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4톤급 대형 전기트럭이 만들어지는 곳' 볼보트럭 투베 공장을 가다
  • 스웨덴 예테보리=권지용
  • 좋아요 0
  • 승인 2022.10.03 10:42
[르포] '44톤급 대형 전기트럭이 만들어지는 곳' 볼보트럭 투베 공장을 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볼보트럭은 전동화 시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준비한 브랜드다. 2018년부터 본격적인 전기트럭 시험주행에 들어간 이후 2020년에 중형 전기트럭 판매에 나섰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총중량 44톤급 대형 전기트럭 양산을 시작했다.

전동화에 진심인 볼보트럭 공장은 어떤 모습일까. 트럭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스웨덴 제2의 항구도시 예테보리에 위치한 투베(Tuve) 공장을 방문했다.

제작 중인 차량 중에는 한국으로 향하는 차량을 뜻하는 'KOR'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스웨덴과 영국, 남아공에 이어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제작 중인 차량 중에는 한국으로 향하는 차량을 뜻하는 'KOR'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스웨덴과 영국, 남아공에 이어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1982년 문을 연 투베공장은 주력 모델인 FH와 FMX 등 대형 트럭 모델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공장 내부의 첫인상은 상상과 달리(?) 무척 깔끔하고 쾌적하다는 것이었다. '자동차 공장'인 만큼 기름 냄새가 풀풀 풍길 듯 했지만, 오히려 야외보다 상쾌한 공기가 반겼다. 심지어 건물 외부에는 그 흔한 굴뚝조차 보이지 않는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왠만한 사무실에 버금갈 만큼 밝고 환하다.

생산 프로세스는 일반적인 자동화 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S'자 형태로 이어진 조립 라인을 따라 근로자들이 있고, 그들 앞을 지나는 차량을 조립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매우 천천히 진행돼 꽤나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근로자들 역시 서두른다거나 고성을 지르는 경우도 없었다.

스웨덴 우메오에 위치한 공장에서 반조립 상태의 캡을 옮겨온 뒤 나머지 부품을 조립하는 것으로 차량 제작이 시작된다. 캡이 조립되는 동안 한편에서는 트럭의 핵심인 프레임이 만들어진다. 프레임은 생김새에 따라 트랙터, 덤프, 카고 등으로 분류되며, 모델마다 길이도, 바퀴 축의 갯수도 다양하다. 독특한 점은 초기 단계에서는 프레임을 거꾸로 뒤집어 조립한다는 점이다. 무거운 부품은 천정에 달린 크레인을 통해 내리는 등 효율성을 높였다. 프레임에 주요 부품이 연결되면 벨트를 걸어 비로소 원래 자세로 돌아간다.

생산 라인 전반에 걸쳐 공장 천정을 활용하는 점은 인상적이다. 근로자가 사용하는 각종 공구부터 차체를 들어올리는 크레인까지 천정에 메달린 각종 케이블과 벨트를 사용한다. 책상이나 바닥에 흩어져 있는 것보다 훨씬 깔끔한 모습이다. 생산 라인 좌우측에는 각종 부품들이 깔끔하게 정리돼 쌓여있다. 복도부터 천정까지, 공간 하나하나를 알차게 사용하는 모습이다.

볼보트럭은 전기트럭 양산에 돌입하며 새로운 공장을 세우는 대신 유연한 생산 설비 운영 구조를 도입해 내연기관 모델과 전기트럭을 함께 생산하도록 개선했다. 실제 조립 과정을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같은 생산 라인을 지나는 차량일지라도, 내연기관/전동화 모델에 따라 엔진이 올라갈 지,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탑재될 지가 나뉘게 된다. 즉 미리 준비된 부품만 있다면 언제든 유동적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완성된 캡과 프레임, 파워트레인, 휠이 결합되고, 각종 오일 주입을 마치면 트럭의 조립이 끝난다. 생산 라인의 끝에는 다이노 테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갓 만들어진 차는 자력으로 다이노 측정기에 올라간다. 이곳에서 각종 전자장비와 구동계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약 15~25분 간 계측 검사가 진행되고, 또 다시 전수 검사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출고 승인을 받게 된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하루 평균 140여대의 트럭이 만들어진다. 최적화 작업을 통해 2016년 75대 수준이던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국내 판매하는 볼보트럭은 스웨덴 투베 공장에서 전량 생산한다. 유럽에서 판매하는 일반적인 제품보다 사양이 높고 옵션도 더 많기 때문이다. 이날 선적 대기 차량 중 상당수가 한국 수출용 제품이었다. 스웨덴과 영국, 남아공에 이어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볼보트럭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다. 올해 1~8월 신차 등록 대수는 1532대로, 전체 상용차 판매의 42%를 웃돈다.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27.8% 성장하며 가파를 상승세를 보였다. 이렇듯 '엔진 시대'에도 충분히 잘 나가는 볼보트럭이지만, 남들이 하지 못한 중·대형 전기트럭 양산까지 준비를 마쳤다. 전동화 시대의 볼보트럭의 도약이 기대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