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미국편⑭ [황욱익의 로드 트립]
  • 황욱익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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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09 10:00
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미국편⑭ [황욱익의 로드 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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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땅덩어리 넓이는 실제로 가 본 사람이 아니면 체감하기 힘들다. 동부와 서부는 비행기로 몇 시간이 걸리고 시간대도 다르며 자동차로 횡단할 경우 쉬지 않고 일주일 이상을 달려야 한다. 그래서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계이자 인생의 동반자다. 그만큼 미국에는 다양한 차종이 존재하고 문화 역시 다양하다. 이번에 우리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카즈앤커피에 참석할 계획을 세웠다. 

미국에서 제대로 된 자동차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도 정말 다양한 정보와 다양한 모임이 거의 매주 여러 곳에서 열린다. 반면 대규모 자동차 박물관이나 관련 시설은 캘리포니아 중심의 서부 해안가와 모터시티라 불리는 동부의 미시간 정도가 전부다. 

물론 자동차 박물관이 아니라도 어디를 가도 특이하고 개성 넘치는 자동차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주 경계나 도시 경계 혹은 어떤 인종들이 모여 살고 있느냐에 따라 그 볼거리는 더욱 풍성해진다. 

#역사와 전통의 카즈앤커피

카즈앤커피는 주로 주말 아침 일찍 열린다. 토요일에 열리는 경우도 있고 일요일에 열리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 일요일 오전 6시에 모여 10시 전에 해산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카즈앤커피에 대한 정보(어바인 근처에서 1시간 내로 이동할 수 있는 지역 한정)를 모았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매주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차종이 모이며, 그 규모도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컸기 때문이다. 소수 특정 차종만 모이는 모임도 많았고, 특정 튜닝을 추구하는 마니아들을 위한 모임 등 생각보다 카즈앤커피의 영역이 넓었다.

카즈앤커피라는 이름의 자동차 모임은 전 세계적으로 토요일 아침에 열리는 모임이다.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카즈앤커피의 기원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동차를 좋아했던 고교 동창생 네 명이 헌팅턴 비치의 도넛가게 앞에서 아침에 모여 커피와 도넛을 먹으로 자동차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서 출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1986년쯤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모임은 이후 매주 토요일 정례화 되면서 규모가 점점 커지게 된다. 

초기에는 주로 미국산 핫로드가 중심이었으나, 친구가 친구를 데리고 나오고 다른 지역의 마니아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점점 규모가 커진다. 입소문을 타며 드래그 레이서와 핫로드 업계의 유명인사들도 참가하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그때 그 도넛 가게 앞 주자장에서 열린다. 아침 일찍 모여 10시 전 해산하는 이유에 대해 주변 상권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인데 이는 전 세계에서 열리는 카즈앤커피의 전통처럼 자리 잡았다. 

이후 카즈앤커피는 미국차 중심을 탈피하기 위해 코로나 델마에 있는 쇼핑센터 크리스탈 코브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때부터 규모가 커져 각종 민원에 시달리기도 했다. 카즈앤커피의 잠재력을 알아본 포드는 PAG 주차장을 제공하기도 했고, PAG가 해체되면서 마쓰다가 그 전통을 이어갔으나 2014년 12월을 마지막 주 이벤트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그런데 카즈앤커피가 뿌린 씨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작은 자동차 모임이 자동차 회사의 장소 지원을 받고 다양한 차종이 모이면서(한 때는 1000대 이상이 모이기도 했으니 주변 민원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갔고 전 세계에 카즈앤커피라는 이름의 모임만 해도 수백여개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인 클리앙 굴러간당의 멤버들이 모이는 카즈앤커피 서울과 주한미군이 중심이 된 카즈앤커피 평택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카즈앤커피 롯폰기, 카즈앤커피 이탈리아 등 이제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벤트가 되었다.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자료 검색을 마치고 현지 코디네이터에게 어떤 카즈앤커피가 가장 좋을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매우 장황했다. 1990년대 일본차만 모이는 모임부터 시작해 머슬카가 메인인 모임, 핫로드와 로우라이더만 참가하는 모임, 서킷을 달리는 마니아들이 모이는 모임, 유럽차가 모이는 모임 등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만 같은 날 수십여개의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었다. 

마음 같아서 여기저기 다 둘러보고 싶었지만 최종적으로 어바인 중심 60km이내 9개의 이벤트를 추렸고, 이 중 미국의 유명 자동차 부품 유통사인 펠리컨 파츠가 주관하는 이벤트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펠리칸 파츠가 주관하는 카즈앤커피는 어바인에서 약 48마일 거리에 있는 롤링 힐즈 페닌슐란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오전 7시부터 열렸다. 우리가 참석했던 모임은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모임으로, 공랭식 포르쉐 오너스 클럽이 중심이 되는 이벤트다. 전 날 참가차 리스트를 보니 350대가 넘었고 이 중 약 60%가 포르쉐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페닌슐란 쇼핑센터까지 오는 길에도 특이한 차들이 눈에 띈다. 대부분 카즈앤커피에 참석하는 차인 듯 했는데 이 날 아침 페닌슐라 쇼핑센터까지 가는 길에 목격한 427 코브라만 3대였다.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는 혼잡함 그 자체였다. 질서가 없는 게 아니라 참가차와 관람객들이 타고 온(당연한 일이다) 차들의 주차 공간이 완전하게 나눠져 있는데, 행사장 입구를 통과할 수 있는 차는 사전에 신청한 참가자뿐이다. 우리처럼 관람이 목적인 사람들은 별도의 주차장을 이용해야 했다. 

참가차량 350여대와 관람객 차량까지 합치면 대략 아침나절에 모이는 차가 거의 1000여대에 가깝다. 주차장을 둘러보는 것도 매우 쏠쏠하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희귀한 차들이 가득 메우고 있어 처음에는 이곳이 카즈앤커피가 열리는 장소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어떤 카즈앤커피에 가야 할지라는 고민을 넘은 후 선택한 이번 이벤트는 일단 주차장부터 그 규모에 한 번 압도되고 본격적인 행사장에 들어섰을 때는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를 고민에 빠졌다. 일단 공랭식 포르쉐 오너스 클럽의 차들도 다양했지만 그 외 전시차들도 어느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같은 차가 거의 없을 정도로 다양했으며 일부는 나름의 자축 이벤트를 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독일 포르쉐 박물관 보다 다양한 차들로 가득했다. 리스토어 상태나 관리 상태도 굉장히 좋은 편이고 모든 차들이 런닝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으니(참가자들은 차를 직접 운전해서 이곳까지 온다) 그야말로 제대로 눈 호강하는 날이었다. 다음 편에서는 카즈앤커피에서 만난 차 중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차들을 소개하겠다.  

글 황욱익·사진 류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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