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뚝심, 디자인·옵션? 차는 기본기·품질이 더 중요해!
  • 전승용
  • 좋아요 0
  • 승인 2022.08.02 11:08
한국GM의 뚝심, 디자인·옵션? 차는 기본기·품질이 더 중요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곧 다가올 미래에도 품질은 자동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자동차의 본질이 ‘이동 수단’인 점을 고려하면, 안전하고 결함 없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제조사에서 가장 우선으로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다.

지난달 뷰익 앙코르 GX가 미국 JD파워에서 진행한 2022년 신차품질조사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소형 SUV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앙코르 GX는 국내에 판매되는 트레일블레이저의 형제 모델로, 한국GM 부평공장에서 함께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된다. 이 두 차종은 한국GM 경영정상화 프로그램 중 하나로, 기획부터 설계 및 생산까지 100% 국내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의미가 더욱 크다.

좌측부터 생산부문 조립 담당 박노일 부장, 생산품질팀 김효석 부장, 설계품질팀 김익회 부장, 차량개발 담당 박형규 부장
좌측부터 생산부문 조립 담당 박노일 부장, 생산품질팀 김효석 부장, 설계품질팀 김익회 부장, 차량개발 담당 박형규 부장

국내에서 한국GM, 그리고 쉐보레에 대한 평가는 분명하다. 차의 기본기와 품질은 좋은데,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을 디자인과 옵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차를 만드는 방향성의 차이'라며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기본기와 품질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100년 넘는 세월 동안 GM이 쌓아온 노하우가 집약된, 가장 중요하게 노력하고 달성해야 할 브랜드 정체성이라는 것이다.

한국GM 부평공장을 방문해 앙코르GX와 트레일블레이저의 품질 담당자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어떤 일을 하는지 본인 소개를 한다면?

김익회 부장: 연구소에서 품질 관리를 업무를 맡고 있다. 60여 개의 시스템별 품질을 분석하고, 문제가 생기면 엔지니어들과 함께 분석 및 테스트 디자인을 통해 원인을 찾아낸다. 이 밖에 신차 품질 관리도 일부 담당한다.

박형규 부장: 앙코르 GX와 트레일블레이저 차량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주요 업무는 프로그램 엔지니어링 매니저다. 

김효석 부장: 트레일블레이저와 앙코르 GX 제조 품질 확인부를 담당하고 있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빠르게 해결하는 업무다.

박노일 부장: 자동차를 가장 마지막까지 챙기는, 조립 공정을 맡고 있다. 트랙스에 개발 당시 PIT 및 이슈 해결 업무도 했고, 지금은 프로젝트 구성원 및 각 공정 작업자까지 표준화를 접목해 우수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좌측부터 설계품질팀 김익회 부장, 차량개발 담당 박형규 부장, 생산품질팀 김효석 부장, 생산부문 조립담당 박노일 부장
좌측부터 설계품질팀 김익회 부장, 차량개발 담당 박형규 부장, 생산품질팀 김효석 부장, 생산부문 조립담당 박노일 부장

Q. 이번 JD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어떤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나? 트레일블레이저는 몇 등 정도 했는지?

김효석 부장: 트레일블레이저는 세그먼트에서 5등을 했는데, 앙코르 GX와 점수 차이는 그리 크지는 않았다. 전반적인 트렌드를 중요하게 보고 있는데, 트렌드 상으로는 두 차종이 거의 동일하게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은 파워트레인 부문과 NVH 관련 부문이었다.

박형규 부장: 소형 SUV 평가 차종은 19개였다. 앙코르 GX가 1등, 다음이 이전 앙코르였다. 트레일블레이저도 5등이다. 전반적으로 같은 아키텍쳐의 형제 차로 나오다 보니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인 평가는 모두 좋았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Q. 세계 여러 공장 중 한국에서 만든 차량이 높은 평가를 받는 요소가 있나?

박형규 부장: 평가는 결국 판매량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미국 출시 이후 가장 빠르게 판매 속도가 올라간 차로, 상당히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여담으로 말씀드리면 북미에서는 없어서 못 팔고 있을 정도다.

