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벤츠 C300 AMG 라인 '가격은 E클래스, 만족도는 S클래스'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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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10 10:35
[시승기] 벤츠 C300 AMG 라인 '가격은 E클래스, 만족도는 S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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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는 도심에서 더 많은 이점을 누린다. 주택가나 좁은 골목길을 보다 쉽게 다닐 수 있고, 칸이 좁은 주차 공간도 비교적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작지만 고급스러운 모델을 찾기는 어렵다. 실내를 꾸미는 소재나 마감은 물론, 각종 안전 및 편의사양 또한 윗 체급의 형님들과 비교하면 그 구성이 아쉽다. 아무래도 상급 모델과 차별화부터 가격대 등 다양한 타협점을 고려하다 보니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기존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역시 마찬가지다. '프리미엄'을 느끼기에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환골탈태를 거치고 7년 만에 돌아온 신형 C클래스는 확 달라졌다. D세그먼트급 수입차에서 보기 드문 편의사양은 물론, 벤츠가 자랑하는 화려한 인테리어와 이에 걸맞은 고급 소재까지 모두 갖췄다.

6세대 C300 AMG 라인을 타고 서울 시내를 달렸다. 신형 C클래스는 국내 시장에 C200 4매틱과 C300 AMG 라인 등 두 가지 모델이 우선 출시됐다.

C클래스는 차체 크기를 꾸준히 키워왔다. 이번 차도 마찬가지다. 전장과 전폭, 전고는 각각 4751x1820x1438mm로 이전 세대 대비 65mm 더 길고, 10mm 넓고, 9mm 낮다.

물론, 드라마틱한 크기 변화는 아니다. 아무리 차체 크기를 키웠다 해도 형님 모델인 E클래스(4940mm)와는 꽤 차이가 크다. 경쟁 모델인 아우디 A4(4770mm)와 BMW 3시리즈(4710mm), 제네시스 G70(4685mm)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외관 디자인은 더욱 고급스러워졌다. 전작이 스포츠성을 강조했다면, 이번 6세대 모델은 도심형 럭셔리 세단에 가깝다. 큰 형님 S클래스에서 보여준 중후함을 체급에 맞게 잘 녹여냈다. 여기에 두껍게 볼륨을 줘 포인트를 살린 허리 라인이 한 체급 커보이는 효과를 준다.

덕분에 일부에서 단점(?)으로 지적하는 대·중·소 디자인은 그대로다. 후면부의 경우, 테일램프 그래픽과 일부 디테일을 제외하면 C·E·S클래스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어찌됐든, 막내인 C클래스에게는 장점으로 다가온다.

실내는 '인테리어 장인' 벤츠의 손길이 돋보인다. D세그먼트 세단임에도 타 브랜드 플래그십 못지 않은 화려함으로 무장한 모습이 돋보인다. 차량 곳곳에 자리한 64컬러 앰비언트 라이트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스티어링 휠이다. AMG 라인 전용 사양이 적용됐는데, 디자인이나 파지감 모두 경쟁 모델과 비교해 훨씬 고급스럽다. 디자인 하나만으로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림에 자리한 다양한 버튼들은 누름과 터치 방식을 고루 사용한다.

소재 개선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가죽 사용 비율이 높아졌다. 도어 트림부터 대시보드 상단부와 센터콘솔까지 질 좋은 가죽으로 덮었다. 경쟁 모델과 차별되는 비장의 무기다. 또한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과 1열 열선 및 통풍시트, 파노라마 선루프 등 다양한 고급 사양이 눈길을 끈다.

디지털 경험도 동급 최고 수준이다. 태블릿 PC를 닮은 11.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높은 해상도와 쨍한 색감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반응속도도 빠릿빠릿해 쾌적한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스마트폰 UI 방식을 채택해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금세 적응할 수 있겠다.

2열 공간은 아쉽다. 키가 큰 성인 남성에게는 부족한 머릿 공간이다. 빈약한 편의사양도 단점이다. 그 흔한 열선 시트도 없을 뿐더러 USB 포트도 단 한개만 마련됐다. 성인 네 명이 장거리 여행을 편하게 가기엔 불편할 수 있겠다. 

그래도 트렁크는 전동식으로 여닫을 수 있다. 455리터 공간을 마련했으며, 2열 폴딩을 지원해 공간 활용성을 나름 확보했다.

C300 AMG라인은 2.0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9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뒷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는 40.8kgf·m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0초가 소요된다.

승차감은 기대 이상이다. D세그먼트 승용차는 대개 경쾌하고 가벼운 움직임이 특징인데, 신형 C클래스는 묵직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노면이 좋지 않은 도로에서는 조금 단단하지만, 속도가 붙으면 이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여기에 두툼한 스티어링 휠의 손맛까지 더해져 마치 한 체급 위 비즈니스 세단을 모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은 완성도가 높다. 앞차와 간격을 부드럽게 조절할 뿐만 아니라,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스티어링 휠을 가볍게 잡고만 있어도 장거리 주행의 피로가 크게 줄어든다.

C200 4매틱과 C300 AMG 라인은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사용하지만, 구동 방식과 출력에서 차이를 보인다. 204마력의 힘을 네 바퀴로 고루 보내는 C200과 달리, C300은 스포츠 지향 트림답게 출력을 조금 더 높이고 오직 뒷바퀴로만 승부한다. 굽잇길에서 뒤를 밀어주는 느낌이 상쾌하다. 서스펜션 세팅도 달리해 C300이 조금 더 단단한 모습이다.

여기에 AMG 라인만의 차별점인 스포츠 플러스 모드까지 갖췄다. 낮은 기어 단수를 적극 사용해 운전자의 질주 본능을 깨운다. 이 정도면 일상 영역에서 힘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잘 달리는 만큼 잘 서는 것도 중요하다. 브레이크 성능 또한 원하는 만큼 꺼내 쓰기 쉽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4기통의 빈약한 엔진음 뿐이다.

시승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부분은 바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커다란 화면은 시각적으로도 시원할 뿐만 아니라 버튼들의 크기도 충분해 잘못 조작하는 경우가 적다. 또한 순정 내비게이션은 그래픽이나 정보량 측면에서 수입차 브랜드 중 최고 수준이다. 최신 모델답게 무선 스마트폰 미러링을 지원하는 것도 강점이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시원시원한 비율로 감상할 수 있다.

다만 가격이 비싸다. 신형 C클래스 가격은 C200 4매틱 6150만원, C300 AMG 라인 6800만원이다. 특히 C300 AMG 라인의 경우, 경쟁 모델인 3시리즈(5180~6090만원)뿐 아니라 상위 모델인 E클래스의 엔트리 트림 'E250 아방가르드(6730만원)'보다 비싸다.

고민이 될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하극상에 가까운 상품성을 갖춘 만큼, 비싼 몸값에 대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작지만 고급스러운 차를 원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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