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벤츠 CLA45 AMG,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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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6.10 08:41
[시승기] 벤츠 CLA45 AMG,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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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G란 무엇인가. 거대한 자연흡기 엔진의 격렬함과 성난 야수처럼 울부짖는 배기음, 메르세데스-벤츠 최상위 모델에 걸맞은 고급스러움까지 갖춰야 비로소 진정한 AMG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자존심 강한 AMG마저 '순둥이'로 만든 듯 하다. 수동변속기는 진작에 자취를 감췄고, AMG의 상징과도 같았던 6.2리터 자연흡기 엔진도 5.5리터 바이터보 엔진으로 교체되고 있다. 

분명 엔진은 점차 작아지고 터보차저나 슈퍼차저의 사용이 더 확대되겠지만, 그럴수록 소비자들이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더 커질 것이다. 또 AMG에게는 응당 그런 것을 바라고 있을게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CLA45 AMG은 파격 그 자체다. AMG에 2.0리터 터보 엔진은 가당키나 한가. F1도 배기량을 줄인 후 박진감과 폭발력이 줄었다고 비난을 받는데 말이다. 그래도 AMG 뱃지를 달았다면 충분히 엔진 다운사이징을 납득할만한 무언가를 준비했을 것 같은 기대감도 든다.

◆ AMG 최초의 4기통 2.0리터 터보 엔진

메르세데스-벤츠는 AMG의 45주년을 기념해 AMG 모델 최초로 4기통 엔진이 탑재된 CLA45 AMG를 개발했다. 하지만 정작 AMG는 이 참신한 시도가 못마땅했는지 다임러 산하의 ‘MDC 파워’에게 엔진 생산을 맡겼다. 한 작업자가 한 엔진을 책임진다는 AMG의 철학은 그대로 반영됐지만, 왠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느낌도 든다.

 

어쨌든 홍길동처럼 ‘동해 번쩍, 서해 번쩍’한다. 체구가 작다보니 속도감은 기대 이상이다. 2리터 양산차라곤 상상하기 힘든 출력인 360마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강력한 성능을 뒷받침하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는 사륜구동 방식을 택했고 덕분에 출력 손실을 최소화시켰다.

대부분 이 정도 성능 전륜구동 모델이면 직진이 힘들 정도로 토크스티어가 발생하는데, 이 차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곧바로 속도를 높인다. 정지 상태에서든 시속 100km에서든 반응은 동일하게 느껴진다. 미친듯이 치고 나가지 못해 안달이다.

 

낮은 속도에서 듀얼클러치 변속기 특유의 자잘한 기어 변속은 이 차의 성격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지만, 막상 속도를 높이면 뛰어난 직결감과 ‘팝핀 댄스’처럼 절도있게 움직이는 계기바늘이 흥을 돋운다.

◆ 운전의 재미는 결국 ‘스피드’

AMG 세단이 점차 사륜구동으로 변경되고 있는 분위기지만 CLA45 AMG는 다소 독특하다. CLA클래스가 기본적으로 전륜구동이며 CLA45 AMG에 적용된 4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도 앞바퀴를 적극 사용한다. 때에 따라 뒷바퀴에 최대 50%까지 구동력이 전달된다. 연료효율성과 접지력 확보를 위한 묘책이다. 이런 시스템은 메르세데스-벤츠 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이나 아우디도 고성능 모델에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CLA45 AMG나 골프R 같은 고성능 소형차는 4륜구동 시스템을 달고도 일반 중형차 못지 않은 연비를 확보하게 됐다.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은 늘 신기하다. 화성에 무인탐사선을 보내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기계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진 않다. 그래서 구동력 배분에 대한 의구심이 조금 드는데, 전자식 사륜구동은 언제나 최고의 트랙션을 이끌어낸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진입해도 네바퀴가 도로를 꽉 움켜쥔다. 미끄러짐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도 남겨두지 않았다. 후륜구동 AMG와 가장 다른 점이다.

 

CLA45 AMG는 정통 레이싱카처럼 확실한 그립주행을 통해 재미를 얻는다. 빠름이 곧 재미다. 운전의 난이도도 대중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이차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 있다.

 

차체 밸런스나 섀시의 완성도는 수준급이다. 무게중심은 아주 낮게 깔려있고, 서스펜션은 상당히 딱딱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차체의 기울어짐을 최소화하면서 자세를 잡는다. 모든 하중이 앞으로 쏠리는 급제동시에도 매우 안정적이다. 

