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완성차 업계가 시장 진출 강행을 선언했다.

현대차, 기아, 르노삼성, 쌍용차, 한국GM 등이 소속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은 23일 산업발전포럼에서 "내년 1월부터 사업자 등록과 물리적 공간 확보 등 중고차 사업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는 법적 문제가 없음에도 기존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시장 진입을 미뤄왔지만,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사업 준비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진=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중고차 판매업은 지난 2013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고, 다수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2019년 2월 보호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대기업의 진출 제한이 풀렸다. 중고차 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 재지정을 요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부적합' 의견을 내리며 완성차 업계의 시장 진출이 가시화됐다.

그러나 이를 최종 결정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움직이지 않았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은 동반성장위원회 의견을 받은 지 6개월 이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아직까지 심의위원회마저 열지 않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권칠승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권칠승 장관

올해 6월 더불어민주당 산하 을지로위원회가 완성차 및 중고차 업계를 중재하고 나섰으나 양측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3개월 만에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법정 시한을 이미 1년 반 이상 초과한 시점에서 완성차 업계는 더 이상 정부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당장 새해부터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고차 업계도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 규모는 387만4000여대로, 2019년 361만4000대보다 약 7.2% 급증했다. 더욱이 올해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고가 늦어짐에 따라 중고차 시장은 한층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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