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삼성은 왜 전기차를 만들지 않을까?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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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7 11:23
[MG수첩] 삼성은 왜 전기차를 만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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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자동차는 전기·전자제품 비율이 30%를 차지한다. 물론 누구도 자동차를 전자제품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이내에 이 비율은 50% 이상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것이 과연 자동차인지 전자제품인지가 모호해진다. 그 때는 아마 전자 기술, 반도체 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자동차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올지도 모른다"

- 이건희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처럼 전기·전자 부품은 이제 자동차에서 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전동화와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기술 발전으로 수요는 한층 더 늘어났고, IT기업들도 자동차 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니가 자동차 산업 진출을 공식화했고, 애플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삼성 역시 전기차 산업 진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SDI, 삼성전기 등 여러 계열사들이 자동차 핵심 부품들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연관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도 충분하다. 이쯤되면 전기차를 만들지 않는게 이상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 삼성SDI, 리튬이온 넘어 전고체 배터리까지!

삼성SDI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생산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당초 브라운관, 진공관 등 연구개발에 주력했던 회사지만, 1994년부터 배터리 연구를 시작했고 1999년 업계 최고 용량 규모의 1800mAh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부터는 전기차용 배터리 연구를 본격화한다.

삼성SDI는 이후 10년도 되지 않아 성과를 보인다. 2006년 포드와 전기차 공동 연구개발을 시작했고, 2008년에는 보쉬와 차량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후 BMW, 폭스바겐그룹 등을 주요 고객사로 유치했고, 최근에는 스텔란티스와 북미 합작 공장 설립을 확정지었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와 관련해서도 가장 적극적이다. 2020년 1회 충전시 8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원천기술을 공개했고, 2022년 단일 투자로선 역대 최대 규모인 2조1000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시범 생산라인을 착공했다. 회사는 오는 2027년 경 전고체 전지 양산화를 기대하고 있다. 

# 하만·삼성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는 우리 손으로"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된 차량용 전장 산업 분야도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글로벌 1위 기업인 하만을 비롯해 모바일과 가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성은 2016년 권오현 부회장 직속 전장사업팀을 꾸리고, 9조3000억원에 하만을 인수했다. 단일 M&A 규모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이를 통해 JBL, AKG,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렉시콘 등의 오디오 브랜드를 품었고, 관련 인포테인먼트 기술과 차량용 커넥티드 기술까지 확보했다. 

삼성 산하의 하만의 첫 결과물도 자동차와 관련이 깊다. 2018 CES에서 공개된 디지털 콕핏이 대표적이다. 이는 삼성의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무선사업부의 5G 텔레매틱스 기술 등이 결합돼 주목받았다. 

디지털 콕핏으로 요약되는 삼성의 차량용 전장 기술은 더욱 발전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갤럭시 S21+와 울트라에 내장된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연동시키고, 이를 통해 집에 도착하기 전 냉·난방 기기를 켜거나, 로봇 청소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기능까지 선보였다. 최근에는  독일의 증강현실(AR)기업 아포스테라를 인수해 AR 기술을 접목시키는 등 연계 기술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폴더블폰에 적용되고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도 양산차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기존 OLED 및 QLED 패널을 활용해 다양한 디자인에 대응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를 바탕으로 아우디 e-트론, 현대차 아이오닉5 등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 삼성전자·삼성전기, "이젠 차량용 칩도 만든다!"

삼성은 최근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반도체와 전기시스템, ADAS용 센서류에서도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및 메모리반도체,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차량용 제품군을 생산하고 있고, 삼성전기도 차량용 부품 생산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를 론칭하고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론칭 첫해에 아우디와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폭스바겐에 업계 최초로 5G기반 통신서비스와 인공지능 연산을 구현하는 엑시노스 오토V를 공급했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메모리 분야와 SSD 시장에도 차량용 제품이 있다. 데이터 전송률 409GB/s급의 차량용 고성능 메모리칩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처리 속도 및 안전성을 높이고, 크기는 줄인 차량 인포테인먼트용 SSD도 제조하고 있다. 

모바일 분야에만 국한했던 이미지센서 사업도 차량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공개된 아이소셀 오토 4AC는 120만 픽셀을 3.7분의 1인치(1/3.7") 옵티컬 포맷에 담았고, 저조도용 3.0㎛ 포토다이오드, 고조도용 1.0㎛ 포토다이오드를 함께 배치하는 등 삼성전자 특유의 정밀 공법을 집약했다. 이는 첨단 운전자지원 시스템 구현을 위한 '자동차의 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삼성전기도 최근 차량용 MLCC(적층 세라믹 캐패시터) 시장에 진입했다. 이는 ECU를 비롯한 각종 전자 부품들 간의 전기 신호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부품으로, 기존 제품군 대비 설계면적을 64% 줄이고 대응 용량은 강화해 안정성을 높인 제품이다. 

더욱이 삼성전기는 ADAS 및 전·후·측방용 카메라 모듈, 인포테인먼트용 와이파이·블루투스 연결 모듈도 제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CES를 통해 무선충전 미러링 기술, 차량용 홍채 인식 기술, V2X 등 차량용 연계 기술도 선보인 바 있다. 

# 삼성물산은 물류, SDS는 공장 자동화…금융까지?

삼성은 자동차와 직접 관련된 제품군을 넘어 제조 기술과 자재 조달은 물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연관 기업도 거느리고 있다. 자재 조달 및 생산 시스템 설계와 관련해서는 삼성물산과 삼성SDS의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고, 연계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삼성화재와 삼성카드도 운영 중이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자동차 생산과정에서 필요한 철강, 반도체 및 배터리 소재를 소싱하고, 이를 조달할 수 있는 물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기초 소재 및 자원 공급난이 심해지고 있는 만큼, 삼성이 자체적으로 관련 원자재를 자체 수급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가 가능한 셈이다. 

이와 별개로, 삼성물산은 최근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사업 진출도 공언했다. 더욱이 전기차 폐차 후 남게되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사업 진출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달 업무 및 배터리 재활용 등 물류와 직·간접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글로비스와 유사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삼성이 자체적인 자동차 공장을 짓는다면, 삼성 SDS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공장 자동화 및 생산관리 최적화 솔루션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SDS는 IoT 기반 솔루션 구축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용 고정밀 지도, 차량용 운영체제(OS) 개발 등 차량용 소프트웨어 분야를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는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스타트업 투자·인수를 주도하는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삼성은 이미 삼성벤처투자를 앞세워 테트라뷰, 이노비즈, 넥사 등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 투자를 이어간 바 있다. 이외 삼성화재와 삼성카드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볼만 하다. 보험 연계 서비스 및 신차 할부 서비스 등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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