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부터 콜벳까지, 남다른 경찰차들 [미국 자동차문화 탐방기②]
  • 황욱익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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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7 10:00
할리부터 콜벳까지, 남다른 경찰차들 [미국 자동차문화 탐방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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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나 각종 매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직업군은 경찰관이다. 멋진 주인공으로도, 때로는 악독하고 야비하게 등장하기도 하는 미국의 경찰관은 법을 수호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모토로 움직인다.

미국은 알려진 대로 공권력의 힘이 막강하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융통성이 없고 너무 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거대한 땅덩어리와 낮은 인구밀도, 우리와 다른 룰의 해석을 생각하면 강력한 공권력 없이는 사회 시스템 유지 자체가 힘들다. 그래서 그럴까. 미국 경찰관과 그들의 장비를 취재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부담감이 밀려왔다.

#할리를 타는 친절한 이웃, 바이크 순찰대

미국은 각 주마다 법률도 다르고 시스템도 다르다. 워싱턴 주는 주 경찰, 시 경찰, 보안관, 고속도로 순찰대 등으로 편제가 구분되는데, 우리는 도심의 치안을 담당하는 시택 시 순찰대를 취재했다. 취재에는 시택 시 부시장 출신인 피터 권 시의원과 혼다 클레이모델러 출신이자 클래식카 스페셜리스트 사무엘 장의 도움을 받았다.

처음 우리가 만난 팀은 바이크 순찰대다. 이날 만난 두 명의 경찰관은 덩치부터 남달랐다. 겉모습과는 달리 이들은 매우 친절했으며, 그들이 가진 장비와 업무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이들의 주 업무는 도심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범죄, 음주, 난폭운전, 교통정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20kg이 넘는 장비를 두른 채 헬멧까지 쓰고 시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바이크는 할리데이비슨에서 공급한다. 이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바이크는 폴리스 패키지가 추가된 버전이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사이렌을 비롯해 조명, 통신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간단하게 피의자의 신원을 조회할 수 있는 장비와 블랙박스, 앞뒤에는 과속단속 카메라가 달려 있다. 

흥미로운건 블랙박스였다. 우리와 달리 사고가 발생해도 블랙박스 영상은 거의 참고하지 않는다. 이유인즉 사생활보호 때문인데 블랙박스 영상을 참고할 경우 그 절차가 매우 복잡해진다고 한다. 

몸에 지니는 장비는 장갑에 가깝다. 나중에 설명을 들어 보니 이들의 육중한 덩치는 사실 몸에 지닌 장비 때문이었다. 근무시간 내내 착용해야하는 방탄조끼, 테이저건과 9mm 권총, 나이프, 응급처치 도구와 랜턴, 수갑, 개인 무전기까지 장착하면 근무를 위한 준비가 끝난다. 바이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츠와 글러브 같은 안전 장비도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미드 '기동순찰대'에 등장하는 존과 펀치의 모습과는 살짝 달랐다.

근무복은 두 가지 버전이다.  한 가지는 이벤트나 특별한 날 입는 예복이고, 나머지는 좀 더 활동적이고 기능성이 추가된 근무복이다. 처음 바이크 순찰대라고 전해 들었을 때는 예복을 생각했지만, 지금은 의류부터 장비가 모두 기능성 위주의 제품이 공급된다.  

해병대에서 복무를 마치고 바이크 순찰대에 합류한 채프먼은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저씨 같은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경찰을 두려워하고 이미지도 좋지 않은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이미지를 알고 있지만, 우리를 두려워해야 할 사람들은 범죄자들 뿐이다"라고 답했다. 그들도 누군가의 이웃이고, 범죄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사람이란다. 실제로도 취재 도중 마을 사람들이 지나 가곤 했는데, 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놓치지 않고 웃으면서 먼저 인사를 건넸다. 

가장 특이했던 점은 자신의 바이크를 타고 출퇴근을 하거나 주말에 집에 가져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채프먼은 순찰용 바이크를 동네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직접 세차와 관리를 하면서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이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사족이지만, 조만간 할리데이비슨에서 BMW로 바이크가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경찰차 뒷좌석이 플라스틱인 이유

영화나 미드에 등장하는 경찰차는 대부분 8기통 엔진을 올린 강력한 차들이 많다. 닷지 차저부터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 쉐보레 카프리스 같은 차들이 익숙한데, 실제로는 각 주별로 운용하는 경찰차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일례로 테네시 주 고속도로 순찰대는 쉐보레 콜벳을 사용한다. 중부지역에서는 쉘비 코브라나 쉐보레 카마로 같은 머슬카도 쓰인다. 최근 도입되는 경찰차들은 용도에 관계 없이 SUV로 통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포드 익스플로러와 쉐보레 타호다. 

