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오토파일럿에 대한 일론 머스크의 이상한 집착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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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10 12:20
[이완 칼럼] 오토파일럿에 대한 일론 머스크의 이상한 집착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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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1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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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는 ‘오토파일럿(Autopilot)’이라는 반자율주행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테슬라 하면 오토파일럿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데요. 하지만 이와 관련한 사망 사고 등, 좋지 않은 소식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테슬라 인기 모델 ‘모델 3’ / 사진=테슬라
테슬라 인기 모델 ‘모델 3’ / 사진=테슬라

이슈에 대한 대응 태도는 분명합니다. CEO 일론 머스크는 시스템 오류가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지적하면 늘 강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입니다. 기술을 신뢰기에 보이는 최고경영자의 태도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오토파일럿에 흠이 갔을 때 받을 악영향이 얼마나 클지 알기에 이런 식의 대응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 오토파일럿(Autopilot) 이름에 집착?

오토파일럿은 카메라와 레이더, 그리고 초음파 센서 등을 이용해 자동차 스스로 차선 및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하나입니다. 사고 예방을 위해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을 사용 중이지만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갖춰야 할 기본 기능이라는 점 때문에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이 부분 자율주행 운전 보조 시스템을 오토파일럿이라는 이름 아래 계속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기술에서 앞선다는 평가가 많죠. 수십만 명의 테슬라 자동차 운전자들이 만들어 내는 실제 도로에서의 데이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리고 이런 빅데이터와 기술적 자신감은 풀-셀프-드라이빙(Full-Self-driving, 이하 FSD)이라는 더 발전된 형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풀-셀프-드라이빙은 좌,우회전을 차가 스스로 할 수 있고, 내비게이션 경로를 타고 고속도를 진입하거나 자동으로 차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발견하면 거리를 두고 추월하는 영리함도 보입니다. 테슬라의 얘기대로라면 업그레이드 된 FSD가 들어간 오토파일럿은 상상 속에서 그린 자율주행을 실현하게 됩니다. 현재 국가별 승인 기준에 맞춰 FSD를 구성 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외부 시선은 조심스럽습니다.

완전자율주행(FSD)은 현재 레벨2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에서 약간 발전한 것일 뿐, 최종적인 완전자율주행(레벨 5)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들이 그것이죠. 물론 일론 머스크는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최근 한 테슬라 엔지니어가 올 연말까지 5단계 수준의 (FSD가 적용된) 오토파일럿이 기술적으로 완성될 수 없다고 일론 머스크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사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공격적으로 경영하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관련한 그의 언행은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는데요. 2014년부터 그는 자율주행차 개발이 거의 완료됐다며 오토파일럿이 마치 자율주행이 가능한 기능인 것처럼 이야기를 했습니다.

2019년 자율주행 관련해 발언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 사진=위키피디아 & Steve Jurveston
2019년 자율주행 관련해 발언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 사진=위키피디아 & Steve Jurveston

지난해 독일 법원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광고가 소비자를 오해하게 할 수 있다며 명칭 사용 금지 판결을 내렸을 때는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라는 이름)은 항공기에 사용된 것으로 문학적인 이름이다.’라고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일 아우토반(Autobahn)은 어떻고?’ 라고 되물었죠. 그런데 아우토반의 아우토(영어로는 오토라 발음)가 ‘자동’을 뜻하는 게 아닌 ‘자동차’를 의미한다는 걸 몰랐던 모양입니다.

이처럼 일론 머스크는 오토파일럿 기능과 이름 모두에 강한 애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4월 중신 미국 텍사스에서 50대와 60대 남성들이 탑승한 테슬라 모델 S가 커브 길에서 경로를 이탈, 나무와 충돌 후 화재로 탑승자가 모두 사망한 것입니다.

# 운전석 비운 채 달리는 테슬라 자동차들? 운전자들의 위험한 꼼수

현장을 조사한 경찰은 운전석에는 사람이 없었고 조수석과 뒷좌석에 사람들이 있었다며, 오토파일럿을 활성화하고 운전석을 비운 채 주행하다 일어난 사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관련 보도가 나가자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해당 모델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오토파일럿이 활성화 안 됐을 뿐만 아니라 풀-셀프-드라이빙 옵션은 아예 적용이 안 된 것이라고 반론을 폈습니다.

