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미니 쿠퍼S, 열광엔 이유가 있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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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23 19:22
[시승기] 미니 쿠퍼S, 열광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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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도 점진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입 소형차에 대한 시선은 냉정하다. ‘작은 차=싸다’는 인식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몇몇 편의사양을 축소하면 또 그걸로 트집을 잡힌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미니 쿠퍼는 최악의 차 중 하나다.

작은데다가 문짝도 두개 뿐이다. 더욱이 뒷좌석 공간은 옹색하기 그지없다. 원인 모를 엔진 경고등을 달고 다니는 것도 다반사다. 그럼에도 미니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서로서로 똘똘 뭉친 종교집단 수준의 충성도를 보이며 말이다. 고작해야 소형차 하나가 색다른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귀엽고 앙증맞은 차는 미니말고도 많고, 미니보다 잘달리는 차도 많다. 그럼에도 수많은 마니아들을 만들어 내고, 그들로 하여금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지 신형 미니를 통해 알아봤다. 

◆ 눈웃음에 마음은 녹아내린다

BMW와의 플랫폼 공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크기가 커졌다. 이전 세대에 비해 길이 98mm, 너비 38mm, 높이 7mm 각각 커졌다. 애초에 워낙 작아선지, 특유의 디자인 때문인지 신형 미니 쿠퍼가 갑자기 커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여전히 작다.

 

세부적인 생김새는 많이 변했지만 미니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은 역력하다. 누구보다 매력적인 눈웃음을 짓는다. 미니 특유의 원형 헤드램프의 디자인은 그대로지만 구성은 완전히 바뀌었다. LED가 사용된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는 미니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툭 튀어나오고, 붕어처럼 입을 뻐금 벌리고 있어서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더욱이 활짝 벌리고 있는 입은 크롬으로 강조돼 시선이 더 집중된다. 좀 우악스럽기도 하고 꺼벙하게 보인다. 쿠퍼S에 적용되는 범퍼 하단의 공기 흡입구도 어딘지 어색하다. 미니 특유의 귀여움이 사려졌다는 의견도 많지만, 사진보다는 실물이 훨씬 낫다.

 

옆과 뒷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테일램프가 조금 커지고 LED가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기존 모습을 잘 유지했다. 굳이 바꿀 필요가 없는 곳은 손을 대지 않았다. 이같은 미니의 고집은 미니를 더욱 미니답게 만든다. BMW가 만든 첫번째 미니부터 신형 미니까지 이런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고, 모든 미니의 콘셉트는 1959년 알렉이시고니스가 만든 미니를 기초로 한다. 이처럼 원형 디자인을 현재까지 유지하는 차는 포르쉐 911, 폭스바겐 비틀,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정도밖에 없다. 

◆ “감동의 물결” 실내 디자인과 품질은 월등히 발전

실내의 변화는 박수쳐 주는 걸론 부족하다. 헹가래라도 치고 싶은 마음이다. 그간 미니가 다소 저렴해보이는 소재와 허술한 마감으로 얼룩졌다면, 신형 미니는 ‘프리미엄 소형차’라고 불릴만 하다. 레인지로버가 알루미늄 모노코크 바디를 통해 400kg를 감량한 것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발전이다.

 

가장 큰 감동은 시뻘건 시동 버튼, 스위치라고 하는 편이 더 와닿겠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이 용서된다. 스위치의 디자인이나 조작감은 정말 눈물날 정도다. 나도 모르게 자꾸 만지고 싶어서 손이 가는게 단점 아닌 단점이다.

 

센터페시아의 8.8인치 디스플레이를 감싼 LED 써클은 시동 스위치 못지 않다. S클래스가 실내에만 300여개의 LED로 인해전술을 펼쳤다면, 미니는 양보단 ‘재미’로 승부했다. 미니답게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LED 써클의 조명 색상은 시시각각 변한다. 평소엔 엔진회전수에 따라 LED 써클이 마치 거대한 타코미터처럼 색을 변화시킨다. 에어컨 온도를 조절할땐 파랑과 빨강으로, 볼륨을 조절할 땐 노랑, 물론 평소 색상을 취향에 따라 지정할 수도 있다.

 

기어 노브나 센터콘솔에 위치한 ‘미니 터치 컨트롤러’의 디자인은 BMW와 유사하지만 미니만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내비게이션이나 엔터테인먼트의 세부적인 디자인에서는 미니만의 특징이 잘 묻어난다. 아이콘 하나도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미니와 함께 독특한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피아트 500이나 시트로엥 DS3, 그리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미니를 압도했다는 기아차 쏘울도 이런 디테일을 따라오려면 멀었다.

◆ BMW의 엔진을 이식받다, 운전의 재미 극대화

“슝슝”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마치 레이싱카를 연상케하는 소리가 차를 감싼다. 터보 엔진이 장착된 차에서 들을 수 있는 특유의 바람 빠지는 소리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붕어처럼 벌린 입과 보닛과 범퍼 하단의 공기흡입구는 제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공기를 힘껏 들이마신 쿠퍼S는 아주 맹렬히 달려나간다. 미니에게 시비걸지 말라는 문구가 생각난다. 또 320i도 생각난다. 더 이상 계기바늘이 움직이지 않을때까지 손쉽게 속도를 올릴 수 있다.