준비되어있는 시택 시 경찰차도 포드 익스플로러였다. 올해 모두 새 모델로 교체된 차량들이다. 경찰 버전 익스플로러 역시 일반 판매용과는 다른데, 여기에도 폴리스 패키지라 불리는 튜닝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많은 장비를 싣고 다녀야 하는 만큼 서스펜션을 강화하고, 출력을 올린 ECU, 더 큰 용량의 브레이크 등이 추가된다. 타이어는 기본적으로 런플랫을 사용하며, 보통 하루에 100마일(160km) 정도를 주행한다. 

경찰차는 바이크보다 더 많은 장비들이 실려있었다. 운전석에서 조작할 수 있는 노트북에는 신원을 조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설치되어있고, 앞좌석과 뒷좌석은 완전히 나눠져 있다. 피의자를 검거하면 뒷좌석에 태우는데, 그 구조만 봐도 타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쿠션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좌석이었는데, 이에 대해 담당 경찰관은 "여기에 탈 정도면 현행범인데, 범죄자들을 굳이 편하게 모실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시택 시는 경찰차 한 대 당 한 명의 경찰관이 배정된다. 이들은 방탄조끼를 비롯해 9mm 권총, AR-15(대한민국 국군에서도 쓰이는 5.56mm 탄환을 사용한다) 소총도 차에 휴대하고 다닌다. 트렁크에는 방탄조끼를 비롯해 응급처치 도구, 그 외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들이 가득하다. 지역에 따라 경찰차에 샷건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도심지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고 한다.    

미국의 경찰차는 대부분 조명과 사이렌을 통해 상황을 전달한다. 상황에 따른 조명 종류만 해도 대 여섯 가지가 넘고, 이를 조작하는 패널을 비롯해 티켓 프린터, 바코드 인식 장비, 통신 장비까지 모두 운전석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패키징을 구성했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사무실에 가깝다. 

경찰관의 트레이닝 과정은 각 주 별로 다르다. 기본적인 드라이빙 교육을 비롯해 교전수칙 등을 수시로 교육 받는다. 이 날 익스플로러와 함께 나온 피터슨의 말에 따르면, 교전수칙도 매 년 바뀌고 있으며 갈수록 지능화되는 범죄에 대응하는 방식도 다양해진다고 한다. 가장 큰 차이는 총격전 상황인데, 그간의 교전수칙은 도어 뒤에서 대응사격을 하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차에서 내려 외부에 엄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가 영화나 미드에서 보는 내용과는 전혀 달랐다. 

대응 방식이 달라도 경찰들간의 공조는 탄탄하다. 주로 고속도로를 담당하는 주 경찰(고속도로 순찰대), 지역을 담당하는 시 경찰, 외진 지역의 치안을 담당하는 보안관까지 이들은 업무 구역은 달라도 언제든 공조가 가능하다고 한다.  

#미국에서 운전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미국의 법률 해석은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법률에 명시된 내용이 아닌 이상 개인의 자율에 맡기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이 따른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고속도로나 일반도로에서 운전을 할 때 너무 빡빡한 미국 경찰들의 단속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는 실제와 다른 부분이 있다. 실제로 프리웨이(고속도로) 같은 경우 제한 속도는 60마일(100km/h) 정도지만, 굳이 제한속도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미국 경찰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흐름과 효율이,지 무조건적인 제한속도 잣대로 단속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래서 미국의 도로에서는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스톱사인(정지 표지판)도 비슷한 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무조건 멈춰야 하지만, 한국은 서행과 정지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편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처럼 비상등을 수시로 사용하거나, 도로 합류 지점에서 좌측 깜빡이를 켜고 진입하는 행위는 경찰관과 다른 운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법률에서 지정한 조건이 아닌 상황에서 후방 안개등을 켜고 다녀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글·사진: 황욱익
현지 코디네이터·통역: 사무엘 장
취재협조 : 시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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