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R nineT, "운전의 즐거움, 바이크에서도 유효하다"
  • 박홍준
  • 좋아요 0
  • 승인 2022.06.22 16:45
[시승기] BMW R nineT, "운전의 즐거움, 바이크에서도 유효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옛것을 보면 설렌다. 수억원의 슈퍼카보다 잘 관리된 올드카가 더 멋지고, 과거의 디자인을 오마주해 재탄생한 전기차들을 보면 박수가 나온다. 그 취향은 모터사이클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바이크들을 제쳐두고 오래 전 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BMW R nineT를 만나봤다.

#클래식, 그 자체의 디자인

R nineT의 외형은 2013년 BMW 모토라드 90주년을 기념해 공개된 R 90S 콘셉트에서 유래했다. 볼륨감있는 특유의 연료 탱크, 금색 프론트 포크 등이 대표적인 요소들이다. 엔진을 그대로 노출시킨 네이키드 구조도 동일하다. 

차이점도 있다. 로켓 카울이 적용된 콘셉트카와 달리, R nineT는 차체 구조를 거의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그 위에 자리잡은 두 개의 클러스터, 그 모습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는 박서 엔진은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요소다. 거대한 트윈 타입 머플러와 배기가스 열에 무지개빛으로 익은 매니폴드도 멋스러움을 더한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새로운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는 엔진을 탑재하고 외관 디자인을 일부 손본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기존 R nineT와의 차이점을 찾기는 어렵다. 세세히 뜯어봐야 알 수 있는데, 조명류와 일부 디지털 요소들이 가미된 정도다. 

그나마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헤드램프다. 발광체를 LED로 바꿨고, 날개 모양으로 빛나는 주간 주행등을 추가했다. 광량과 가시 범위는 제법 넓어서 야간에 라이딩을 하기에도 편안하다. 두 개의 클러스터 사이에 위치했던 모니터는 계기판 안쪽으로 분할 이동시켜 디자인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핸들 바 주변에는 다양한 기능들을 작동시킬 수 있는 버튼들도 자리잡았다. 방향지시등과 경음기는 기본, 계기판 내부 디스플레이, 열선시트, 로드, 퍼포먼스, 레인 등 세가지 주행모드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들도 위치해있다. 버튼의 조작감이나 질감 자체가 좋지 않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R nineT가 처음이라면 당황할만한 요소도 있다. 계기판엔 주유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연료가 얼마 남지 않으면 그제서야 경고등이 점등되고, 모니터를 통해 주유기 표시와 잔여 주행거리가 표시된다. 경고등은 주황색 삼각형에 둘러싸인 느낌표 모양인데, 처음 탑승하는 사람이라면 차량에 이상이 생긴건 아닌지 하는 불안함을 가질 수도 있겠다. 

#BMW 3시리즈가 떠오른 이유

처음 앉았을 때 느낀건 제법 편한 자세가 연출된다는 점이다. 양발에 적당히 힘을 싣고 허벅지로 연료탱크를 꽉 죄이면 자연스러운 라이딩 포지션이 연출된다. 연료탱크 쪽으로 조금 더 체중을 싣게 되면 고속 주행 중에도 얼마든지 바람을 가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시동을 걸면 최고출력 112마력, 최대토크 11.8kg.m을 발휘하는 1170cc 2기통 공랭식 엔진이 깨어난다. 박서 엔진이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는듯 시동과 함께 바이크가 좌·우로 요동친다. 신기한 박서 엔진의 움직임에 중립 기어를 놓은 상태에서 스로틀을 감아보면, 허벅지 사이에서 몸부림치는 엔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클러치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감각이지만, 클러치를 붙이는 순간 급격하게 튀어나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익숙하지 않다면 2단에서 스로틀을 조금씩 감아주며 나아가는 것도 좋겠다. 출력 자체가 넉넉하다보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로드 모드에서는 시내 주행에서도 별 다른 부담 없이 운전할 수 있다. 여유로운 동력성능을 바탕으로 6단 변속기를 두고도 2~3단만 오가도 충분할 정도다. 비가 오지 않아도 레인 모드는 제법 유용한데, 스로틀 반응은 더욱 느슨해지고 출력 자체도 어느 정도 제한돼 아직 성능에 익숙치 않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만 하다.

탁 트인 도로에 올라서고 나서야 4~5단을 쓸 여유가 생긴다. 여기에서부터 퍼포먼스 모드를 체결하면 R nineT의 진가가 드러난다. 스로틀은 조금 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가속감은 다소 두려울정도로 시원시원해진다. 엔진 자체가 상당한 고회전 성향이다보니 자동차에선 맘먹지 않으면 어려운 6000~7000rpm에서 변속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속도감에 취해 클러치를 제대로 떼지 못한 상황에 밀려든 변속 충격마저도 즐겁다.

코너를 공략하는 재미도 상당하다. 박서 엔진의 낮은 무게중심 탓에 차체를 한껏 기울여도 마냥 안정적인 모습이다. ABS와 DBC(다이내믹 브레이크 컨트롤)가 탑재돼 제동도 안정적으로 가할 수 있다. 낮은 무게중심을 바탕으로 자신감있게 코너링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은 회사의 3시리즈를 연상시킨다. 

#R nineT도 BMW였어!

R nineT는 클래식한 외형과 균형감 있는 주행 감각을 만끽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었다. 이제 자동차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공랭식 박서엔진 특유의 감성은 물론,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바탕으로 스포츠 주행과 일상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모델이다. 

물론, 다소 저렴해보이는 버튼류가 아쉬웠고, 주유 게이지가 없어 당황스러웠지만, 그 마저도 포용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익숙해지면 될 일이니까 말이다. 이렇다보니 퇴근길 내내 북악스카이웨이로 빙 돌아 집으로 돌아갈 정도였다. 안그래도 즐거운 퇴근길을 더 즐겁게 만들어주다니. BMW가 말하는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은 모터사이클에서도 유효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