김익회 부장: 트랙스 같은 경우는 한국과 멕시코에서 같이 만들었다. 멕시코에서는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딜러들이 한국에서 만든 트랙스를 가져가려고 아주 치열하게 경쟁했다고 들었다. 트레일블레이저 관련해서도 "미국 전체의 재고가 5대 밖에 없다. 언제든지 한국에서 보내주기만 하면 우리는 무조건 다 팔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반응이다.

박노일 부장: 트레이블레이저나 앙코르 GX 등 물량을 못 맞추고 있어 안타깝다. 생산성을 높여 소비자들에게 빨리 출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효석 부장: 작년이 상당히 아쉬웠는데, 올해 역시 코로나와 반도체 이슈로 원하는 만큼 생산을 못 했다. 회사의 흑자 전환에 더 기여를 할 수 있었음에도 못한 게 아쉽다.

쉐보레 크로스오버 시험주행차량(사진제공 : S. Baldauf/SB-Medien)
쉐보레 크로스오버 시험주행차량(사진제공 : S. Baldauf/SB-Medien)

Q. 2023년에 나오는 새로운 CUV에도 앙코르 GX와 트레일블레이저에서 얻은 성공 경험이 반영됐나?

김효석 부장: 트레일블레이저와 앙코르 GX를 개발하면서 나왔던 방대한 데이터를 CUV에 많이 대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퀄리티, 또 생산 쪽에서도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창원 공장은 이런 데이터를 반영해 라인을 새로 깔았다. 더 안정적인 품질로 나올 것이라 예상한다.

김익회 부장: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GM의 기술이 계속 누적이 되면서 Lesson Learned(교훈을 얻다)라는 개념이 강하다. 말씀하신 것처럼 앞 차종에서 경험한 데이터를 다음 차종에 반영하는 퀄리티 체인이 정착되어 있다. 특히, 새로운 CUV에는 미국에서도 도입되지 않은 방법을 도전하고 있다. 이 도전은 해외 GM 사업장에 동일하게 전파될 것이다. 

김효석 부장: 작년에 본사에서 트레일블레이저와 앙코르 GX의 보증 목표를 공격적으로 가져갔다. 이를 맞추기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그 결과가 상당히 좋다. 메리 바라 사장님께서도 보시고 글로벌 각 프로그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이런 아이템들이 CUV에도 반영이 된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박형규 부장: CUV도 생산과 개발도 국내에서 이뤄진다. 앙코르 GX와 트레일블레이저를 개발, 생산, 품질관리를 했던 인원들이 그대로 진행하기 때문에 이전에 있었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갈 수 있다. 당연히 다음 단계를 갈 때는 더 개선된 것들이 반영될 것이다.

Q.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

박형규 부장: 일단 사람의 차이가 가장 크다. 한국 사람은 특유의 신속함이 있다. 그리고 다 같이 한다는 원-팀 마인드도 있다. 또, 외부에서 볼 때 한국 사람들은 섬세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거기에 GM은 110년 이상 된 회사다. 그동안 많은 노하우가 축적됐고, 그 노하우가 프로세스화·스펙화 되어 있다.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강점은 이런 노하우를 가져와서 빨리 신속하게 적용하고 아웃풋을 낸다는 것이다.

김익회 부장: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장점은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적응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이거 불량이다"라고 녹음해서 줘도 미국 사람들은 "이게 왜 불량이냐?"며 안 믿을 때가 있다. 한마디로 더욱 섬세한 부분까지 반영해서 설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설계해서 한국에서 만든 차들이 다 성공을 거뒀는데 그런 게 결과적인 수치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Q. 품질 관리에서도 한국GM이 다른 사업장 및 다른 브랜드보다 우수한가?

