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골프 GTI 탄생 비화, "누구도 반기지 않았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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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6.05 17:30
폭스바겐 골프 GTI 탄생 비화, "누구도 반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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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3월 18일. 폭스바겐의 테스트 엔지니어 알폰스 뢰벤베르크(Alfons Löwenberg)는 연구개발팀의 몇몇 동료들에게 비밀 내부문서를 돌렸다. 폭스바겐만의 고유한 스포츠 모델을 만들자는 내용이다. 당시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차는 비틀이었고, 일부 폭스바겐 엔지니어들은 포르쉐 박사가 설계한 비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 고성능 소형차를 위한 비밀 프로젝트

뢰벤베르크가 주도한 이 비밀 프로젝트 ‘EA337’에는 섀시 전문가 허버트혼트리치(Herbert Hontrich), 개발팀장 허만하비츨(Herman Habitzel), 마케팅 담당 호스터-디터슈비트린스키(Horst-Dieter Schwittlinsky), 홍보 책임자 안톤콘나드(Anton Konard) 등 소수정예의 멤버가 동참하게 됐다. 폭스바겐의 많은 이들은 이 프로젝트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당시만해도 전륜구동 고성능 모델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1세대 골프 개발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 폭스바겐 1세대 골프 GTI. 최고출력 110마력의 1.6리터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어렵게 뜻을 모은 프로젝트 멤버들은 퇴근 후 콘나드의 집에서 맥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모임을 갖곤 했다. 구체적인 개발 방향을 정한 후 서둘러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프로토타입1’은 골프가 아닌 보다 단단한 시로코 섀시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스포티함을 강조하기 위해 서스펜션을 낮췄고, 최고출력 85마력의 1.5리터 엔진을 100마력으로 튜닝했다. 2단 카뷰레터와 굴뚝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원형 머플러를 적용했다.

▲ 폭스바겐 1세대 골프 GTI. 1976년 한차례 페이스리프트를 거쳤고 엔진 성능도 112마력으로 소폭 상승했다.

막상 완성된 프로토타입1에 멤버들은 고개를 저었다고 전해진다. 너무 괴물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괴물같은 스포츠카가 아닌 현실적인 고성능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다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분명 지금껏 만들어오던 소형차보다는 훨씬 빨라야 하는 것엔 이견이 없었다.

하비츨은 용기내어 개발 책임자 에른스트피알라(Ernst Fiala) 교수를 찾아가 ‘스포츠 골프’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했지만 피알라 교수는 아주 냉정하게 이 프로젝트를 승인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 폭스바겐 골프 GTI 1세대의 특징.

멤버들은 상부의 지시에 굴하지 않고 계속 스포츠 골프를 개발했다. 로웬버그는 엔진을 다듬었고, 혼트리치는 섀시를 재구성했다. 특히 혼트리치는 프로토타입에 205/60R13 타이어를 장착했다. 당시 포르쉐 911에도 185/70 타이어가 탑재된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구성이었다.

◆ 한줄기 빛이 광명이 된 순간

비밀리에 스포츠 골프 연구개발을 진행한지 어느덧 2년의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그들이 만든 결과물을 경영진에게 선보일 기회가 생겼다. 시로코로 가장한 이 프로토타입은 폭스바겐 에라-레시엔(Ehra-Lessien) 테스트센터를 발칵 뒤짚었다. 경영진들은 스포츠카 못지 않은 성능을 지닌 소형차에 매료됐고, 1975년 5월말 ‘골프의 스포츠 버전을 개발하라’는 공식적인 업무 지시를 내렸다.

▲ 폭스바겐 2세대 골프 GTI.1984년 데뷔했으며 112마력의 힘을 냈다.

스포츠 골프 프로젝트로 온 폭스바겐이 활기를 띄게 됐다. 세일즈팀은 이 차의 시장성을 높이 평가했고, 가을에 열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소수 정예였던 개발팀도 회사의 지원으로 더 활력을 얻었다. 그들은 극강의 모델부터 부드러움이 가미된 모델까지 총 6대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며 최종 생산을 위한 만발의 준비를 갖췄다. 디자인팀은 이 새로운 골프를 위한 독창적인 디자인을 준비했다. 당시 디자인 총책임자였던 허버트쉬퍼(Herbert Schaefer)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붉은색 액센트, 대형 프론트 스포일러, 아치형의 플라스틱휠, 블랙 루프 라이너, 뒷창의 검정 프레임, 골프공 모양의 기어노브, 체크무늬 시트 등을 적용했고 이 고유한 디자인은 현행 골프 GTI에도 이어지고 있다.