또한 운전석에 사람이 없으면 아예 운전이 안 된다고 한 한 트위터 이용자의 글에는 ‘전문가들보다 (당신의 주장이) 낫다며 경찰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전문 기관에서 이 사고를 정밀 조사 중이고,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운전석을 비운 채 오토파일럿 기능을 활성화할 수 없는 걸까요?

이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던 곳이 있습니다. 바로 비영리 기관 ‘컨슈머리포트’입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컨슈머리포트의 테스트, 그리고 자동차 관련 리포트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개인적으로도 미국 많은 기관과 매체 중 현재까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곳이 컨슈머리포트라고 생각합니다.

컨슈머리포트의 자동차 담당 엔지니어는 일론 머스트의 반박을 보고 즉각 운전자 없이 테슬라가 스스로 주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사람이 없는 운전대에 무게가 나가는 박스 포장용 테이프 2개를 달고 자신은 보조석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차는 일론 머스크의 주장과는 달리 운전자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달렸습니다.

원래는 오토파일럿을 작동시키면 운전자가 운전대에 손을 올리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손쉽게 해결한 것입니다. 보도된 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한 테슬라 모델 3 운전자가 뒷좌석에서 오토파일럿을 작동시킨 채 달리는 모습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쏟아지는 비판에 영상은 삭제됐지만 운전석을 비운 채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꼴만 됐습니다.

사진=테슬라 
사진=테슬라 

미국에서는 이미 몇 년 전 운전대를 잡지 않고 오토파일럿을 활성화하는 장치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오토파일럿 버디’라는 이름의 이 장치는 199달러에 판매가 되었지만 관계 당국은 너무 위험하다며 버디 판매와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 오너들이 모이는 미국 포럼에는 오렌지, 운전석에 꼽아 쓰는 간이 받침대, 물이 가득한 물통 등을 이용하면 가능하다는 증언(?)들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오토파일럿 버디를 산 테슬라 오너가 미국 고속도로에서 이 장치를 달고 주행하는 모습을 올린 영상이 있습니다. 손을 뗀 상태에서 자율주행을 하던 테슬라가 트럭이 차로를 변경을 하는 순간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추돌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운전자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사고를 피했지만 만약 운전석을 비워뒀더라면 해당 운전자 역시 큰 사고를 당했을 것입니다.

# 기업 야망과 운전자 호기심의 위험한 결합

이렇게 손쉽게 운전석을 비운 채 오토파일럿에 운전을 맡기는 일이 가능한 것은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계기반에 운전자를 확인하는 카메라를 통해 안전 경고를 줄 수 있는 이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만 잘 갖췄더라도 운전석을 비운 채 운전을 할 수는 없습니다. 컨슈머리포트는 이 점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모델 Y / 사진=테슬라
모델 Y / 사진=테슬라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를 최고 가치의 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테슬라의 인기의 상당 부분은 오토파일럿과 관련 있습니다. 이제 그는 풀-셀프-드라이빙 기술을 통해 자율주행 시장에서 훨씬 빨리 경쟁자들보다 앞서가고 싶어 합니다. 2025년 이후, 2030년쯤이나 돼야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경쟁자들의 분석을 비웃기라도 하듯 말이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라는 두 가지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두 가지 흐름을 완전히 주도하겠다는 그의 야망은 그러나 테슬라 기술력에 매료돼 오토파일럿을 맹신하고 위험한 시도를 도로 위에서 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간과한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오토파일럿에 대한 잘못된 호기심과 믿음으로 도로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사고가 났을 때 이에 대한 책임 문제 또한 명확하게 사회적 합의를 거친 상태도 아닙니다. 사람 생명이 달린 기술에 대해선 보수적이고 더 엄격한 기준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오토파일럿이라는 용어에 집착할 게 아니라, 기능의 안전성에 집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에게 그런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컨슈머리포트는 작년 연말 브랜드 신뢰도 조사에서 테슬라 모델 X, 모델 S, 그리고 모델 Y 등을 신뢰도 낮은 자동차로 발표했습니다. 단차를 포함한 품질 문제는 테슬라의 해묵은 해결 과제임에도 여전히 개선이 안 되는 듯합니다. 테슬라 최고 경영자는 지금 코인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닙니다. 품질 개선과 시스템 안전이라는 중요한 문제에 관심을 돌리세요. 그것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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