박노일 부장: 현재 조립 공정 과정에서 양품 생산율은 96%이다. 불량율이 현저히 적은 4%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GM은 품질 관리 분야에 있어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GM의 조직 문화 중 하나인 Global Manufacturing System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차량 퀄리티를 높이고 불량률을 낮추는 조직문화, 이런 분위기가 오랜 시간에 걸쳐 내부적으로 쌓이고 형성되면서 한국GM의 저력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김효석 부장: GM은 품질과 안전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고 있다. 내부 캠페인으로 Quality Culture Event를 진행하고 있는데, 품질 부분에만 한정해 진했던 것이 현재는 전사적으로 확대 시행 중이다. 품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모든 구성원이 품질에 대한 중요성을 생활화하고 습관화하자는 개념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GM 본사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해 해외 사업장에도 적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Q. 부평공장은 생산·연구 시설을 한 곳에 갖고 있는 수도권 유일 완성차 사업장이다. 어떤 장점이 있나?

김효석 부장: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강점은 하나의 장소에 생산-품질-연구 부서가 함께 모여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빠르게 회의를 진행해 조직원 모두가 이를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다. 엔지니어들은 생산 현장을 바로 이해할 수 있고, 부품 설계 담당자들도 현장에 모여 빠르게 개선점을 도출한다.

박노일 부장: 조립 공정은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완성도 높은 차량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작업의 효율성이 매우 중요한데, 이런 점을 연구소에 전달하려면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여주고 함께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평공장은 이런 환경에 있어 강점을 지닌 사업장이라고 생각한다. 또 타사와 비교해 경쟁력을 가진 요소라고도 생각한다. 소비자의 니즈가 많은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앙코르 GX 모두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생산할 수 있었던 대표 모델들이다.

박형규 부장: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에서는 한국에서 생산하는 차량만 연구하는 것이 아닌, 해외에서 생산되는 차종들도 함께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생산 현장에 직접 내려가 살펴볼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긍정적인 요소다. 커뮤니케이션 툴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직접 과정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환경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Q. 이런 노력에도 차량 판매량이 저조하면 아쉬울 것 같다

박형규 부장: 당연히 안타까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를 대표적으로 설명하면 해당 차량의 상품성은 이미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공감을 얻고 있다.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상품성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반도체 이슈 등 불가피한 외부 요소 때문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이미 글로벌에서 높은 기대치와 수요를 가진 차량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강세인 수출 분야에 차량 물량을 조금 더 배정하는 것처럼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앙코르 GX의 JD파워 1위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다

박노일 부장: GM 한국 사업장의 저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조립 공정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초기 생산 단계에서는 설계 도면을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 중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 앙코르 GX와 트레일블레이저는 하네스라고 부르는 보디(body) 배선 공정이 있다. 다른 차량에는 여러 배선을 재조합하는데, 두 차종은 하나의 배선을 보디 전체에 설치하는 형태로 만들고 있다. 초기 생산 시 작은 통신 불량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때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와 함께 오류를 올바르게 수정하고 현장에서 개선한 것이 기억난다. 결과적으로 전장 모듈 결함을 현저히 감소시켰고, 이런 데이터베이스는 창원공장은 물론 GM의 해외사업장에서 좋은 본보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박형규 부장: 우수한 성적표를 받은 기분이고 큰 자부심이 든다. 그동안 기술적인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좋은 품질의 차량을 해외에 수출하고 특정 국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뜻깊다.

김익회 부장: 아빠의 마음에 비유해 설명드린다면, 마치 아들과 딸이 대학교에서 4년 장학금을 받은 기분이 든다. 올해는 JD파워에서 앙코르 GX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2021년 컨슈머리포트에서는 트레일블레이저가 베스트 차량으로 만점을 받은 경우도 있다.

김효석 부장: 저도 같은 생각이 든다. 아들에게 트레일블레이저를 보여주면서 "봐봐 아빠가 직접 만든 자동차야"라고 자부심 있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뜻깊다.

좌측부터 생산품질팀 김효석 부장, 생산부문 조립 담당 박노일 부장, 차량개발 담당 박형규 부장, 설계품질팀 김익회 부장
좌측부터 생산품질팀 김효석 부장, 생산부문 조립 담당 박노일 부장, 차량개발 담당 박형규 부장, 설계품질팀 김익회 부장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