▲ 폭스바겐 3세대 골프 GTI. 1991년 데뷔했으며 115마력의 2.0리터 엔진이 탑재됐다.

◆ 골프 GTI, 폭스바겐에서 가장 빠른 차

골프 GTI 콘셉트는 197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첫 공개됐다. 프로토타입에 비해 더 현실적인 모습을 갖췄다. 205/60의 타이어는 175/70으로 크기가 변경됐고, 서스펜션은 편안함과 스포티함의 균형을 중시한 세팅이 이뤄졌다. 엔진은 아우디와 함께 개발한 최고출력 110마력의 1.6리터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당시 포르쉐 911의 최고출력은 150마력 정도였다.

▲ 폭스바겐 4세대 골프 GTI. 1998년 데뷔했으며 최대 170마력의 성능을 발휘하는 2.3리터 5기통 엔진도 탑재됐다.

당시 골프 GTI 콘셉트의 소개 문구는 ‘지금까지 나온 폭스바겐 중에서 가장 빠른 차’였다. 골프 GTI 콘셉트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9.2초에 도달했고 최고속도는 시속 182km에 달했다. 4단 수동변속기가 탑재됐고 공차중량은 810kg에 달했다.

▲ 폭스바겐 5세대 골프 GTI. 2004년 출시됐으며 230마력의 2.0 TSI 엔진과 6단 DSG 변속기가 탑재됐다.

골프 GTI 콘셉트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고 경영진은 5000대를 한정판매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이 계획도 수정됐다. 1976년 출시 첫해에만 계획했던 판매대수의 10배가 팔려나갔다. 경쟁 모델에 비해 비해 가격은 약 40% 이상이 비쌌음에도 없어서 못파는 상황에 이르렀다. 소비자들은 골프 GTI를 가리켜 ‘서민들의 포르쉐’, ‘아우토반의 혁명’이라 부르며 이 위대한 차를 칭송했다.

골프 GTI는 현재까지 7세대로 발전했으며 매번 신형 골프의 특징과 GTI만의 매력을 담고 있다. GTI의 전통과 특징은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즐겁고 빠른 차’라는 콘셉트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 폭스바겐 6세대 골프 GTI. 2008년 공개됐으며 210마력의 TSI 엔진과 6단 DSG가 탑재됐다.

◆ 7세대 골프 GTI, 어떤 매력 담고 있나

7세대 골프 GTI는 지난해 열린 ‘2013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국내에는 지난달 열린 ‘2014 부산모터쇼’를 통해 소개됐다.

▲ 폭스바겐 7세대 골프 GTI. 2013년 공개됐으며 골프 GTI 역사상 가장 빠른 성능을 발휘한다.

신형 골프 GTI는 폭스바겐그룹의 MQB 플랫폼을 통해서 생산된 모델로 이전 세대에 비해 무게는 55kg 줄었다.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6.8초며, 최고속도는 시속 210km에서 제한된다. 복합연비는 11.5km/l다. 

▲ 신형 골프의 실내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만큼 골프 GTI도 이전 세대에 비해 몰라보게 실내 완성도가 높아졌다.

스포츠 서스펜션이 적용돼 일반 골프에 비해 차체가 15mm 낮아졌고,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Progressive Steering)이 적용돼 뛰어난 반응과 역동적인 운전 재미를 선사한다. 

▲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골프 GTI만의 붉은색 라디에이터 그릴 액센트와 엠블럼, 허니콤 그릴 등은 여전히 강렬함을 표현하고 있으며, LED 주간주행등과 바이제논 헤드램프, 붉은색 브레이크 캘리퍼, 18인치 GTI 전용 오스틴(Austin) 알로이휠 등이 적용됐다.

이밖에 비엔나 가죽 스포츠 시트, GTI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 D컷 멀티펑션 스티어링휠, 스테인리스 스틸 페달, 8인치 멀티컬러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등이 탑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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