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디젤차 잡는 요소수 대란, "SCR 못 꺼요!"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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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05 09:20
[MG수첩] 디젤차 잡는 요소수 대란, "SCR 못 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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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디젤차 운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화물차 운행에 지장이 생기고, 조만간 물류 대란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유소 등 일부 소매 시장에서는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며 요소수 가격이 치솟고 있다. 

문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요소수 생산 업계에선 '12월 위기설'이 나온다. 한시적으로 SCR(요소수를 분사해 배출가스를 정화시키는 장치)을 비활성화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정부와 자동차 업계 모두 부정적이다. 물류 업계를 넘어 교통 대란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 요소수 업계 "11월 이후 더 많이 어려워질것"

요소수 대란의 원인은 중국이 석탄 수급난을 겪고 있는 탓이다.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는 석탄에서 추출되는데, 중국이 석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관련 화학 제품의 수출마저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은 세계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요소 생산량의 3분의 1을 책임지고 있다. 국내 요소수 제조업계의 중국 원료 의존도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소수 제조 업계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원자재 확보 어려움으로 생산 시설 가동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까지 언급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국내 시장 절반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대기업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생산시설 가동도 원활치 않은 데다가, 제품 공급도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차질 규모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일부에서 발생하는 사재기 때문에 보유 재고가 예상보다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등 대체 공급선을 물색하고 있지만 당장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진 않아보인다"며 "내부적으로는 11월 이후 지금보다 상황이 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도 요소수 품귀 현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스포트에 따르면, 바스프(BASF) 등 유럽의 주요 화학 기업들도 지난달부터 요소 생산량 감축에 돌입했다. 원료 추출에 필요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 "트럭 다음은 버스" 교통대란 현실로?

요소수 대란은 화물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버스 업계에 요소수 수급이 원활치 않을 경우, 물류 대란을 넘어 교통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까지 집계된 영업용 버스 누계 등록 대수는 총 8만9103대다. 시내버스는 3만9672대로 가장 많았고, 전세버스가 3만9367대, 고속·시외버스는 1만64대 순을 차지하고 있다. 디젤차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전세버스와 고속버스만 해도 5만여대에 육박한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 카운티, 자일대우 레스타 등이 주력인 마을버스다. 이들의 절대 다수는 요소수가 필요한 디젤 엔진을 쓰고 있으며, 일부 도서산간 지역에서는 여전히 디젤 시내버스가 주력인 곳도 많다. 최근까지 집계된 디젤 시내버스 대수는 약 9000여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디젤차가 아님에도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버스들이 있다. 자일대우, 에디슨모터스 등이 제조한 일부 차량들은 압축천연가스(CNG)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배출가스 후처리 과정에서 질소산화물저감장치(SCR)를 채택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대부분은 도심형 저상버스라는 점에서 차질이 예상된다.   

버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운수회사들은 유지비 절감 및 정비 편의성을 이유로 특정 브랜드에 편중된 차량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일대우버스나 에디슨모터스 차량이 주력인 일부 운수회사들은 향후 운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 SCR 작동 중지, 현실적으론 불가능

일부에서는 당분간 요소수를 투입하지 않아도 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질소산화물저감장치(SCR) 설정을 변경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렵다. 관계 부처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완성차 업계도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겨울철은 미세먼지 발생량이 크게 증가하는 만큼 SCR을 작동시키지 않은 디젤차들은 대기 오염을 더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성급히 규제를 푸는 조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 역시 "SCR을 비활성화시키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기술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정부가 규제를 일시적으로 허용할지의 여부는 물론, 소프트웨어를 원상복구 시키는 과정에서 운전자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정비소에 돌아올지도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완성차 관계자는 "차량마다 배출가스 정화 구조에 차이가 있는 만큼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어쩌면 요소수 문제가 해결되는 게 더 빠른 일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일 이해관계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원자재인 요소 수입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당국과 협의에 들어갔고, 각 제조사들에는 대체 수입처 물색을 주문했다. 시장 교란 행위를 막기 위해 중간 유통업자들의 매점매석 행위 단속도 예고했다. 왠지 약국 앞에서 긴 줄을 서게 했던 '마스크 대란'을 떠올리게 하는 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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