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RS Q8, 600마력의 '지킬 앤 하이드'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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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27 09:00
[시승기] 아우디 RS Q8, 600마력의 '지킬 앤 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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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SUV(Sport Utility Vehicles) 정점에 서 있는 SUV(Super Utility Vehicle) RS Q8을 만났다. 신차는 최상위 모델인 Q8을 기반으로, 아우디 스포트가 개발한 고성능 RS 모델이다.

아우디 Q8은 포르쉐 카이엔, 람보르기니 우루스, 벤틀리 벤테이가 등 쟁쟁한 형제들과 상당부분을 공유하며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여기에 한층 더 강력한 심장을 더한 RS Q8은 보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RS Q8의 외관은 마치 날렵한 해치백처럼 보인다. 특히 측면은 패스트백에 가까운 실루엣이다. 기존 Q8의 높은 디자인 완성도를 그대로 이었다.

전면부는 카본으로 감싼 프론트 그릴과 하단부 립 모양이 한층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후면부 역시 곳곳에 카본을 덧댔다. 양쪽으로 크게 뚫려있는 배기구는 주먹 하나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다.

이밖에 아우디 로고와 RS Q8 레터링, 루프레일 등을 검게 칠한 블랙패키지가 적용되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완성시켰다. 블랙패키지는 과장하지 않은 절재된 존재감으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휠 사이즈는 무려 23인치에 달한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덩치에 적당하게 느껴졌지만, 가까이 다가설수록 295/35ZR 23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어 사이즈를 체감할 수 있다.

문을 열면 프레임리스 윈도우가 스포티한 느낌을 더한다. 앞뒤 모두 두꺼운 이중접합 유리를 사용해 정숙한 실내를 기대할 수 있겠다.

실내는 전형적인 아우디의 디자인 언어를 채택했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 센터콘솔 등에 알칸타라를 둘러 RS만의 포인트를 남겼다. 또한 대쉬보드 상단, 도어 암레스트, 숄더에는 나파 가죽을 적용해 고급감도 놓치지 않았다.

차체가 큰 만큼 충분히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지만, 1열 수납공간은 다소 아쉽다. 두 개의 터치 디스플레이가 자리하면서 센터페시아에 물건을 둘 공간이 마땅치 않다.

2열은 C필러가 급격히 떨어지는 쿠페형 디자인을 채택했음에도 거대한 덩치 덕분에 충분한 머릿 공간을 확보했다. 트렁크 공간도 기본 605리터에 달하며, 2열 폴딩 시 최대 1756리터까지 늘어난다. 이 정도면 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찾기 어렵다.

RS Q8은 주행 모드에 따라 성격이 180˚ 변하는 지킬 앤 하이드와 같다.

먼저 지킬 박사처럼 조용한 실내와 편안한 거주성이 돋보인다. 특히 풍절음이 매우 잘 억제되었다. 직전에 시승한 아우디 플래그십 세단 A8 60 TFSI와 동등한 수준의 방음을 보여준다. 바람에 다소 불리한 프레임리스 도어를 채택했음에도 이중접합유리를 꽤나 두껍게 처리했기에 가능한 대목이다. 만약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이 차가 고성능 RS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 같다.

승차감은 비교적 단단한 편이지만 잔진동은 잘 흡수한다. 에어 서스펜션은 고급스런 승차감보다는 차량 높낮이 조절을 위해서 적용됐다. 물론,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서스펜션 감쇄력을 꽤 큰 범위로 조절하기 때문에 일상과 트랙 주행 모두를 커버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후 재출발까지 지원한다. 막히는 고속도로에서도 능수능란하게 차간거리를 유지한다. 여기에 차선중앙유지 기능까지 갖췄다. 장거리 주행의 부담이 줄어든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연비다. 100km/h 속도에서 엔진회전수는 1500rpm을 넘지 않는다. 고속도로 정속주행 시 평균연비는 13km/L를 넘나든다. 또한 에코모드 중 엔진 부하가 적은 상황에서는 엔진의 8개 실린더 중 절반을 꺼버리는 휴지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차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에 미리 엔진을 끄는 기교도 부릴 줄 안다.

리어 휠 스티어링 기능은 편안한 주행에 한몫한다. 저속에서는 뒷바퀴를 조향하는 반대 방향으로 돌려줘 회전반경을 대폭 줄여준다. 아우디에 따르면, RS Q8은 휠 베이스가 232mm나 짧은 아우디 A5보다도 회전반경이 적다. 큰 덩치임에도 도심 골목길을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다.

다음은 하이드의 차례다. 운전자의 발끝에서 최고출력 600마력, 최대토크 81.6kgf·m의 4.0리터 V8 가솔린 터보 엔진이 발현된다.

차량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RS 모드를 체결하면, 하이드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난다. 이때 변속충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 감성 마력까지 더한다.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8초에 불과하다. 공차중량이 무려 2460kg에 달하지만 그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수 차례 발진을 시도했지만 지치는 기색조차 없다. 최고속도는 305km/h까지 올라간다. 기본 적용된 다이내믹 패키지가 하이드의 족쇄를 풀어줬다.

잘 달리는만큼 잘 서야하는 법. 왠만한 소형차 휠 사이즈에 달하는 커다란 카본세라믹 브레이크는 보기만해도 믿음직스럽다. 성능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강력한 10p 브레이크는 2.5톤의 거구를 너무나도 손쉽게 잡아세운다. 원하는대로 차가 멈춰설 때 운전자는 비로소 자신감이 생긴다.

다만 지킬이 하이드로 변신하기 전 아쉬운 벽이 하나 있다. 바로 터보랙이다. 킥 다운을 시도하면 순간적으로 약 1초간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600마력의 슈퍼 SUV에게 이 1초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다.

아우디 RS Q8은 슈퍼카에 버금가는 달리기 실력과 편안한 승차감, 여기에 4인 가족이 모두 편안하게 탈 수 있는 넓은 공간까지 모두 갖췄다. 포르쉐 카이엔 터보, 람보르기니 우루스 등 훨씬 비싼 경쟁모델들과 비교해 부족함 없는 상품성까지 두루 갖춘 아우디의 종합선물세트다. 1억7202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도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아우디 RS Q8은 어쩌면 다가오는 전동화 시대에 마지막으로 고민해볼 수 있는 슈퍼 SUV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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