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몽키 125, "귀엽다고 무시하지마!"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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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07 14:01
[시승기] 혼다 몽키 125, "귀엽다고 무시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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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cc급 엔트리 바이크라면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 조작성과 편의성 그리고 연비 등 일정 수준을 맞추다 보면, 대부분 비슷한 성능을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편협한 생각을 깬 건 혼다 몽키 125였다. 출퇴근용으로 타고 있는 슈퍼커브보다 15cc 정도 배기량이 높을 뿐이었지만, 이 정도의 배기량만으로 전혀 다른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 그 시작은 놀이기구?

몽키의 시초는 1961년 건설된 일본의 테마파크 '다마 테크'에서 쓰일 놀이기구였다. 1967년에는 50cc 엔진을 탑재한 공도 주행용 모델이 출시됐고, 이후 50여년간 세계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이날 시승한 모델은 2018년 125cc 엔진을 탑재해 출시된 최신 모델로, 지난해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됐다.

그 시작이 놀이기구여서 그럴까. 첫 인상은 귀여움 그 자체다. 슈퍼커브가 그렇듯 몽키도 오리지널의 정체성을 그대로 계승한 뉴트로 스타일이다. 클래식 네이키드 바이크를 과하게 축소시켜놓은 앙증맞은 비율은 물론, 동그란 헤드램프와 자그마한 연료통도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물론, 마냥 장난감 같아 보이는 모습은 아니다. 클래식 윙 엠블럼은 오랜 헤리티지를 담은 모델임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 다양한 크롬 도금과 업 머플러를 더해 세련되고 진중한 느낌을 더했다. 두툼하고 푹신한 시트는 제법 긴 거리를 주행할 때에도 편안하겠다. 

세세한 사양구성을 보면 마냥 레트로도 아니다. 디지털 풀 LCD 클러스터를 탑재해 연료량과 속도, 누적 주행거리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모든 등화장치는 LED를 채택해 시인성과 내구성을 극대화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LCD 클러스터에는 기어 단수를 표시해주는 인디케이터가 없다. 중립 기어가 체결됐다는 것만 알려줄 뿐이다. 이렇다 보니 기억력에 의지해 변속을 해야 한다. 주요 타깃 층을 생각해보면 조금 더 세심했어야 할 대목이다.

# 누구에게나 즐거운 주행 성능

몽키 125는 124cc 공랭식 단기통 엔진과 5단 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9.4마력, 최대토크 1.1kg.m을 발휘한다. 비슷한 배기량의 혼다 PCX(12.5마력, 1.2kg.m)보다 떨어지는 출력이지만, 공차중량은 105kg에 불과해 PCX보다 25kg이나 가볍다. 110cc 엔진을 품고 있는 슈퍼커브(100kg)와 비교해도 5kg 무거울 뿐이다.

이렇다 보니 작은 체구를 이끌고 나가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고회전 영역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감각에 변속을 최대한 늦춰가며 치고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슷한 배기량의 엔진이어도 그 움직임과 가속 성능 차이도 명확하다. 

클러치 유격점은 제법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핸들을 꼭 쥔 상황에서 손이 적당히 펴질 만큼에서 클러치가 붙는다. 매뉴얼 바이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익숙해지는 편이다. 

수동 기어에 익숙해지면 가벼운 차체로 와인딩 로드를 달려보길 추천한다. 가벼운 차체 탓에 하중을 이동시키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가고자 하는 방향의 엉덩이 쪽에 무게를 주면, 스티어링과 차체는 자연스레 그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타이어 폭도 넓어 차체를 기울여도 불안함은 크지 않다.

제동력은 지속적으로 힘을 가할수록 강해지는 세팅이다. 전륜 혹은 후륜만의 제동으로 전복되거나 브레이크의 락이 걸릴 수 있지만, IMU(관성측정장치)와 ABS가 적용된 탓에 제동 안정성을 더한다.

생긴 것과는 달리, 최고속도는 동일 배기량의 바이크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이 날렵한 핸들링 성능과 부가적인 운전 재미는 무엇일까. 작지만 재빠르고 날렵하게 움직이는 게 꼭 이름 값을 한다.

# 가격은 글쎄…

누구나 탐낼만한 귀여운 디자인을 갖고 있지만, 여느 고성능 바이크 못지 않은 운전 재미는 몽키 125의 강점이다. 유니크한 디자인과 IMU 등의 고급 사양도 본격적인 모터사이클 입문을 위한 좋은 선택이다. 초심자로서 메뉴얼 바이크의 기본적인 특성을 이해하기도 쉽고, 위험을 감내해야 할 만큼 빠르지도 않다. 

걸리는 점이 있다면 가격. 468만원으로 같은 베이스의 MSX(379만원)보다 비싸다. 더 높은 출력을 바탕으로 달려볼 수 있는 스즈키 GSX-R125(459만원)나 GSX-S125(419만원)보다도 돈을 더 지불해야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한 보편적 바이크라면 가격은 조금 더 낮아야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없어서 못 사는 귀한 모델이라니, 물량도 더 충분히 확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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