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이른바 '유럽판 IRA'로 불리는 유럽핵심원자재법(RMA) 제정을 선언한 가운데,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국감장에서 질타받았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 출석해 유럽의 RMA 대응책을 묻는 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고양병)의 질의에 "법안 초안 공개 이후에야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유럽 통상조직이나 외교조직에서 접근하기 위해 노력중이다"라고 답했다. 

RMA는 지난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연례연설을 통해 공식화됐다. 이는 리튬, 희토류 등 주요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및 동맹국 내 생산을 지원하는 법안으로, 미국 또는 FTA 체결국 내에서 채굴·가공된 광물 비율을 충족해야 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사하다.

아직 유럽연합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반도체, 전기모터, 배터리 등 전기차에 필수적인 부품들에 관련 규제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은 이와 별개로, 유럽에서 생산·판매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원재료 출처를 공개하는 '배터리 여권제'도 2026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CATL 등 주요 경쟁사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우리나라의 배터리 업계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리튬의 중국 수입 비중은 64%에 달했으며, 코발트의 81%도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정민 의원은 "한발 늦은 IRA 대응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곤혹을 치르는 상황에서 RMA마저 법안이 공개된 다음에야 대응하겠다는 것은 소극적인 자세"라며 "초안이 작성되기 전이라면 우리나라 입장이 초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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