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타파] 전동스티어링휠(MDPS) 고장, 핸들 못돌리나?
  • 김한용∙김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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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6.18 09:53
[미신타파] 전동스티어링휠(MDPS) 고장, 핸들 못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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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터그래프 만도 스티어링휠 본사 방문

주행중 전동식 스티어링휠(MDPS 혹은 EPS)가 고장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상당수가 핸들이 잠겨 운전자가 핸들을 돌릴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터측에서 웜기어를 이용하므로 모터측에서는 핸들을 돌릴 수 있어도 그 반대로 돌리는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꽤 설득력이 있다. 웜기어는 본래 한쪽 방향에서만 힘 전달이 가능하게 하고 반대 방향으로는 전달이 잘 되지 않도록 하는 대표적인 기어장치라고 어릴적부터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 전자조향식 스티어링휠(MDPS 혹은 EPS)에 사용되는 웜기어. 한눈에 봐도 기어를 돌려선 나선기어(헬리컬기어)가 잘 안돌아가게 생겼다.

하지만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모터가 고장나도 핸들을 돌리는데 그리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13일 강원도 문막에 위치한 '만도'의 스티어링 사업부를 찾았다. 이곳에선 현대기아를 비롯, GM 등 여러 회사 조향장치를 설계 제작하고 있었다.

▲ 테스트 상황 설정용 컨트롤러. 배선으로 차량과 직접 연결돼 여러 상황을 설정할 수 있다.
▲ 컨트롤러와 연결된 테스트카의 주요 기능 배선

◆ 주행중 핸들이 고장나는 실험을 하다

테스트 차종은 현대 산타페였다. 전자조향장치에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켜볼 수 있도록 여러가닥 전선을 연결했다. 연결 장비는 일부러 기능 고장을 내서 테스트하기 위한 장비다. 문제가 생겨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페일세이프(Fail Safe)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차량 통행이 없는 도로에서 스티어링휠 토크센서의 전력공급을 차단했다. 전원 차단의 고장 상황을 재현한 셈이다. 그 순간 스티어링휠이 좀 뻑뻑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안돌아가면 어쩌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기우일뿐 평소와 큰 차이 없이 핸들이 움직여졌다. 핸들의 가운데 부위는 힘이 적게 필요하기 때문에 파워핸들 기능이 없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차량을 갓길에 대고 시동을 껐다 켜니 스티어링휠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두번째 시도는 커브구간 중간에서 했다. 순간 기능이 멈추자 아까보다는 훨씬 강한 힘이 필요했다. 힘을 다해야만 커브길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평상시 너무 가볍다가 갑자기 무거워지기 때문에 더 당황하고서 핸들이 고착 돼 버린 것으로 오인하거나 놀랄 수도 있겠다. 

▲ MDPS(전동식 파워스티어링휠) 전기 공급 차단시에도 조향 기능은 작동
▲ MDPS(전동식 스티어링휠)의 전력을 공급하는 모터
▲ MDPS의 주요부품인 R-EPS 기어 앗세이

◆ 웜기어가 어떻게 반대로 돌아? 침착한 대응이 중요

실제 해봤지만 납득은 잘 안됐다. 웜기어는 힘이 반대로 전달되지 못한다는 상식이 깨져서다. 그러자 만도 측 관계자는 새로운 상식을 얘기해줬다. 웜기어 조합에서 나선(헬리컬)기어의 각도가 낮으면 거의 돌리는게 불가능하지만, 각이 크면 거꾸로 돌려도 충분히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다만 파워스티어링이 옵션이던 과거의 설계에 비해, 요즘 설계는 파워스티어링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수동으로 돌릴때는 힘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또, 어떤 차종에 납품 하는 경우라도 모든 고장상황에서 돌아가는지를 일일히 시험한 후 공급하기 때문에 핸들이 EPS 문제로 멈춰서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만도 관계자는 "주행 중에 시동이 꺼지거나 MDPS에 전력공급이 차단될 경우 사람들은 흔히 주·정차했을 때 꿈쩍 않는 스티어링휠을 상상하지만 실제는 그것과 다르다"면서 "실제 고장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운전자는 딱딱한 스티어링휠을 침착하고 강한 힘으로 조종해 차를 안전한 곳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밀한 조향은 힘들기 때문에 무리하게 운행하지 말고 서비스센터 등에 연락을 취해 수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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