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840i 쿠페, '독보적인 럭셔리 GT'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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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07 15:38
[시승기] BMW 840i 쿠페, '독보적인 럭셔리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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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2세대 8시리즈는 여전히 낯설다. 대개 BMW 기함이라고 하면, 7시리즈와 X7 등 숫자 '7'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숫자 '8'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럭셔리 브랜드의 전장은 과거 플래그십 세단과 대형 SUV를 넘어 이제는 럭셔리 스포츠로 넘어갔다. BMW 8시리즈는 메르세데스-벤츠 AMG GT 등과 싸우기 위한 날카로운 비기다. 더욱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2도어 쿠페부터 4도어 그란 쿠페, 오픈톱 카브리올레 모델과 고성능 M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마련했다.

앞서 4도어 그란 쿠페에 이어 이번에는 강렬한 외모와 부드러운 승차감을 동시에 갖춘 'BMW 840i x드라이브 쿠페'를 만났다.

앞에서 바라본 8시리즈 모습은 전형적인 BMW다. M 모델을 제외하면, 단번에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양한 파생 모델의 앞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발걸음을 옮기면 반전이 펼쳐진다.

한마디로 이 차는 늘씬하다. 얇은 윈도우 라인과 부드러운 루프라인의 조화는 2도어 쿠페가 가질 수 있는 실루엣의 정점이다. 뒷모습은 또 어떤가. 잔뜩 부풀어오른 리어 펜더와 정직하게 뚫려있는 머플러가 자꾸만 셔터를 열게 만든다.

실내를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가득 채웠다. 도어 트림과 대시보드를 감싼 가죽은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히 단단해 손 끝으로 전해지는 느낌이 정말 좋다. 필러를 포함한 천정에는 스웨이드로 마감해 스포티한 감성을 살렸다. 넉넉한 시트는 적당히 푹신해 장거리 여행도 두렵지 않다.

스와로브스키가 만든 크리스탈 기어 노브는 햇빛을 받을 때마다 보석처럼 반짝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바워스 앤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에는 무드등이 적용돼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한다. 낮과 밤 모두를 아우르는 고급스러움이다.

수납 공간도 기대 이상이다. 스포츠카에서 만나기 어려운 두 개의 온전한 컵 홀더와 도어 트림의 수납함, 넉넉한 용량의 콘솔 및 글로브 박스 등이 대표적이다. 4도어 그란 쿠페 모델과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능한 공간이다.

뒷좌석은 쓰임이 다양하다. 평소 간단한 짐을 던져놓기에 편리할 뿐더러 유사 시 네 명을 태우고 이동이 가능하다. 여기에 폴딩까지 지원해 제법 긴 물건도 수납할 수 있다. 일상에서 공간에 대한 불만은 크게 없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50.9kgf·m를 발휘하는 직렬 6기통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여기에 사륜구동 시스템인 x드라이브와 8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린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4.7초다. 이는 그란 쿠페 모델보다 0.2초 더 빠른 수치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정숙한 실내와 편안한 주행 감각이 돋보인다. 고속에서 풍절음과 노면 소음을 훌륭하게 걸러낸다. 앞 245/35R20, 뒤 275/30R20 사이즈의 큼직한 휠&타이어를 적용한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100km/h 크루징 시 엔진회전수는 1500rpm을 넘지 않는다. 여유로운 그랜드 투어러다. 똑똑한 변속기 덕에 굳이 에코 모드를 체결하지 않아도 편안한 연비 주행이 가능하다.

공인 복합연비는 9.5km/L다. 고속도로 실측연비는 14km/L 이상을 쉽게 기록했다. 여기에 BMW의 수준 높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장거리 여행을 돕는다. 가볍게 스티어링 휠을 쥐고만 있으면 스스로 달려간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배기음이 한층 커진다. 창문을 열면 '퍼버벅' 거리는 후적음이 들려오며 은근히 긴장감을 조성한다. 여기에 스피커를 통해 만들어낸 가상엔진음까지 더해졌다. 직렬 6기통 엔진은 그 어떤 구간에서도 부드러운 회전 질감을 놓치지 않는다. 높은 회전수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가속 페달에서 힘을 빼면 금세 단수를 올리는 영민함까지 갖췄다. 고속에서는 오히려 컴포트 모드보다 더 편안한 모습이다. 편안한 주행과 여유로운 달리기 실력, 이 두 가지를 통해 840i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아쉽게도 폭발적인 가속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8시리즈 쿠페는 결코 가볍지 않다. 5시리즈보다 70kg 이상 더 무거운 1830kg이다. 340마력의 힘은 일상에서 충분하지만, 2%가 아쉽다. 늘씬한 몸매에 대한 기대가 큰 탓이다. 문득 V8 엔진을 탑재한 M850i가 궁금하지만, 이는 정식으로 만나볼 수 없다. BMW코리아는 M850i와 컨버터블 모델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 840i의 상위 모델로 '끝판왕' M8이 자리한다.

사실 럭셔리 쿠페 시장은 크지 않다. 포르쉐 911 카레라를 필두로 렉서스 LC 정도가 떠오르지만, 가격이나 성능을 놓고 보면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라 부르기 어렵다. 그만큼 BMW 840i 쿠페가 가지는 위상은 독보적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성능에 멋진 외모, 여기에 실용적인 수납공간까지 갖췄다. 세단이 지겹다면, 출퇴근길을 근사한 여행지로 만들어주는 럭셔리 GT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BMW 840i x드라이브 쿠페 가격은 1억3930만원이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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