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칼럼] 왜 수소차가 아니라 전기차를 만들까?
  • 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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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17 14:31
[전승용 칼럼] 왜 수소차가 아니라 전기차를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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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에서는 왜 전기차를 만들까요?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테슬라는 어떻게 흑자 회사가 됐을까요? 왜 수소차가 아니라 전기차일까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13일까지 개최한 고투제로(goTozero) 전시회에 1만명이 넘는 시민들 방문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저 역시 미디어 행사에 참여해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 어떤 전시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왔는데요. 생각할만한 이야기가 꽤 있어서 여러분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1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1.5도에서 막자

이번 전시회의 큰 맥락은 이렇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탄소배출량을 억제해야 하는데, 운송 분야에서는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대체해야 한다. 폭스바겐그룹은 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5월 초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알쓸범잡이라는 프로그램에 경희대 김상욱 교수가 나와서 한 이야기죠.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온도가 1.1도 올랐다. 지구 온도 1도를 순전히 핵폭탄만으로 올리려면 200년 동안 1초에 핵폭탄을 4개씩 터트려 할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방송을 보면서 꽤 큰 충격을 받았는데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고투제로에 참가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이사도 하더라고요. 혹시 ‘티핑 포인트’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더는 예측도, 조절도 안 되는 시점을 말한다고 하네요. 지구 온도에서 티핑 포인트는 산업혁명 기준으로 2도가 상승하는 건데요. 2도가 오르면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이 파괴돼 더이상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다는 것이죠. 

그나마 되돌릴 수 있는, 노력해서 멈추거나 다시 떨어질 수 있는 지점은 1.5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1.5도에서 완전히 멈추자.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시대를 만들자는 거에요. 앞으로 남은건 0.4도로, 얼핏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지구 온난화 속도가 워낙 빨라지고 있다 보니 실제 시간상으로는 얼마 안 남은 겁니다. 1도만 올라도 벌써 폭염 등 이상 기온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1.5도, 2도는 상상이 안 갑니다. 진짜 재앙인 거죠. 

파리기후협약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지난 2015년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 195개국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협약을 맺은 건데요. 이후에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0)인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세워졌습니다. 최근에는 2050년까지 여유가 없으니 더 빨리 탄소중립을 실현시키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요.

#2 당장 전기차를 안 만들면 엄청난 벌금이...

모든 고민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처음에 던졌던 화두, 자동차 회사에서는 왜 전기차를 만들까? 테슬라는 어떻게 흑자 회사가 됐을까? 왜 수소차가 아니라 전기차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시간의 문제였습니다. 

먼저 자동차 회사에서 전기차를 만드는 이유. 좋게 말하면 지속가능성, 나쁘게 말하면 돈 때문입니다. 수십년 넘게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회사가 갑자기 전기차로 전환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돈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굳이 이렇게 빨리, 그리고 적극적으로 전기차로 전환할 이유는 없죠. 기업이 환경 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그럴리가요. 뭐, 테슬라처럼 자동차 산업에 새롭게 진출하는 게임체인저가 아니라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당장 전기차를 안 만들면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계 각 정부는 다양한 협약을 맺고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죠.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배출가스 규제를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엄청난 벌금을 부과합니다.

상상을 초월합니다. 유럽의 경우 올해부터 신차의 대당 평균 CO2 95g/km 이상이 되면 1g을 초과할 때마다 95유로의 할증료를 내야 한다네요. 초과 g 곱하기 판매량 곱하기 95유로가 전체 벌금이 되는 겁니다. 이게 얼마나 많은지 상상이 되세요? 

독일의 쥐트도이체차이퉁이 공개한 PA 컨설팅그룹의 예측을 보면 폭스바겐 5조8552억원, 스텔란티스 4조6637억원, 다임러 1조2961억원, 현대기아차 1조 361억원, BMW 9802억원 등을 내야 한다네요. 

#3 탄소크레딧. 테슬라가 돈 벌면 배가 아프다

여기서 탄소크레딧, 탄소배출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한마디로 각 자동차 회사에 신차 판매량에 따라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할당해주는 건데요. 이 권리는 거래가 가능합니다. 적게 배출하는 회사는 많이 배출하는 회사에 탄소배출권을 팔 수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많이 배출하는 회사는 적게 배출하는 회사에 사야 하는 거고요. 

