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부산모터쇼에 115만명?, '뻥' 통하는 사회 언제까지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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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6.11 06:51
[데스크] 부산모터쇼에 115만명?, '뻥' 통하는 사회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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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부산모터쇼'가 벡스코에서 열렸다

115만명이 이번 부산모터쇼를 찾았다고 발표됐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 중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상식을 너무 벗어나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베이징 모터쇼는 23만평방미터에 2000개 업체가 참가하는 어마어마한 모터쇼로 성장했지만 관람객수는 85만명 정도다. 지난해 열린 세계 최대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도 23만5000평방미터에 1021개 업체가 참가했지만 관람객수는 92만3100명이었다.

전시 차종의 대수나 면면의 놀라운 점은 차치하고라도 전시 규모가 비교할 수 없는 정도다. 이들 모터쇼 전시장은 부산모터쇼 전체(4만3천평방미터)가 5개 넘게 들어가고도 남는 크기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프레스데이에 전시장내에 셔틀 자동차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다.

그렇다고 관람객 밀도가 적은 것도 아니다. 이런 규모 모터쇼에 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과 관람객들로 인해 연일 발디딜틈 없이 꽉 찬다. 베이징은 매년 전시장 주변 교통이 마비되고, 프랑크푸르트는 전시장 중간과 입구에 전철이 들어오기 때문에 간신히 교통이 유지된다. 이 정도 규모여야 관람객수가 80만~92만이 된다.

이들을 훌쩍 넘는 관람객 115만명의 근거는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부산모터쇼 조직위 측에 물어도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한다. 계속 캐묻자 "'관객 숫자’는 아니고 관계자들까지 포함한 '자체 추정치’"라고 털어놨다. 결국 아무 근거가 없다는 말이다. 

◆ 부산모터쇼, 청산하지 못한 유산

굳이 모터쇼 관람객 숫자를 부풀리는건 약점이 있어서다.

부산모터쇼는 전임 안상영 부산 시장의 치적이다. 안상영부산 전임시장은 서울 강남과 올림픽대로를 주도한 신화적 인물로 관선, 민선 합쳐 3차례나 시장으로 당선됐다. 불도저 스타일의 개발 위주 정책을 펴낸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부산에서는 센텀시티, 벡스코를 비롯해 각종 건설사업을 이끌었다. 

부산모터쇼는 태생부터 이 센텀시티와 벡스코의 개발을 축하하는 의미의 개막 전시회였다. 부산모터쇼는 부산에서 개최하는 전시 중 그나마 큰 전시로, 이를 제외하면 벡스코 같은 대규모 전시장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안시장은 당시 부산 시민이 크게 늘어날 것을 낙관하고 건설을 이끌었지만, 정작 부산의 인구는 날로 줄어 이 규모 전시장을 채울만한 전시가 이뤄지지 않는다. 

완성차 제조사들도 볼멘소리를 한다. 투입비용 대비 효과가 너무 적다는 이유에서다. 참가에는 수십에서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차를 살만한 관람객들은 그리 많이 찾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중요한 전시로 여기지 않으니 신차가 없고, 관람객들은 자동차 매장에 비해 그리 다를 것도 없다며 발길을 돌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때문에 제조사들 대부분은 부산모터쇼 참가요구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핑계를 만든다. 쌍용차는 추첨에서 선택받은 ‘신관'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입차 회사들은 경기가 안좋다는 이유로, 타이어 회사들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모터쇼 참가를 마다했다. 어떤 브랜드는 모터쇼 참가 대신 그 비용으로 1박2일 시승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다른 한 브랜드는 모터쇼 바로 전날 모터쇼장 앞에서 자체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모터쇼를 주도하는 부산시에서 불이익을 줄까 두려워 마지못해 모터쇼에 참가한다는 수입차 업체들도 여럿이다. 다른 모터쇼와 달리 부산모터쇼는 지자체가 직접 관여하는 이상한 모터쇼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완성차 입장에서 가능하면 참가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터쇼다 보니 모터쇼 주최측은 매년 모터쇼의 성과를 부풀린다. 매년 경쟁적으로 부풀렸으니 내년 서울모터쇼 관람객은 120만명쯤은 돌파했다고 발표해야 할 상황이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라면 '불공정거래'에 해당하겠지만 '성과발표'인만큼 내키는대로 내보내도 제재할 길이 없다. 여기 우리나라 특유의 '최고주의'와 맞물려 이같은 기형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모터쇼를 만든 안상영 부산 전임시장은 금품수수혐의로 투옥중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벡스코와 그 유산은 그대로 남아 부산시와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을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고질적 '뻥'은 대체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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