 

미니에는 그동안 여러 회사의 엔진이 쓰였다. 미니는 크라이슬러, 도요타, 푸조 등과 엔진을 공유했는데 신형 미니에는 오직 BMW의 엔진만 사용된다. 그래서 발진 느낌이 320i를 떠올리게 한다. 배기량이 늘면서 성능도 소폭향상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이전 세대 쿠퍼 JCW와 똑같은 6.7초다. 신형 미니 쿠퍼 JCW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미니가 느렸던 적이 있었나 싶다. 

 

새로운 서스펜션은 미니를 더욱 세련되게 만들었다. 기본적인 성격은 이전 세대와 비슷하지만 분명 작은 차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히 줄었다. 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도 사뿐하다. 서스펜션의 강도는 두단계로 조절되고 그 차이가 명확하다. 스티어링휠의 무게감도 마찬가지다. 소음과 진동도 크게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 소형차와 대등한 수준은 아니다. 이런 액티브함이 미니의 매력이라면 할 말 없다.

 

“퍼득퍼득”

속도를 올릴때만 즐거운 것이 아니다. 기어를 순차적으로 내리며 감속할때면 앙증맞은(?) 배기음이 거리에 퍼진다. 소심하기도 해서 귀를 잘 기울여야 한다. 그래도 꽤 중독성이 강해서 격렬한 기어 변속를 하게 된다. 배기음은 재미를 부각시키는 요소지만 막상 빠른 속도에서의 제동은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밸런스가 쉽게 무너진다. 하중이 앞으로 쏠리면서 차체 뒷부분이 가벼워져 그립을 잃고 휘청댄다. 이전 세대 미니도 마찬가지였다.

 

코너에서는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운전이 쉬운 편이고, 스티어링의 반응도 즉각적이고 유격이 없다시피 해서 언더나 오버스티어에는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와인딩을 하고 나면 ‘살았다’는 안도감 보다는 ‘짜릿하다’며 도전정신으로 가득차게 된다.

 

주행에 대한 기본적인 콘셉트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아마 앞으로도 똑같을 것 같다. 운전의 재미가 없으면 어쩌면 미니를 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반적인 자동차를 보는 잣대에서는 한참 벗어날 수도 있지만 미니는 분명 또 다른 가치를 선사하고 있다.  

◆ 감지덕지한 편의사양, 첨단 기술의 옷을 입다

BMW의 첨단 기술을 이식받은 내비게이션은 무척 반갑다. 미니는 운전석에서 앞유리가 멀고, 대시보드가 평평하지 않아서 거치용 내비게이션을 달기 힘들다. BMW코리아가 자체적으로 이전 세대 미니에 적용했던 내비게이션은 디자인이나 사용 방법이 심각할 정도로 허술했다. 신형 미니에 적용된 내비게이션과 터치 컨트롤러는 BMW와 사용법이 동일하다. 직관적이기 때문에 조작이 쉽다.

 

쿠퍼S에 기본으로 적용되는 헤드업디스플레이의 완성도도 높다. 푸조의 것과 비슷한 방식인데, 미니는 간략한 경로 안내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정보도 표시된다. 헤드업디스플레이는 한번 경험하면 그것이 없는 차를 타기 힘들 정도로 편의성이 높다.

LED 헤드램프는 밝다. 또 똑똑하다. 스티어링휠 방향을 따라 빛을 비춘다. 대개 이런 방식의 헤드램프는 근거리까지 환하게 비추지 못하는데 LED 헤드램프는 꽤 넓은 범위를 감당한다. 그런데 약 3천킬로미터 남짓 탄 시승차에서 ‘코너링 라이트’ 에러 메시지가 뜨기도 했다. 

 

신형 미니의 편의성은 전체적으로 대폭 향상됐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도 많다. 여전히 시트는 전부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고, 후방카메라도 장착되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후방카메라와 주차보조 시스템이 적용된 모델도 판매 중이다.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며 속도를 높이거나 줄이는 액티브 크루즈컨트롤도 빠졌다. 앞유리의 카메라를 통해 앞차나 보행자를 살펴 사고를 미연에 방지사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충돌 및 보행자 경고 시스템’도 국내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국산차나 수입차나 현지 시장에 따라 편의 및 안전사양을 줄이는 것은 똑같다.

 

◆ 마음을 열면, 미니가 더 특별해 보인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재주, 세세한 부분 하나마저도 미니를 연상케하는 디자인의 완결성, 대중화됐지만 여전히 긴장감 넘치는 주행성능 등 미니의 장점은 여러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몇몇 단점으로 미니를 폄하하기엔 그 매력이 너무 크다. 이처럼 만지고 싶고, 갖고 싶은 욕망을 부르는 차도 없다.

일반 세단에 빗댄,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미니의 단점을 들먹거리는 사람들은 미니를 통한 ‘신세계’를 알 수 없게 될테니 참 안타까울 뿐이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미니에 열광하는지에 대해선 미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바로 알게 될 것이다.

* 장점

1. 미니임을 잃지 않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주행감각.

2.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실내 디자인. 미니의 한계를 넘어섰다.

3. 내비게이션,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술 적용.

* 단점

1. 쉽게 무너지는 차체 밸런스. 제동 성능도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2. 국내엔 적용되지 않은 몇몇 편의 및 안전사양.

3. 소형차에 인색한 국내 시장에서 4240만원의 가격은, 결코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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