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5를 보는 시선은 갈린다. '역대급 국산차'라며 뛰어난 디자인을 호평하지만, '과학 5호기'란 얄궂은 별명도 갖고 있다. 난폭 운전을 일삼는 일부 운전자들의 블랙박스 영상, 미성년자나 운전 미숙자의 렌터카 사고 뉴스에는 어김없이 '흰색 K5'가 등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K5가 도로에서 말썽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을까. 세간의 이야기처럼 K5가 사고가 많은 '과학적인 차'인지 경쟁 모델인 현대 쏘나타와 렌터카·보험료·판매량 등의 데이터를 비교해봤다.  

# 쏘나타보다 K5 렌터카가 더 많아서 그럴까?

쏘나타와 K5의 렌터카 등록 비중부터 확인했다. 미성년, 무면허, 운전미숙 사고는 대부분 렌터카와 카셰어링 등 'ㅎ자' 번호판이 달린 차량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렌터카 등록 대수는 쏘나타가 15만5403대, K5가 12만9900대 수준이다. 숫자만 따지면 쏘나타 렌터카가 2만5000여대 가량 많지만, 비중을 따지면 K5가 23.1%로 쏘나타(17.9%)보다 6%p 가량 높다. 

국내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는 어떨까. 제주도에 등록된 쏘나타 총 4만4275대 중 렌터카는 3만2892대로 74.2%를 차지했다. K5는 3만4130대 중 80.5%인 2만7477대가 렌터카였다. 전국 등록 대수와 마찬가지로 6%p 차이다.

절대적인 숫자는 쏘나타가 많지만, 렌터카 비중은 K5가 더 높다. 그러나 불과 6% 차이로 K5 렌터카가 더 많은 사고를 유발한다고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교통안전공단의 렌터카 교통사고(2016~2020년) 분석에 따르면, 렌터카를 이용한 무면허 교통사고는 연 평균 13.9%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20세 이하 운전자 사고 비율은 39.1%, 사망자 비율은 56.6%로 가장 높았는 것이다. 21~30세 운전자 역시 사고율 25.8%, 사망율 21.7%로 바로 뒤를 이었다. 

# 쏘나타 vs K5, 보험료 큰 차이 없다 

K5가 사고가 많아 쏘나타보다 보험료가 비쌀 것이라는 주장은 어떨까. 주요 보험사들에 동일한 조건으로 온라인 다이렉트 견적을 내봤다(쏘나타 센슈어스 인스퍼레이션, K5 1.6 터보 시그니쳐, 만 30세, 대물 한도 2억원, 자차 포함 가입 기준).

결론부터 말하자면, 쏘나타보다 K5의 보험료가 더 저렴했다. 삼성화재 다이렉트에서는 쏘나타 1년 보험료가 84만4750원이었고, K5는 이보다 낮은 81만1290원이었다. 현대해상(쏘나타 84만7510원, K5 81만3630원), 한화손해보험(쏘나타 89만2810원, K5 86만2330원)을 비교해도 K5가 3만원 가량 적게 나왔다. 

보험개발원이 지정한 보험 산정 등급도 살펴봤다. 차량의 수리·손상성과 부품 가격, 그리고 사고율을 종합해 25단계로 구분한 제도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해당 등급을 바탕으로 자동차 보험료를 산정하고 있는데, 등급 숫자가 높을수록 자동차 보험료는 더 저렴하게 책정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6세대 쏘나타(YF)와 1세대 K5(TF)는 20등급, 7세대 쏘나타(LF)와 2세대 K5(JF)는 18등급으로 동일하다. 반면 8세대 쏘나타(DN8)는 16등급이며, 3세대 K5(DL3)는 20등급을 획득했다. 앞서 비교해본 보험료와 산정 등급만 놓고 보면, K5가 쏘나타보다 사고율이 높아 보험료가 비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듯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두 차량의 사고율은 일부 차이가 있겠지만, 스포츠카나 고성능차 만큼 보험료 차이가 발생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개별 운전자들에 따라 책정되는 보험료는 다를 수 있으나, 통상 두 차량의 보험료는 동일한 수준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 K5 운전자, 쏘나타 운전자보다 젊다

쏘나타와 K5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연령대였다. K5 구매자가 쏘나타 구매자보다 확실히 젊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 11월까지 쏘나타는 86만6584대, K5는 56만1804대가 판매됐다. 이 중 렌터카, 택시, 리스, 법인 구입 등을 제외한 순수 개인 등록 대수는 쏘나타가 58만3006대, K5가 38만3125대다.

2030층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K5가 37.7%(14만4729대)로, 쏘나타(20.2%, 11만8065대)보다 2배 가량 높았다. 반면 60대 이상 등록 비중은 쏘나타가 31.8%(18만5930대)로, K5(20%, 7만6849대)보다 50%가량 높았다. 전체 판매는 쏘나타가 많지만 젊은층에선 K5의 선택률이 더욱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보험·세금 등의 이유로 가족 명의 등록 차량까지 포함하면 실제 차이는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젊은층의 K5 선호 경향은 더욱 뚜렸해졌다. 지난해 기아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3세대 K5(DL3) 사전계약 물량 1만6000여대 중 2030층의 비중은 53%에 달했다. 이들 대부분은 K5의 스포티한 디자인을 결정적인 구매 요인으로 꼽은 것으로 전해진다. 

쏘나타와 K5는 렌터카 등록 대수나 보험료에서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K5에 대한 2030층의 선호도가 더 높은건 사실이지만, '젊은층은 운전이 거칠다' 라고 마냥 속단할 수 없는 일이다. 중·장년층에도 무모한 운전자는 얼마든지 있다. 늘 그렇듯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건 일부다.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