테슬라가 작년에 최초로 흑자 전환을 이뤄낸 것, 바로 이 탄소배출권 덕분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만 만들기 때문에 탄소배출권을 사용할 일이 없고, 이걸 팔아서 막대한 돈을 번 것이죠. 2020년 테슬라의 순이익은 약 7억2000만달러, 8000억원이었는데요. 탄소배출권을 팔아서 낸 수익이 무려 16억달러, 1조8000억원이라고 합니다. 탄소배출권을 못 팔았으면 또 1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봤다는 것이죠. 참고로 테슬라에게 가장 많은 탄소배출권을 산 회사는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푸조시트로엥이 합쳐진 스텔란티스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죽어라 전기차를 만드는 겁니다. 점점 까다로워지는 탄소배출 기준을 맞추려면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지금 당장 전기차를 안 만들면 내연기관 팔아서 번 돈의 대부분을 벌금으로 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4 폭스바겐그룹은 왜 전기차에 올인하나

폭스바겐그룹은 지금 상태라면 유럽에서만 5조8552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 어떤 회사보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디젤게이트로 떨어진 자존심을 '친환경 전기차'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죠.

일단 폭스바겐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파는 회사입니다. 아우디폭스바겐에 따르면 전세계 CO2 배출량의 14%는 운송 부문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자동차뿐 아니라 철도, 항공, 해양 등이 포함된 숫자입니다. 

그렇다면 12개의 산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폭스바겐그룹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CO2는 얼마나 될까요? 약 3억6000만톤, 전세계 배출량의 2%라고 합니다. 세부적으로는 상용차가 1%, 승용차가 1%고요. 혹시 에게.. 고작 2%라고 생각하신 분 있으신가요? 2%면 영국 전체에서 배출한 것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영국은 세계 10위의 CO2 배출국이고요. 엄청난 숫자입니다. 그래서 더 탄소중립을 향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죠. 

폭스바겐그룹은 크게 3단계로 CO2 배출량을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공급단계에서는 15%, 주행단계에서는 79%, 재활용 등 기타 부분에서는 6%.. 이렇게요. 

공급단계에서의 15%는 저탄소 생산공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친환경 공장을 늘려 2025년에는 2010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5% 줄인다는 목표입니다. 79%에 달하는 주행단계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350억유로, 약 48조원을 투자해서 2030년까지 70종의 순수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라네요. 마지막 남은 6%는 재활용 부분입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르네 코네베아그 사장은 배터리를 90% 이상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더이상 완충이 불가능한 배터리는 다른 용도의 저장용 배터리로 사용하고, 재사용이 불가능할 정도의 배터리는 분해해서 원료를 추출해 새로운 배터리를 만드는데 사용할 것이라네요.

#5 왜 수소차가 아니라 전기차?

그렇다면 왜 수소차가 아니라 전기차일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세계 각 정부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연기관차들을 모두 친환경차로 대체해야 합니다. 제한된 시간에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냐가 중요하죠.

현재로서는 수소차보다 전기차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기술적 관점에서 만들기도 쉽고, 경제적 관점에서 가격도 저렴하고, 인프라 관점에서 충전 시설 확충에도 수월합니다. 무엇보다 많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사고 있죠. 전기차와 충전기가 점점 더 많이 쌓이고 있다는 겁니다. 

자동차는 핸드폰처럼 한꺼번에 쉽게 바꿀 수 있는게 아닙니다. 수소차든 전기차든 내연기관에서 180도 전환하려면 수십년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압도적으로 많은 전기차가 나오고, 소비자들이 그 전기차를 산다면, 그리고 그런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우리 사회의 자원은 수소차가 아니라 전기차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가솔린과 LPG처럼 사용 환경이 전혀 달라 중복 투자가 어렵잖아요. 전기차가 늘어나면 급속 충전소뿐 아니라 완속 충전기도 집마다 쫙 깔릴텐데…

물론 전기차도 풀어야 할 숙제가 있습니다. 석탄과 석유가 아니라 풍력, 수력, 태양광 등 친환경으로 만들어진 전기로 달려야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노력하고 해답을 내놔야겠죠. 

수소화 사회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하는 1인으로서도, 50년 100년 뒤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리고 당분간은 전기차 시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소차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요. 물론 이것은 승용차에 한정된 이야기고요. 대형 상용차나 철도, 항공, 해양 선박 등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해당 분야에서는 수소차가 더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겠고요. 많은 분들이 말하는 것처럼 투트랙으로 갈 가능성도 여전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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