이다. 서울시보다 보조금이 더 많은 지역에서 샀다면 그 이상의 차익도 가능하다.

게다가 지금 규정대로라면 2년만 지나면 또다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2년 뒤에도 전기차 시세가 내려가지 않는다면 같은 방법으로 또다시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차를 팔고 다시 계약하더라도 나오는데 1년~1년 6개월이 걸리니 별 부담도 없다. 물론, 구매 후 5년 내에 수출하거나 2년 내에 폐차하는 경우 보조금을 환수하는 규정이 있지만, 중고 거래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명분은 '저렴한' 전기차 보급이다. 이를 위해 비싼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깎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태라면 보조금이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일부 되팔이의 배만 불리게 된다. 보조금이 소진되면 울며 겨자먹기로 웃돈을 주고 중고 전기차를 사거나, 내연기관차를 살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정부의 명분과는 반대가 된다.

이에 정부는 보조금 제한 기한을 현행 2년에서 3년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기한이 늘어난다면 지금처럼 '재테크'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환경부 측은 "내년 전기차 보조금 체계 개편방안을 관계부처 및 각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통해 올해 연말에 확정할 계획"이라며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기한과 관계 없이 필요하지도 않은 자동차를 돈벌이 수단으로 사는 행위 자체가 문제"라며 "전기차 보조금을 개인당 1회만 지급하거나, 구매한 금액 이상으로 되팔지 못하게 하는 등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조금은 전기차를 타는 소수를 위해 전기차를 타지 않는 다수의 세금이 사용되는 것"이라며 "지급 액수 및 지급 방법, 지급 후 관리 등 정부의 책임감 있고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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