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2시간…' 모바일 운전면허증 직접 발급받아보니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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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08 16:09
'멍하니 2시간…' 모바일 운전면허증 직접 발급받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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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시범 발급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처음 도입한 모바일 신분증인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물 면허증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이틀 만에 발급 건수가 4000건을 넘어가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면허시험장은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IC 운전면허증을 신청하려는 사람으로 북새통이었다. 그러나 직접 신청해본 결과 발급 과정이 매끄럽지 않는 등 세부 운영에 아쉬움이 느껴졌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운전면허증을 IC 운전면허증으로 교체해야 한다. IC 운전면허증에는 RFID(근거리 데이터 전송) 칩이 삽입되어 이를 스마트폰 뒷면에 접촉한 후 본인 인증을 거쳐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도입 첫날 온라인으로 재발급을 신청했고, 가장 빠른 수령 일자인 2월 8일을 선택했다. 하루 전, 도로교통공단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내일 방문하여 운전면허증을 수령하라'는 안내메시지를 보낸다.

접수와 결제까지 미리 마친 만큼 본인 확인 절차 후 간단하게 면허증을 받아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가벼운 마음으로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직원 한 명뿐인 발급 창구 앞에는 어림잡아도 100여명의 사람들이 운전면허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동안 줄을 서 창구 직원에게 면허증을 반납한 다음 'IC 운전면허증을 수령하러 왔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직원은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라고 안내한다. '미리 인터넷으로 접수했다'라고 얘기하니 "지금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라며 "두 시간 넘게 기다린 사람도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항의 중인 시민들
항의 중인 시민들

결국 장내는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에 의해 아수라장이 됐다. 한 운전자는 "이미 온라인으로 접수했고, 미리 만들어 놓은 면허증을 나눠주기만 하면 되는데 왜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가"라며 "나보다 늦게 온 사람도 진작 면허증을 받고 집에 갔다"며 분노를 터트렸다.

이에 서부면허시험장 민원부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와 "발급기를 총동원해서 발급을 하는데도 오래 걸려 죄송하다"면서 "서울 서부운전면허시험장과 대전운전면허시험장에서만 시범 발급 업무를 하다 보니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렸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면허증 수령 창구를 두 곳으로 늘리고, 직원을 추가 배치하는 등 조처가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면허증을 받기까지는 한 시간 넘게 소요됐다.

이같은 불편함을 덜기 위해 정부는 실물 운전면허증 교체 없이 QR코드를 이용해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이 경우 추후 스마트폰을 교체했을 때 재발급을 위해 다시 시험장에 방문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시험장에서도 IC 운전면허증 발급에 집중했을 뿐 QR코드를 이용한 발급은 별도로 안내하고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이용자가 IC 운전면허증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7일,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은 행정안전부 전해철 장관
지난달 27일,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은 행정안전부 전해철 장관

결국 2시간가량을 기다린 끝에야 IC 면허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 접촉 후 모바일 면허증을 발급받기까지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정부는 오는 7월까지 총 8만명에게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시범 발급하고, 이후 전국에서 정식 발급한다는 계획이다. 시범 기간 동안 효율적인 발급 절차를 마련해 정식 도입 때는 소란 없이 원활하게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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