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내연기관 퇴출 움직임에 금융권까지 가세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호주의 뱅크오스트레일리아(BA)는 2025년부터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등 내연기관이 탑재된 신차 구매자들에게 자동차 대출을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부터는 오직 전기차와 수소차를 구입하려는 이용자들에게만 대출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은행 측은 입장문을 통해 "새 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기후 위기와 비용 절감을 위해 전기차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소비자들이 대출로 더 높은 탄소 배출량과 더 많은 유지비를 지불해야 하는 차를 선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의 새로운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내연기관 중고차에 대한 대출은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은행측은 "모든 사람들이 전기차를 살 수 있는건 아니기 때문"이라며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움직임과는 달리, 호주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저조하다. 지난해 호주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만665대로 전체 신차 판매량에 2%에 불과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치인 9%와는 4배 이상의 격차다. 호주가 새로운 배출가스 및 연비 규제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데다, 전기차에대한 보조금 과 세제혜택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 탓이 컸다. 현지 연구에 따르면 불필요한 화석연료 소모로 호주 내에서만 41억 달러(한화 5조5000억원) 가량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호주 정부의 자동차 정책 전반은 보수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호주는 2035년 수도권 지역에만 국한해 가솔린·디젤차 판매를 중단할 계획인데, 2030년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 판매 자체를 중단시킬 계획인 유럽의 결정과는 대조된다.

외신들은 다른 금융권에서도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각국 정부가 내연기관 퇴출을 의욕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정책에 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덴마크의 메르쿠어 협동조합 은행도 2020년부터 가솔린과 디젤차량에 대한 자동차 대출을 받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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