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미국편⑧[황욱익의 로드 트립]
  • 황욱익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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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10 10:00
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미국편⑧[황욱익의 로드 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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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하고 우울하기만 할 것 같은 리노이지만, 하라 컬렉션이 있는 트러키강 건너편은 여느 미국의 오래된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황량함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트러키강 건너편의 네바다 뮤지엄 오브 아트와 미드타운, 네바다 발견 박물관(더 디스커버리 테리 리 웰즈) 등 문화 시설은 반갑기 그지없다. 이제 좀 사람 사는 동네 같은 느낌이 든다. 쇼핑센터와 카트장에 들러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 정지 표지판, 장식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운전을 하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 두 가지를 꼽자면, 정지 표지판과 스쿨버스이다. 우리나라도 면허 시험을 준비할 때 정지 표지판에 대해 설명하지만 실제 도로에서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미국, 일본, 유럽에서 운전할 때 정지 표지판은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룰 중의 하나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달리 보행자나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강하다 보니 당연한 일인데 미국 정지 표지판은 유독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정지 표지판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표지판이다. 크던 작던 교차로마다 있고, 마을 입구나 그 외 지나칠 정도로 많이 보인다. 정지 표지판이 보이면 운전자는 정지선 내에 반드시 일정 시간을 멈췄다 지나가야 한다. 한국처럼 슬금슬금 서행으로 지나가거나(한국도 원칙은 무조건 정지다) 보는 사람이 없다고 멈추지 않고 지나갈 경우 갑자기 경찰이 나타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디 숨었는지 모를 정도로 안전하다고 생각해도 위반하게 되면 어디선가 경찰차가 반드시 나타난다.

정지 표지판이 보이면 정지선 근처에 멈춘 후 약 3~5초 후에 출발해야 한다. 깐깐한 경찰관을 만나면 정지했던 미세한 순간을 트집 잡는 경우도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공권력의 영향력이다. 미국의 경찰들은 대부분 덩치가 크고 자동권총으로 무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관광객이 길을 물어보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매우 친절하지만 만약 위법 사항이 있을 때는 인정사정 보지 않는다.

# 미국의 스쿨버스, 좀비영화의 단골인 이유

다만, 경찰관의 검문이나 기타 요청에 대해 거부할 경우 상당히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미국에서(주마다 조금 차이는 있다) 경찰관이 부과할 수 있는 가장 큰 금액의(최소 200달러에서 500달러 이상도 가능) 위반 사항이 정지 표지판 위반일 정도로 미국에서 운전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스쿨버스 역시 정지 표지판만큼이나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가장 다른 부분인데 미국의 스쿨버스는 도로 위에서 가장 우선순위이다. 미국 대통령도 스쿨버스가 정차하면 멈춰야할 정도로 미국에서 스쿨버스의 위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스쿨버스를 출퇴근 시간에 만나면 그야말로 곤혹이다. 어디에 정차할지 몰라 스쿨버스를 만나면 일단 긴장이다. 스쿨버스가 움직이고 있을 때는 추월이 가능하지만 정차하면 추월할 수 없다. 보통 정차하면 왼쪽 사이드바에서 STOP 표지판이 올라오거나 붉은색 정지등이 점멸한다. 이때는 절대 추월할 수 없으며 추월할 경우 안전운전 위반으로 엄청난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현지인이라면 그나마 어느 정도 변명의 여지가 있겠지만 외국인이나 관광객이 단속에 걸리면 골치 아픈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경우에 따라 출국 때 혹은 다음 입국 때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

미국의 스쿨버스 체계도 생각보다 다양하다. 일단 크기에 따라 4개 클래스로 나뉘며, 성능도 어마어마하다. 장갑차 수준과 비슷한 안전도까지(충돌 안전성) 생각하면 아이들 보호에 엄청난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괜히 좀비 영화에서 스쿨버스가 자주 등장하는 게 아니다.

# 여유로운 트러키강 건너편, 카트를 타러가다

하라 컬렉션 근처의 쇼핑몰에서 간단하게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미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거대 규모의 쇼핑몰이다. 미국의 장점을 꼽자면 어디를 가도 주차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반면 국도나 거주 지역은 주정차를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 불법주차를 원칙적으로 할 수 없는 구조다. 

카지노가 있는 북쪽을 벗어나 트러키강 건너편은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는 곳이다. 쇼핑몰을 중심으로 중산층들이 모여사는 주택가가 있고, 조금 더 외곽으로 나가면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레저스포츠와 아웃도어 라이프의 천국답게 외곽에는 관련 숍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오프로드 어트랙션이나 사냥, 오프로드 바이크에 관련된 시설도 꽤 많은 편이다. 

우리는 그 중 가장 가까운 카트 트랙을 선택했다. 20여년 전 처음 해외여행을 시작했을 때 지도와 사전정보에만 의존했던 것에 비하면 세월이 좋아져 요즘은 구글맵 하나면 웬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구글맵에 의지해 도착한 곳은 대형마트와 인접해 있는 '니드 2 스피드(NEED 2 SPEED)'란 이름의 실내 체인 카트장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실내 카트장 체인이다. 어느 동네를 가도 가벼운 정도의 카트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좀 더 시간을 투자하면 외곽지역에 있는 실외 카트장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익숙지 않지만, 다루기 쉬운 전기카트

니드 2 스피드는 전기 카트를 제공한다. 코스도 생각보다 크지 않아 말 그대로 가볍게 즐기기 좋은데 좀 더 박진감 넘치는 것을 원하면 외곽에 있는 실외 카트장을 찾는 것이 좋다. 전기 카트는 일반 내연기관(주로 가솔린) 카트에 비해 초반 토크가 높아 출발하자마자 최고속을 낼 수 있다. 운전하는 방법도 살짝 차이가 있고 액셀러레이터의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겠지만 간단한 이론 교육을 받고 안전장구를 빌려 우레탄 바닥의 트랙에 들어갔다. 내연기관 같은 소리가 없고 높은 토크 때문에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전기 카트는 내연기관 카트에 비해 다루기가 쉽다. 이용 가격은 각 카트장마다 다르지만 8분~10분 한 타임에 대략 45달러에서 50달러 정도다. 

리노의 니드 2 스피드 카트장은 코스가 길지는 않지만 짧고 타이트한 테크니컬 코스다. 전기 모터가 가진 구동 특징을 최대한 끌어내야 괜찮은 랩타임을 뽑을 수 있다. 해외의 카트장은 공통적으로 메인 포스트에서 개별적으로 카트의 속력을 조절할 수 있다. 안전 때문인데 위험한 주행이나 과속(?)이라고 판단하면 속도가 줄어든다. 이런 요인 때문에 재미 없을 수 있지만 니드 2 스피드 카트장은 레이스가 아닌 체험과 레저에 목적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처음 리노에 도착했을 때는 높은 고도 때문에 두통도 생기고 삭막하고 황량한 분위기에 그다지 마음에 드는 부분이 없었다. 그러나 호텔 주변을 벗어나 여기저기를 돌아보면서 느낀 점은 사람 사는 곳은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로만 가득할 것 같은 리노도 역시나 다른 미국 지역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우리는 리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19세기에 시간이 멈춘 도시 버지니아 시티와 타호 호수를 거쳐 LA까지 대장정에 나설 준비에 들어갔다. 

글 황욱익·사진 류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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