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미국편⑬ [황욱익의 로드 트립]
  • 황욱익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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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19 10:00
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미국편⑬ [황욱익의 로드 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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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캘리포니아의 해안가는 그야말로 축복받은 땅이다. 일 년 내내 건조하고 온화한 기후와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 미국 내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지역이다. 해안가는 어바인 중심의 헌팅턴 비치와 뉴포트 비치, 라구나 비치가 대표적이고, 토런스 중심의 롱 비치와 롤링 힐스도 유명하다. 

어바인은 미국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지역인 만큼 도시 정비가 매우 깔끔하고 치안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어바인 부근에는 노숙자도 없는데, 발견 즉시 경찰들이 이들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 놓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자동차 문화도 매우 다양하다. 신도심 사무 구역에는 고급차를 취급하는 쇼룸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카즈앤커피 같은 비정기적인 이벤트도 많이 열린다. 길거리만 걸어 다녀도 LA나 다른 지역에 비해 다양한 자동차를 만날 수 있어 언제나 눈이 즐겁다.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미국의 팁문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속담이 있다. 한국인에게 이 속담이 가장 비합리적으로 느껴지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팁 문화 때문이다. 특히 음식점에서 팁은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플 때가 많다. 얼마를 줘야 할지, 혹은 어떻게 줘야 할지에 대해 처음에는 당황스럽다. 현지 코디네이터에 따르면, 전체 비용의 약 20% 정도라고 한다(음식점 분위기에 따라 더 높아지기도 한다). 

패스트푸드나 런치 박스를 판매하는 곳, 혹은 노점은 상관없겠지만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일반 음식점, 숙박업소에서 팁은 필수다. 반드시 팁을 줘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현지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서버가 있는 음식점의 경우 담당 서버가 지나칠 정도로 신경 쓰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면서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물어 보는 경우도 많은데, 대부분은 팁을 유도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팁을 강요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미국에서 팁은 생활의 필수다. 음식점은 계산할 때 팁을 지불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중간중간 서버에게 직접 지불하기도 한다.    

사실 팁은 주는 사람 마음이지 받는 사람이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 부분이 약간 다르다. 일종의 서비스 비용이고, 팁을 줄 경우 그 서비스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팁이 얼마나 당연한지, 신용카드로 계산을 할 때도 계산서에 팁을 기입하는 공간이 따로 있을 정도다. 

스타벅스나 인 앤 아웃 같은 경우는 팁이 필요 없지만 일단 주문을 받고 식음료를 옮겨주는 서버가 있는 가게는 거의 예외가 없다. 커피숍 역시 마찬가지인데, 미국의 커피숍은 대부분 간단한 음식이나 디저트를 함께 판매하는 곳이 많아 팁 지불을 생각해둬야 한다. 하루는 음식 값의 30% 정도인 6만원을 팁으로 낸 적 있는데, 이 정도 금액이면 밥 한 끼를 더 고급지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모든 게 비싼 고급 부촌

숙소가 있는 어바인 스펙트럼 센터 근처는 한국의 강남과 비슷하다. 높은 건물도 있고 주거지보다 현재적인 상업시설이 가득한 곳이다. 쇼핑센터를 비롯한 고급 음식점, 명품숍, 고급 자동차 딜러 등의 분위기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낮에는 활기차고 유동인구도 많지만 밤이 되면 도시는 매우 적막해진다. 넓은 도로와 드문드문 있는 고층 건물 사이의 인도에는 사람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으며 자동차의 통행도 현저히 줄어들어 적막함이 가득하다. 다행인 점은 숙소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어 지금까지 지내온 숙소에 비해 어느 때고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거쳐 온 새크라멘토나 리노는 편의점까지 차를 타고 10분 이상 가야 했다.

호텔 바로 옆 존 웨인 공항 근처에는 고급 자동차와 클래식카를 취급하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근처를 돌아다니다 보면 다른 지역에 비해 다양한 차들도 많이 보이고, 신기한 차들도 가끔 보인다. 어바인의 시내는 미국 서부의 자동차 문화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데, 근처의 산타아나, 애너하임, 오렌지카운티에 가면 또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은 멕시코나 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많다 보니, 이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 가면 그들만의 독특한 자동차 문화도 구경할 수 있다. 도심지를 벗어나 외곽으로 갈수록 신기한 차를 넘어 "아직도 저런 차가 굴러다니는 게 가능하다고?" 하고 느낄 정도의 차들이 달리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해안가에 있는 동네들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고급 저택가가 대부분이다. 유명한 이벤트가 자주 열리는 헌팅턴 비치는 젊은 분위기(소니가 스폰서로 참가한 X게임과 포뮬러D, 레드불 익스트림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다)를 지니고 있고, 뉴포트 비치와 라구나 비치는 전통적인 부촌 분위기다. 

바닷가를 중심으로 오래된 크고 작은 상점들이 모여 있고 한 블록 정도 떨어진 산자락 근처에는 대형 저택들이 자리를 잡았다. 관광지에 부촌이다 보니 물가가 비싼 것은 당연하다. 라구나 비치 메인 도로는 좁은 편이라 유료 주차장도 다른 지역에 비해 쉽게 볼 수 있으며, 나름 윤택한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넉넉하고 여유 있는 라이프스타일도 볼 수 있다.

우리 일행이 시간을 보낸 곳은 라구나 비치다. 어바인에서 가깝기도 했고 각종 매체에 자주 등장해(미국 서부 해안가 하면 대부분 이 곳을 떠올린다) 미국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생각보다 큰 규모는 아니다. 인구 밀도가 낮아 북적이거나 인파가 몰리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조한 사막 기후에 일 년 내내 온화한 기온 덕에 라구나 비치는 항상 활발한 모습이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모래밭과 바다는 젊은 사람들의 데이트 코스, 산책 코스로 인기가 높다. 더욱이 해운대나 광안리 같은 파라솔 장사도 없다.

글 황욱익·사진 류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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