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한국GM 렘펠 사장이 해결해야 할 다섯가지 과제
  • 신화섭
  • 좋아요 0
  • 승인 2022.06.09 12:09
[MG수첩] 한국GM 렘펠 사장이 해결해야 할 다섯가지 과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GM 로베르토 렘펠 신임 사장이 취임했다. 렘펠 신임 사장은 대규모 시설 투자를 추진 중인 부평공장을 방문해 신차 생산 준비 상태를 점검하며 현장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내년부터 생산될 글로벌 신제품의 성공적인 생산과 출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2000억원대 투자를 통해 연 50만대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신임 사장은 부진을 겪고 있는 내수 판매부터 불이 붙은 노사갈등, 8년 연속 적자 등 쌓여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차세대 CUV를 성공적으로 런칭해야 한다. 여러모로 어깨가 무거울 한국GM 로베르토 렘펠 신임 사장이 해결해야 할 다섯 가지 숙제를 정리해봤다.

# 시작부터 두 배 넘게 올려달라는 노조

렘펠 사장은 당장 이번달부터 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협상에 나서야 한다. 올해 노조는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성과급 통상임금의 400% 등을 요구하며 사측을 강도 높게 압박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홈페이지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홈페이지

업계는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요구안이 지난해 합의안(기본급 3만원 인상, 성과 및 격려금 450만원)의 2배를 넘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1인당 평균 1500만원이 넘는 수준이다. 

# 근본적인 위기 '반토막'난 내수 판매

끝없이 하락하는 내수 판매도 걸림돌이다. 한국GM의 지난해 총 판매량은 5만4292대로 2016년(18만275대)과 비교하면 5년 만에 69.9% 폭락했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지난 1~5월까지 실적은 1만3118대로, 작년 같은 기간(2만7420대)의 절반 이하다(-52.2%).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기아 모닝과 더불어 경차 시장을 이끌던 스파크는 차박 열풍에 힘입어 넉넉한 공간을 내세운 기아 레이와 경차 계의 새바람을 일으킨 현대차 캐스퍼의 등장 이후 존재감이 흐릿해졌고, 야심작이었던 트레일블레이저는 한동안 셀토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다가 어느새 월 1000대 아래로 고꾸라졌다. 여기에 많은 수량은 아니지만, '자영업자의 발'로 불리던 다마스와 라보도 단종됐다.

게다가 스파크는 이르면 올해 생산이 종료될 예정이다. 한국GM으로서는 다음 먹거리가 절실한데,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하반기에는 GMC의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가 도입되고, 쉐보레 볼트와 볼트EUV의 출고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지만, 수입 모델인 만큼 물량 도입에 변수도 많고 판매량도 제한적이다. 

결국 내년 신형 CUV가 출시되기 전까지 '볼륨 모델' 없이 지금 가진 차종만으로 버텨야 하는 모양새다. 렘펠 사장은 리더십을 발휘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판촉 활동에 나서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 8년간 누적 적자 5조

지난 2014년부터 8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GM에게 가장 큰 목표는 '흑자 전환'이다. 이 기간동안 누적된 손실은 5조원에 달한다. 그간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및 부품 물류센터 폐쇄·통합 등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또한, 전무급 임원을 35% 감축하고 외국인 임원도 절반으로 줄이는 등 슬림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흑자 전환은 실패했고, 신임 사장에게 공이 넘어왔다. 렘펠 사장은 국내 판매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내수 판매와 경영 실적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앞서 취임 소감을 통해 "쉐보레, 캐딜락, GMC 등 멀티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한 성공적인 제품 포트폴리오에 더해 향후 GM의 다양한 글로벌 전기차를 출시해 국내 시장에서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 줄어드는 일감, 남는 직원은 부평에서 창원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일감에 남아있는 인원과 공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렘펠 사장의 몫이다.

한국GM 부평 2공장
한국GM 부평 2공장

첫 시험대는 부평2공장이다. 말리부, 트랙스 등 비인기 차종을 생산하는 부평2공장은 신차 배정 계획이 없다. 이에 현재 2교대 생산 중인 부평2공장을 1교대로 전환해 생산량을 줄이고, 올해 안에 여유 인력 1200여명을 부평1공장(500명)과 창원공장(700명)으로 각각 이동 배치한다.

창원으로 이동하는 직원들의 반발을 줄이고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1인당 2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는 미봉책이라는 평이다. 당장의 노조 불만은 잠재웠지만, 일감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지금보다 더 떨어진다면 또다시 인력 재배치라는 대란을 겪어야 한다.

# 전기차 생산 못 해! 신차가 있어야 회사가 산다

결국 공장 운영부터 내수 판매, 흑자 전환까지 모든 문제의 해결을 위해 본사로부터 신규 일감을 따내야 한다. 현재 한국GM은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등 내수용 차량뿐만 아니라 트레일블레이저의 형제 차종인 뷰익 앙코르 GX 등 수출용 차량도 생산한다. 

그러나 2023년으로 예정된 차세대 CUV 이후 예정된 신차 소식은 아직 없다. 게다가 미국 본사는 향후 10년간 30종 이상의 새로운 전기차를 판매하고, 2035년부터는 오로지 전기차만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한국GM에서 생산될 차는 없다.

이에 노사 관계자가 본사를 찾아 전기차 배정 등을 요청했지만, 본사 측은 잦은 노사 갈등으로 인한 생산 중단을 문제 삼으며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스티브 키퍼 수석부사장은 '파업이 한국GM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노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투자를 하기 어렵다' 등의 직설적인 경고를 하기도 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