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무선 충전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관련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콘티넨탈, 미국에서는 퀄컴이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기차 무선충전 시설은 별도의 충전기를 조작할 필요 없이 주·정차만 하면 된다. 이렇다 보니 거동이 불편한 교통 약자들의 전기차 충전시설 사용 편의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하면 차량 스스로가 이동해 주차 및 충전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무선충전, 방식도 여러가지

시장에 나와있는 무선충전 방식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자기유도, 전자기파, 자기공진 방식이다. 이 기술들은 장·단점 또한 명확하다.

자기유도 방식은 송·수신 코일이 맞닿아 충전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방식과 동일한 원리다.  다만 두 코일이 밀접하게 맞닿아야 한다는 점 탓에 전기차 충전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차량마다 하부 구조가 다른 탓에 자칫 배터리는 물론 차체 하부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파수를 사용해 원격으로 전력을 보내는 전자기파 방식도 있지만, 이 또한 단점은 많다. 전송 효율이 10~50% 수준에 머무르는 만큼, 만족할만한 충전 성능을 위해서는 유선 충전기보다 더 많은 전기를 써야 해서다. 전자파의 유해성을 두고 학계에서도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만큼, 이와 관련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기술은 자기공진 방식이다. 정류장이나 충전소에 매설된 자성체 패드가 차량에 내장된 무선충전장치에 공진 주파수를 보내고, 이를 통해 배터리가 충전되는 원리다. 조금은 떨어진 거리에 있어도 구동되는 만큼, 송·수신 주파수만 동일하다면 최대 10m 거리에서도 충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속 충전기 대체할 수 있을까?

무선충전 시스템의 충전 속도는 평균 11kW. 가정용 충전기와 비슷한 속도다. 현재 무선충전을 지원하고 있는 제네시스 GV60 기준, 완충 소요 시간은 약 8시간 수준으로, 완속 충전기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무선충전기를 아파트나 사무공간, 대규모 상업시설에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잠시만 주차하는 것 만으로도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데다, 별도의 충전 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는 만큼, 주차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기 때문이다. 도로 정지선이나 버스 정류장 등에 충전 패드를 매설할 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이보다 발전된 개념의 '무선충전 도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카이스트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해당 기술은 도로에 충전패드를 매설해 운행중에도 충전이 가능한 기술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이탈리아, 스웨덴 등에서 실증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설치비용·충전속도가 상용화 관건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도 있다. 전력을 무선으로 내보내기 위해서는 주파수가 필요한데, 이와 관련된 절차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세계 각국의 무선 전력 전송용 주파수가 동일하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지만, 정작 이와 관련한 글로벌 표준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유선 충전기에 비교한다면, 케이블 단자 형상이 모두 다른 셈이다. 

가령 우리나라의 경우 80~100kHz, 130~150kHz, 323~405kHz, 1.6~1.8MHz, 6.78MHz, 13.56MHz 등 7개 주파수 영역이 할당되어있다. 미국은 500kHz 이하, 6.78MHz, 13.56MHz 등을 할당해 우리나라 주파수와 일부 겹치는 영역이 있지만, 중국은 105~205kHz, 6.8MHz만이 할당되어있어 호환이 불가능하다. 전력량의 크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표준안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충전 효율이 높지 않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더 많은 전류를 필요로 하는 급속 충전 방식을 채택할 경우 전력 효율, 즉 전기 소모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자동차 업계에서는 무선 충전 기술이 보편화 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설치 비용도 문제다. 충전 패드는 물론, 전력 송·수신 장비를 매설하기 위해서는 굴착 작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새 건물에 충전 시설을 구축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기존 시설의 바닥이나 도로면을 해체해 충전기를 설치하는건 결코 쉽지 않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무선 충전 도로를 시범 구축한 사례를 살펴보면 통상 2km가 넘지 않는 짧은 구간에 국한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아직은 무선 충전 기술이 상당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다행인건 이물질로 인한 충전 불능 가능성은 물론, 전자파에 대한 우려는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와 마찬가지로 충전 패드 위에 다른 물체가 감지될 경우, 이를 안내하는 시스템이 연구되고 있고, 주차 보조 기술과 연동해 최적의 충전 위치를 찾아주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충전기는 전파인증원의 별도 심사를 거쳐 상용화되는 만큼, 전자파가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준치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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