여러모로 달리기 실력은 AMG라 부르기 손색이 없는데, 목소리는 다소 소심하다. AMG를 선택하는 큰 이유는 듣는 이를 기죽게 만드는 배기음인데, 이 부분이 사라져 다소 실망스럽다. 충분히 '걸걸한' 느낌이긴 하지만 우렁차진 않다. 마치 불붙은 장작처럼 간헐적으로 ‘딱딱’ 존재감을 표현할 뿐, AMG 특유의 ‘따발총’은 장착되지 않은 느낌이다. 형들 사이에서 아직 제 목소리를 낼때가 아닌가보다. 

◆ 매혹적인 디자인, 문짝이 네개 달린 쿠페

하나하나 따져보면 꽤 완성도가 높다. 커다란 눈망울이나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에서는 소형차 답지 않은 포부가 느껴진다. 입체적인 범퍼와 차체 밑쪽에 둘러진 바디킷으로 밋밋함도 없앴다. 단 차체가 그리 낮은 편은 아닌데, 오버행이 길고 툭 튀어나온 프론트 에이프런 때문에 평범한 지하주차장의 경사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차체를 휘감은 몇개의 선은 무심하게 휙휙 그은듯 하지만 역동성을 부여하기 충분하고, 지붕에서부터 부드럽게 떨어지는 매끈한 라인은 일반 세단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또 무광으로 처리된 AMG 휠은 이차가 범상치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뒷모습은 압권이다. 1세대 CLS클래스의 유려한 선이 그대로 이어졌다. 테일램프의 디자인과 LED 램프구성은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AMG 특유의 머플러 디자인과 범퍼, 디퓨저는 일반 모델과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인다.

 

실내도 메르세데스-벤츠 답게 잘 꾸몄고 AMG라 더 꼼꼼하게 마무리됐다. 운전자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은 대부분은 가죽으로 마감됐고, 온통 붉은 스티치로 수놓여졌다.

 

그립감이 뛰어난 스티어링휠은 밑부분이 반듯하게 잘려있다. 나머지 부분도 조금씩 각이 잡혀있다. 그래서 어떤 위치를 잡더라도 손에 꽉 잡힌다. 패들시프트의 재질이나 사용감도 나무랄데 없다. 기어노브는 AMG 고급모델에서 주로 볼 수 있던 것인데, 왠지 어색하다. 조작감에서도 AMG의 야성미는 찾아볼 수 없다.

시트는 따로 헤드레스트를 조절할 수 없는 일체형이다. 마치 레이싱시트처럼 생겼지만 옆구리를 쫙 잡아주진 못한다. 생김새와 다르게 쿠션감이 좋고,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감이 크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서는 선택사양으로 378만원짜리 AMG 퍼포먼스 시트를 제공하고 있다. 

 

CLA45 AMG는 길이가 4미터를 훌쩍 넘고 휠베이스는 약 2.7미터에 달한다.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현대차 아반떼와 비슷한 크긴데 실내 공간은 비할게 못된다. 문짝이 달린 것은 감지덕지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추구하는 세단과는 거리가 있다. 거대한 앞좌석 시트 때문에 오히려 공간이 더 좁게 느껴지기도 하고 등받이 각도가 장거리에 적합하게 편안하지도 않다. 송풍구나 선루프 등으로 뒷좌석 승객에 대한 몇몇 배려는 갖췄지만 이차는 마치 레이싱카처럼 철저하게 운전자를 최우선으로 했다.

 

◆ 엄연한 AMG, "누구보다 빨리 달려라"

40여년전 모터스포츠에 열광하던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회사 AMG는 경기를 마치면 레이싱카를 팔 정도로 어려웠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속에서도 그들의 목표는 뚜렷했고,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빠른 차를 만들겠다는 AMG의 야심은 그대로다. 접근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러니 엔진이 작아졌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CLA45 AMG 엄연히 AMG의 일원이며,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빠짐없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 장점

1. 4기통 엔진의 한계는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2. 섀시의 완성도는 당장 서킷에 나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3. 운전이 쉽다. 누구나 성능을 최대로 뽑아낼 수 있다.

* 단점

1. 가장 조용한 AMG.

2. 보이지 않는 곳은 그만큼 허술하게 마감됐다. 벤츠답지 않은 모습.

3. 마땅한 경쟁 모델이 없는 만큼, 가격도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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